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도만 생각합니다.

법무법인 명도 정민경변호사입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이하 ‘상가임대차법’이라 합니다)

제10조가 정하는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를

막을 수 있는 예외 사항은

갱신요구권 행사뿐만 아니라

권리금 회수 기회의

예외 사항이기도 한데요,

그러다 보니

‘철거·재건축 계획 등의 고지’에

관한 같은 조 제1항 제7호와

관련된 분쟁이 발생하곤 합니다.

임차인은 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거나

상가임대차법 제10조가

정하는 갱신요구권 행사 기간이

도과한 경우 같은 법

제10조의4가 정하는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받습니다.

때문에 임차인은

임대차계약 종료 6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신규 임차인을

주선할 수 있는데요,

이때 임대인이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 제7호 제가목에 따라

신규 임차인에게 건물의 철거·재건축

계획 등을 고지하는 경우가 문제가 됩니다.

임대인 입장에서

신규 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10년의

갱신요구권을 보장해 줘야

하기 때문에 위 기간 내 건물을

재건축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므로 재건축 계획이 있다면

위 법률에 따라 공사 시기

및 소요 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신규 임차인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면에 신규 임차인 입장에서는

기존 임차인에게 권리금도 주고,

새로이 시설도 하게 되는데

10년의 기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이유가 없게 됩니다.

그래서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을

주선하면 임대인은

재건축 등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고지하게 되고,

신규 임차인이 이에 응하지

않음으로써 임차인은 권리금 상당의

손해를 입게 되었다면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에 따라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지난 8월 두 개의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우선 대법원 2022. 8. 11 선고

2022다202498 판결을 보면,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임대차계약 갱신 의사 및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 체결 의사를

명확히 하여 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냈고,

이에 대해 임대인은

수년 내 건축물을 신축하고자

기획하고 준비 중이므로

계약 갱신을 요구한다면

보증금 및 월세를 각 5% 증액하되

계약 체결 시 재건축 계획을

구체적으로 고지할 것이고

신규 임차인과 신규 계약 시에도

이를 고지할 것이라는

취지로 답변하였습니다.

이후 임차인은 임대차계약이

종료함에 따라 퇴거하였고,

임대인은 제3자에게

점포를 임대하면서

특약사항으로 재건축 계획을

구체적으로 고지하였습니다.

이미 퇴거한 임차인은

임대인이 재건축 계획을

임대차계약 체결 시 반영하겠다고

하는 것은 신규 임차인의 임대차계약

체결을 주저하게 하는 것이고

신규 임차인을 주선하더라도

확정적으로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로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한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였고,

원심은 이를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건물 내구연한 등에 따른 철거·재건축의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거나

그 계획·단계가 구체화되지

않았음에도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에게 짧은 임대 가능 기간만

확정적으로 제시·고수하는 경우

또는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에게 고지한 내용과

모순되는 정황이 드러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과 임대차계약 체결을

위한 협의 과정에서 철거·재건축

계획 및 그 시점을 고지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임대차계약의 갱신에 관한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과

권리금의 회수에 관한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3,

제10조의4의 각 규정의 내용·취지가

같지 아니한 이상,

후자의 규정이 적용되는

임대인의 고지 내용에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 제7호

각 목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마찬가지라며 원심을 파기 환송하였습니다.

즉, 대법원은

갱신요구권과 권리금 회수 기회에

관한 규정은 서로 다른 것이어서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 제7호의

고지가 최초 계약 체결 시

고지되지 않았다면

임대인은 갱신을 거절할 수 없지만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과

신규 임대차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위 법률에 따른 내용을

고지했다는 사정만으로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법원의 이와 같은 해석은

당연한 해석일 수 있습니다.

재건축 계획 등을 고지하는 것만으로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한다면

임대인은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 제7호가 정하는

예외사항에 맞추어 재건축 계획을

고지하는 순간 권리금 상당의

손해배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고,

이는 곧 위 조항은 사문화되고

임대인이 재건축을 위해서는

반드시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해야만 한다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2022. 8. 31. 선고

2022다233607 판결 또한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에게

재건축 계획 등을 고지하여

신규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을

포기한 사안에서 위 판례를 원용하며

임대인의 재건축 필요성이나

재건축 의사의 진정성 등이 인정되고

사전 고지에 비추어 모순되는

언행이나 행동을 하였다고

볼 정황도 없으므로

고지 내용이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 제7호 각 목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임대인의

신규 임차인에 대한 재건축 고지 등이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임대인이 재건축 계획을

고지하는 것만으로는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그 고지만으로

신규 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을

확정적으로 거절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밝힘으로써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 제7호

제가목과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권과의

관계를 해석한 것에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