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입점 약정과 계약의 해제

명도만 생각합니다.

법무법인 명도, 정현종 변호사입니다.

상가를 분양받을 때,

그 상가가 있는 건물 내에

특정 상가를 입점시켜 주겠다고

약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약국의 경우,

병원과의 접근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약국을 운영할 목적으로

상가를 분양받을 경우,

분양주로부터 건물에 병원을

입점시켜 주겠다고 약속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런데 애초의 약정과 달리

분양주가 건물에 병원을 입점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곤 합니다.

그 경우의 법률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아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약사인 A는 약국을 운영할 목적으로

B회사로부터 상가를 분양받기로 하면서,

건물에 병원 3개가 입점해야 분양계약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약정하였습니다.

이에 A는 약국을 운영하면서

건물에 병원 3개의 입점으로 인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여

프리미엄까지 지급하였습니다.

그런데 위 특약에는 언제까지 병원을

입점 시키겠다는 내용이 없었습니다.

그 후 A가 B회사에

계약금 및 제1회 중도금을

지급하였음에도

그 때까지 건물에 병원이

입점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불안해진 A는 결국 B회사에

병원을 입점시킨다는 약정을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계약을 없던 걸로 하고

계약금을 반환해 주거나,

아니면 해결방안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하며 만약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나머지 중도금과 잔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취지를

통보하였습니다.

그러나 B회사는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않았고,

이에 A는 B회사에

분양계약 해제를 통지하였는데,

B회사는 A에 대하여

중도금 및 잔금지급의무를

위반하였다면서 해제 통지를 하였습니다.

위 사례에서

분양계약 해제의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가에 따라

B회사가 계약금을 몰수할 수 있는지,

아니면 A가 B회사로부터

계약금 배액을 받을 수

있는지가 결정되는데요.

이에 관하여 하급심은

“병원 입점은 반드시 건물 완공 후의

현실적 입주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과의 분양계약 체결까지

포함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특약사항의 의미는 적어도

위 분양권의 양도잔대금

제1회 중도금의 지급기일까지는

의료시설 3개 과에 대한

분양계약이 체결되거나

그에 대한 보장이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아니하면

원고에게 계약해지권을 유보하기로

한 약정이라고 해석되므로

이 사건 분양권양도계약은

위 유보된 계약해지권의 행사에 따라

해지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가사 그렇지 않다 해도

특약사항에서 정한 의료시설의 입점은

이 사건 분양권양도계약의 체결 여부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계약조건에

해당하는 것임에도

그 실현 여부가 매우 불투명한 이상

원고로서는 민법 제536조 제2항 및

신의칙을 근거로 의료시설 입점의 보장과

위 양도잔대금 등 지급과의

동시이행을 주장하거나,

위 유보된 계약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여 사실상 A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서울고등법원 2005. 2. 4. 선고 2004나38015 판결)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는데요.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대법원 2005. 6. 24. 선고 2005다17501 판결

‘입점’의 의미에

‘분양계약의 체결’까지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특약사항에는

“의료시설 3개 과 이상을

입점시키기로 하는 약속”

즉 의료시설의 입점(분양계약의 체결 포함)을

보장한다는 취지만 담겨 있을 뿐

나아가 그 약속의 이행기한에 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는 이상

특약사항 자체에서

그 의무이행의 약정시한을

찾는 것은 부적절하다 할 것이고,

당사자의 합리적 의사해석에

비추어 병원 입점 의무의 이행기한을

제1회 중도금 지급기일로 볼 수 없다.

특약사항의 의료시설 입점의무의

이행이 제1회 중도금 지급시점까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이상,

분양대금 지급의무가

위 입점의무에 앞서는

선이행의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즉, B회사가 언제까지 병원을

입점시키겠다고 약정하지 아니한 이상

A는 B회사에 나머지 중도금 및 잔금을

먼저 지급할 의무가 있는 것이고,

이를 A가 지급하지 않았으므로

계약 해제의 귀책사유는

A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특약사항에 기한이 명시되어

병원 입점 약속을 하였다면

위 대법원의 판단은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다른 상가 입점 조건으로

분양계약을 체결하고자 한다면,

언제까지 입점시켜야

한다는 점을 명백히 하고

이를 기재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