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도만 생각합니다.

법무법인 명도 강미진 변호사입니다.

최근 전세사기 피해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 유형 중 하나로

신탁부동산임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채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위탁자가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대신

수탁자(신탁회사)와

'부동산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한 다음

수익권증서를 교부받아

그 수익권증서를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부분 신탁계약상

위탁자가 자기 명의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

수탁자 등의

사전 서면 동의를 조건으로 하고 있고,

이러한 신탁계약의 내용은

신탁원부를 통해 등기부에 공시가 되는데,

신탁원부는 전자 열람이 불가능하고

직접 등기소를 방문하여

발급받아 볼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하여 

소유권이 위탁자에게 있는 것처럼 속이거나

신탁원부의 특약사항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채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것입니다.

결국, 수탁자의 사전 동의 없이

위탁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임차인은

추후에 수탁자의 인도청구가 있으면

이에 대해 대항할 수 없으므로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수탁자의 사전 동의를 받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인도받아 전입신고까지 하였다면

추후 신탁자의 채무불이행으로

공매절차가 진행되더라도

수탁자 및 그 양수인에게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요?

쉽게 말해, 수탁자의 사전 동의를 받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요?

대법원 2022. 2. 17. 선고

2019다300095(본소),

2019다300101(반소)

판례사안을 통해

한번 검토해 보겠습니다.

판례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1. A 회사는 2007. 6. 4.경

이 사건 오피스텔에 관하여

B 신탁회사를 수탁자로,

C를 1순위 우선수익자로 하는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고

B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 사건 신탁계약상 

A는 B의 사전 승낙을 받아

A의 명의로

신탁부동산을

임대하도록 정하고 있었고,

이러한 신탁계약의 내용이

신탁원부에 기재되어 있다.

2. 우선수익자인 C는 2007. 6. 4.경 

B에게 이 사건 주택에 관하여

‘A의 임대차계약 체결에 동의하되,

수탁자는

보증금 반환에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동의서를 작성하여 교부하였고,

B는 이를 A에게 교부하였다.

3. 피고는 2007년 7월 A로부터

이 사건 주택을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보증금을 지급한 다음

그 오피스텔에 거주하면서

주민등록을

이 사건 오피스텔의 주소로 이전하고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았다.

(피고는 2017년 9월에

이 사건 오피스텔에서 퇴거하였다)

4. 한편, 원고는 2016년 8월 

공매절차에서

이 사건 오피스텔을 매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이하 단지 '등기')를

경료받았다.

5. 이 사건 제1심에서 원고는 

이 사건 오피스텔의

인도 및 소유권 취득시부터의

차임 상당 부당이득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이들 청구는

제1심법원에서 기각되었다.

항소심에서 원고는 

건물인도청구 부분을 취하하여

부당이득금 부분만이 남았는데,

피고는 임대차보증금

(이하 단지 '보증금')의

반환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였다.

6. 항소심법원은

원고의 남은 본소청구 및

피고의 반소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피고의 상고에 대하여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판례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사건 신탁계약에서

수탁자의 사전 승낙 아래

위탁자 명의로

신탁부동산을

임대하도록 약정하였으므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는

위탁자에게 있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약정이 신탁원부에 기재되었으므로

임차인에게도 대항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오피스텔에 관한

부동산담보신탁 이후에

위탁자인 A로부터

이를 임차한 피고는

임대인인 A를 상대로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구할 수 있을 뿐

수탁자인 B를 상대로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구할 수 없다.

나아가 B가

임대차보증금 반환의무를 부담하는

임대인의 지위에 있지 아니한 이상

그로부터 이 사건 오피스텔의

소유권을 취득한 원고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에 따라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여

임대차보증금 반환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런데, 위 판례에 대해 

신탁계약에서 수탁자의 사전 동의 아래

신탁자가 자기 명의로

신탁부동산을 임대하기로 약정하고

그 취지가

신탁원부에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신탁자로부터 임차인은

수탁자 및 그로부터의

목적물 양수인에 대하여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하는

임차권의 대항력을 가지지 못한다고

일반적으로 선언하고 있다고

평석한 견해가 있습니다.

(양창수, 판례평석​

"신탁자와의 임대차계약과

수탁자로부터의 양수인에 대한 대항력",

법률신문사)

이 견해에 따르면 

수탁자의 사전 동의를 받아

위탁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추후에 수탁자 및 그 양수인의

인도청구가 있으면

이에 대해 대항할 수 없다는 결론이

도출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위 판례가

 수탁자 및 그 양수인에 대하여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하는

임차권의 대항력을 가지지 못한다고

일반적으로 선언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 있으나

(원심은 반대의 결론을

도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임),

적어도 수탁자의 동의를 얻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수탁자 및 그 양수인에게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는

결론만 놓고 보면

위탁자의 재정상태에 따라

보증금회수가 불가능한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은

주의할 필요는 있다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신탁부동산에 대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신탁원부를 발급받아 그 내용을 확인하고,

위탁자가 수탁자 및 우선수익자의

사전 동의를 받았는지도 확인하여야 하며,

마지막으로 보증금을 최소화하여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