명도만 생각합니다.

법무법인 명도 정민경 변호사입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일명 빌라왕의 전세사기 수법을 보면

집주인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브로커를 통해

자력이 없는 빌라왕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즉, 임차인은

경제력이 있는 임대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는데,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에는

임대인이 자력이 없는 자로

변경되어 버린 것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은

임차주택의 양수인

(그 밖에 임대할 권리를

승계한 자를 포함한다)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정하고 있고,

이에 대해 우리 법원은

양수인이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고,

양도인은 임대차관계에서 탈퇴하여

임차인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면하게 된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13. 1. 17. 선고

2011다49523 전원합의체 판결)

이 해석에 따르면 위와 같은 상황에서

임차인은 경제력 있는 임대인에게

보증금반환을 구할 수 없고,

경제력이 없는 임대인에게

보증금반환을 구할 수 밖에 없는

문제에 빠지게 됩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임대차관계의 승계를

원하지 아니할 때에는

승계되는 임대차관계의

구속을 면할 수 있다고 하여

(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6다265689 판결,

대법원 1996. 7. 12. 선고

94다37646 판결 등 참조)

임차인은 임대인의 변경에

이의할 수 있다고 해석함으로써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요,

문제는 그 이의를

상당히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고,

이의권 행사가 오히려

담보만을 상실하게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지난

임대인 지위의 승계와 임차인의 이의

라는 제목의 명도칼럼에서

언급한 사건과 같이

임차인 입장에서는

보증금반환을 원하는 경우

임차권등기와 같은

일반적인 절차를 진행하게 되고,

기존 임대인과 새로운 소유자 모두에게

보증금반환을 요구하는 등

기존 임대인과 새로운 소유자 사이에

누가 경제력이 있는지 알 수 없어

모순된 행동을 하게 됩니다.

이런 행동은 결국

임대인 지위승계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되어

새로운 소유자에게만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게 됩니다.

결국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빌라왕 사건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은

오히려 임차인을

보호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우리 법원이 위 조항을 해석함에 있어

기존 임대인은

보증금반환 채무를 면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기에

임차인은 임대차계약 체결 후

소유자가 변경되는 경우

상당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월차임이 없는

임대차계약의 경우(미등기전세계약)

임차인은 소유자의 변경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임차인이 이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소유자의 변경을 안 날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행사하여야 하는데요,

임대차계약 종료를 앞두고

임대인에게 연락했더니

소유자가 변경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임차인은 기존 임대인과

새로운 소유자 중 누구에게

보증금의 반환을 청구할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문제는 기존 임대인과 새로운 소유자 중

누가 보증금을 반환할 경제력이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건데요,

현행 법률로 기존 임대인이나

새로운 소유자의 경제력을

임차인이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으므로

결국 임차건물을 매각하여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가지고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임대인 지위의 승계에 이의를 하는 순간

임차건물로부터 보증금을 회수할 수는 없고,

다만 동시이행항변권 행사로서

그 부동산의 인도를 거절할 수 있을 뿐인바,

이의권 행사에 있어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임대차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보증금 지급은 부동산을 담보로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돈을 빌려주는 것과

유사합니다.

때문에 부동산의 현실가치,

경매절차를 통해 매각했을 때

회수가 가능한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여야 하고,

특히 경기에 따라 가치 변동이 큰

부동산의 경우에는

보증금액을 낮추거나

월세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손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