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재산에 대한 임대차계약과 보증금의 반환

(대법원 2022. 2. 17. 선고 2019다300095(본소), 2019다300101(반소) 판결)

  명도만 생각합니다. 법무법인 명도의 정민경변호사입니다. 최근 빌라와 같은 다세대주택을 건축할 때 대출을 받으면서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은 쉽게 설명하자면 우선수익자(주로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되 담보가 되는 부동산을 신탁사로 귀속시켜 신탁사로하여금 관리하도록 하는 것인데요, 소유권이 신탁사에 귀속되므로 안전하게 담보물건을 확보할 수 있어 은행이 선호하는 방법입니다.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면 부동산의 소유권이 수탁자(신탁사)로 이전되는데요,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이 등기에 첨부됩니다. 등기상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이전된다는 것은 위탁자와 수탁자 간의 대내적 관계를 불문하고 대외적으로 수탁자가 완전한 권리를 취득하는 것이어서 등기상 소유자가 아닌 위탁자 등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등 권리관계를 형성할 경우 수탁자에게 이를 주장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신탁법 제4조 제1항은 등기 또는 등록하여야 할 재산권에 관하여는 신탁은 그 등기 또는 등록을 함으로써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부동산등기법 제81조는 신탁등기를 할 때에는 위탁자, 수탁자, 수익자에 대한 정보, 신탁의 목적, 관리, 처분, 운용, 개발, 그 밖에 신탁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방법, 신탁종료의 사유, 그 밖의 신탁 조항 등을 기록한 신탁원부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고, 이와 같이 작성된 신탁원부는 등기기록의 일부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보통 신탁원부는 부동산담보신탁계약서 전부를 첨부하는 것으로 대신하는데요, 신탁원부에 기재된 내용은 이로써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4. 4. 16. 선고 2002다12512 판결 등 참조).

  즉, 부동산담보신탁계약서는 위탁자와 수탁자 간의 채권계약이나, 동 계약서가 신탁원부로 등기에 첨부됨으로써 ‘등기’로써 공시되어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권리가 되는 것입니다.

  부동산담보신탁계약 내용을 보면, 보통 위탁자가 자기 명의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으나, 우선수익자와 수탁자의 승낙을 받도록 정하고 있고, 수탁자에게 보증금반환을 구할 수 없으며 보증금반환의무는 위탁자가 가진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위탁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반드시 우선수익자와 수탁자의 승낙을 받아야 하며, 우선수익자와 수탁자의 승낙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수탁자에게 보증금의 반환을 구할 수 없게 됩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보더라도, 신탁원부 내용으로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점을 명백히 밝히면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는 위탁자에게 있다고 보아야 하고, 이와 같은 내용이 신탁원부에 기재되어 있으므로 임차인에게도 대항할 수 있으며 나아가 수탁자로부터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 자도 임차인에게 보증금의 반환을 구할 수 없으며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에 따라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는 것도 아니라고 하였습니다(대법원 2022. 2. 17. 선고 2019다300095(본소), 2019다300101(반소) 판결)

  신탁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관계는 상당히 논란이 되는 쟁점인데요, 안타깝게도 위 대법원 판결의 주된 쟁점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위 대법원 판결의 이유를 자세히 보면, 수탁자는 임대차보증금 반환의무를 부담하는 임대인의 지위에 있지 않다는 점을 언급하였다는 점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일반적인 적용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등기상 소유자가 아님에도 위탁자는 사실상 자신이 소유자라며 임대차계약 체결을 종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위탁자가 사실상 소유자라고 하더라도 대외적으로는 수탁자가 소유자라는 점에서 임대차계약 등을 체결할 때에는 반드시 신탁원부 내용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