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도만 생각합니다. 법무법인 명도의 이상옥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제가 수행한 사건 중, 임차인을 대리하여,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거절한 후 2년 이내 부동산을 매도한 임대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으나, 결국 1심에서 패소한 사건에 대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임대인은 실거주 의사가 있다며 임차인의 갱신요구를 거절하였으며, 이후 임차인이 퇴거하자 인테리어공사를 완료한 후, 약간의 기간 동안 실거주를 하다가 임대차계약 종료로부터 7개월 후 부동산을 매도한 사안입니다. 용인시법원은 위 사건에서 소액사건심판법 제11조의2 제3항에 따라 아무런 이유를 제시하지 아니한 채, 임차인 패소판결을 내리며 임대인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였습니다. 위 판결의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임대인이 “2년 이내 임대”한 경우에 대해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5항 및 제6항이 명문의 규정을 두어 임대인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2년 이내 매도”한 경우에 대해서는 명문의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그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 성립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 사건을 수행한 저의 생각과 판단은 이렇습니다.

첫째,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5항 및 제6항의 법정손해배상책임 규정이 도입되었다고 하여 그 이외의 허위 거절 사유에 대한 임대인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가령, 임차인의 갱신요구에 대해 임대인이 거절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의 하나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 제7호의 사유인 “철거 또는 재건축”를 들 수 있는데, 임대인이 위 사유를 들어 갱신거절을 해 놓고서는 철거 또는 재건축을 실시하지 않은 경우, 법정손해배상책임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임대인의 손해배상책임이 일률적으로 부정되어야 할까요? 개별적, 구체적 사실관계를 면밀히 검토하여 이것이 일반 불법행위 책임의 성립요건을 충족하는지를 따진 후, 그 책임을 임대인에게 묻는 것이 옳은 해석일 것입니다. 

  둘째, 실거주 사유가 허위인 경우는 여러 가지 모습(예컨대, 2년 이내 매도)이 있을 수 있으며, 이 사건과 같이 2년 이내 매도의 사안의 경우는 위 실거주 사유가 허위인 경우에 해당함은 분명합니다.

  만일 원심이 이 사건(2년 이내 매도)에 대해 법정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는 명문의 규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의 책임을 섣불리 부정한 것이라면, 임대인이 2년 이내 임대한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 허위의 실거주 사유가 있는 경우 임차인의 보호에 중대한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5항은 2년 이내에 임대한 경우 임대인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는데, 만일 임대인 2년 이내 매도한 경우에 대해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을 경우 위 규정(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5항)상 제재를 피하기 위하여 차라리 조금 실거주하다가 매도해버리겠다는 악의적 임대인을 양산하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셋째, 국토교통부와 법무부에서 발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해설집 제31면에 따르면 임대인이 갱신거절 후 제3자에게 임대한 경우가 아닌 공실로 비워놓은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민법 제750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보고 있으며 그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위법성 요건이 불충족되는 경우, 그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아래 [그림] 참조).

[그림]주택임대차보호법 해설집 제31면 발췌

  결국 제가 주장하는 것은 임대인이 2년 내에 제3자에게 매도한 경우 무조건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근거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섣불리 배척하거나 지나치게 엄격하지 말고, 구체적, 개별적 사실관계를 따져 일반 불법행위책임의 성립요건 충족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 보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i) 임대인이 실거주해보다가 갱신거절 당시 예상할 수 없었던 부득이한 사정에 의하여 매도를 한 사안이 아니며, (ii) 임대인이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허위의 실거주 사유를 거론하며 임차인을 퇴거시킨 후, 인테리어 공사를 마친 다음 곧바로 매물로 내놓은 사정이 존재하며, (ii) 임차인에게 반환해 줄 돈을 여기저기서 빌리는 바람에 부채 부담을 이유로 매도하는 등 위법성을 인정하기 충분한 개별적, 구체적 사정이 존재하였습니다.

이러한 구체적 사실관계에 비추어 불법행위책임 요건 중 하나인 “위법성”은 충분히 인정될 것으로 판단하였으나, 1심 판결의 결론은 달랐습니다. 이에 법무법인 명도는 임차인을 대리하여 항소를 제기하였는바, 항소심에서 법원의 판단을 다시 한 번 받고 그 이유를 확인해 보고자 합니다. 항소심에서는 보다 상식적이면서 납득가능한 결론이 도출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