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설건축물에 대한 법정지상권 성립여부

(대법원 2021. 10. 28. 선고 2020다224821 토지인도 판결)

명도만 생각합니다. 법무법인 명도의 정민경변호사입니다. 경매절차를 통해 토지를 매수하고자 할 때, 반드시 검토하여야 하는 것이 법정지상권 성립여부인데요, 최근 법무법인 명도가 수행한 사건에서 법정지상권과 관련하여 의미있는 판결을 받아 소개하고자 합니다.

민법 제366조는 저당물의 경매로 인하여 토지와 그 지상건물이 다른 소유자에 속한 경우에는 토지소유자는 건물소유자에 대하여 지상권을 설정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건물의 경제적 가치 등을 고려한 공익을 목적으로 인정하는 권리로 당사자 약정으로 배제할 수 없는 강행규정이라는 것이 학설과 판례가 일치하는 견해입니다(대법원 1988 10. 25. 선고 87다카1564 판결).

민법 제366조가 정하는 법정지상권의 대상이 되는 건물은 저당권설정 당시에 실제로 존재하고 있었으면 충분하고 무허가 건물이나 미등기 건물이어도 무관하다는 것이 우리 법원의 해석입니다(대법원 2011. 1. 13. 선고 2010다67159 판결 등 참조). 그렇다면 그 건물이 가설건축물이라면 어떨까요?

가설건축물은 건축법 제20조가 정하고 있는데요, 가설건축물은 같은 법 시행령 제15조가 정하는 기준에 따라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아 건축할 수 있습니다.

가설건축물은 단어 그대로 ‘임시’로 건축하는 것으로 철근콘크리트조 또는 철골철근콘크리트가 아니고, 그 존치기간은 3년을 넘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건축자재 등의 발전으로 가설건축물로 축조할 수 있는 재질도 제법 견고하고, 일반 건물보다 경제적으로 저렴한 장점이 있어 가설건축물을 건축하여 3년 단위로 연장하는 방법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가설건축물을 건축하여 사용하다가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경매절차가 진행된 경우입니다.

이에 대한 명확한 판레가 없었는데요, 이번 대법원 2021. 10. 28. 선고 2020다224821 토지인도 판결에서 가설건축물은 일시 사용을 위해 건축되는 구조물로서 설치 당시부터 일정한 존치기간이 지난 후 철거가 예정되어 있어 일반적으로 토지에 정착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2021. 7. 29. 선고 2021두34756 판결을 원용하며 민법상 건물에 대한 법정지상권의 최단 존속기간은 견고한 건물이 30년, 그 밖의 건물이 15년인데 비하여 건축법령상 가설건축물의 존치기간은 통상 3년 이내로 정해진 짐을 지적하면서 가설건축물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독립된 부동산으로서 건물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법정지상권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번 판결은 가설건축물을 정의하고 가설건축물은 토지에 정착되어 있지 아니하여 민법 제99조 제1항이 정하는 건물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가설건축물에 대한 법정지상권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미있는 판결이라 할 것입니다.

가설건축물은 일시 사용을 위해 건축되기 때문에 건물소유자도 철거를 에정하고 있고, 민법 제366조가 정하는 법정지상권은 건물의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고려한 규정이라는 점을 고려한 판단이 아닐까 합니다.

이번 판결로 가설건축물이 건축된 토지에 대한 경매절차에서 법정지상권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명확해졌으나, 여전히 우리 법원은 무허가, 미등기 건물에 대한 법정지상권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이 점을 간과하여서는 아니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