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명의신탁관계에 있어 신탁자가 수탁자가 신탁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경료한 가등기의 효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후 부동산을 매수하면서 매수대금의 실질적 부담자(A)와 명의인(B) 간에 명의신탁관계가 성립한 경우(즉 A가 제3자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한 다음, B와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하고, 위 부동산에 관하여 B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 그들 사이에 매수대금의 실질적 부담자의 요구에 따라 그가 지정하는 자(C)의 명의로 부동산의 소유 명의를 이전하기로 하는 약정을 하고, 이에 따른 C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하여 B와 합의 하에 B와 C 사이의 매매예약 형식으로 C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가등기를 경료한 사안입니다.

  우선, A는 제3자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면서,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지 않고, B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으므로, 이는 3자간 명의신탁, 특히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명의신탁 또는 명의신탁약정은 부동산실명법에 의하여 원칙적으로 무효입니다.

  다음으로, 위와 같이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신탁자(A)가 지정한 자(C)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경료한 가등기의 효력은 어떠할까요?

  대법원은, 위 사안에서, (i) 명의신탁약정은 부동산실명법에 의하여 무효이고, (ii) 명의수탁자인 B가 향후 명의신탁자인 A의 요구에 따라 명의신탁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기로 하고 그동안 B의 임의처분을 제한하기 위하여 가등기를 마쳐 주기로 하는 약정 또한 무효인 위 명의신탁약정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무효이며, (iii) 그에 따라 경료된 가등기 역시 위와 같이 무효인 약정에 기한 것으로서 원인무효라는 입장입니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다63315 판결).

   다만 대법원은, 조세포탈 등의 목적이 없는 종중 명의신탁과 같이 유효한 명의신탁의 경우에는 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가등기를 설정한 경우, 그 가등기는 유효한 것 으로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02. 9. 6. 선고 2001다15170, 15187 판결).

  이러한 판결의 취지에 의할 때, 명의신탁약정이 유효한지 여부에 따라, 수탁자의 임의 처분을 막기 위한 가등기의 효력이 달리 판단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사료됩니다.

  명의신탁 법률관계에서, 신탁자 또는 그가 지정한 자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가등기가 설정되어 있는 경우로써 그 가등기권자가 위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 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본등기 경료가 가능한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위와 같은 대법원 판례의 입장을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