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도만 생각합니다. 법무법인 명도의 박지수 변호사입니다. 

임대차 목적물의 수리비에 대한 문제는 임대차계약 기간 중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로서, 구체적으로 임대차 목적물 수리비의 주체와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명도소송에서 금전청구를 하는 경우와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할 금액을 산정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하 관련 판례와 사례를 통해서 수선의무의 주체와 범위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민법상 전세권은 등기부상 표현되는 물권적 의미의 전세권을 의미하는 것이이므로, 전세권설정을 받지 않는 통상의 전세계약은 민법상 채권적 전세계약으로서 임대차계약으로 취급됩니다. 따라서 이하의 ‘임대차계약’은 통상적으로 전세계약이라고 불리는 채권적 전세계약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수리비 귀속 주체

임대목적물에 대한 수리비 등에 대해 우리 민법은 임대인뿐만 아니라 임차인에게도 의무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먼저 임대인의 경우 민법 제623조에 따라 임대차계약 존속 중 그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즉, 임차인이 임대차목적물을 사용·수익하도록 유지할 의무가 임대인에게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임차인의 경우 민법 제374조에 의거하여 특정물의 인도가 채권의 목적인 때에는 채무자는 그 물건을 인도하기까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보존하여야 하는 의무인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즉, 임차인은 임대차계약이 끝날 때까지 임대차 목적물을 내 집처럼 관리하고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수리비 등은 발생원인에 따라 그 책임 주체가 상이하지만, 노후로 인한 문제라면 임대인이, 사용 부주의로 인한 문제라면 임차인에게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다만, 임차인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는 추정되므로, 임차인에게 책임을 귀속시키기 위해서는, 임차인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였음을 임대인이 입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풀옵션 원룸’을 임대차하여 에어컨 곰팡이가 발생하여 수리가 필요한 경우, 에어컨 곰팡이가 임차인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점을 임대인이 입증하지 못하면, 임대인이 책임지게 됩니다.

따라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노후화로 인한 것인지, 사용상 부주의로 인한 것인지 분명하게 확인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임대인의 수선의무

민법 규정상 다소 임대인에게 불리하게도 보이지만, 임대인이 무한정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규정에 따르더라도 임대차목적물의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만 있기 때문입니다.

판례에 따르면 계약 목적물에 파손 또는 장해가 생긴 경우 그것이 임차인이 별 비용을 들이지 않고 손쉽게 고칠 수 있을 정도의 사소한 것이어서 임차인의 사용·수익을 방해할 정도의 것이 아니라면 임대인은 수선의무를 부담하지 않지만, 그것을 수선하지 않으면 임차인이 계약에 의하여 정해진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할 수 없는 상태로 될 정도의 것이라면 임대인은 그 수선의무를 부담합니다(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34692, 94다34708 판결).

판례는 ‘임차인의 사용·수익을 방해할 정도’에 따라서 수선의무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판례는 주택에 발생한 누수, 벽의 균열, 보일러의 고장, 화장실, 주방 등의 수도 배관에 하자가 있는 경우, 누수 등으로 인한 벽지오염 등에는 ‘임차인의 사용·수익을 방해할 정도’를 인정하는 경향이 강하고,

문이나 시정장치의 파손, 형광등 교체, 흡연으로 인한 벽지 오염, , 압정이나 핀 등의 작은 구멍 자국 등 소규모 수선이 필요한 경우에는 ‘사용·수익을 방해할 정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임대차계약서 기타 특약에 의하여 수선의무를 임차인에게 지우는 것도 가능하지만, 판례는 수선의무를 임차인이 지도록 하는 경우 수선의무의 범위를 명시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규모의 수선은 여전히 임대인이 부담한다고 하였습니다(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34692 판결).

임대인, 임차인 양자에게 모두 인정되는 의무 불이행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임대인은 임대차 보증금에서 해당 손해비용을 공제하거나, 청구할 수 있고,

임차인은 그에 해당하는 차임상당의 금원을 상계하거나, 임대차계약을 해지 및 임대인의 수선의무 불이행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임차인이 직접 수선을 한 경우 임대인에게 청구도 가능합니다.

지금까지 임대목적물 수리비의 부담 주체와 범위를 알아보았습니다. 임대차계약 당사자의 의무와 권리를 알고 있다면, 갈등을 줄일 수 있고, 부당한 요구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거절의사를 통지할 수 있습니다. 해당 문제는 손해배상 문제에서부터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수선의무 기준을 이해하고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에 대한 준비를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