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갱신과 채권자의 대위 명도

명도만 생각합니다.

법무법인 명도의 정민경변호사입니다.

지난 8월 대법원에서

채권자 대위명도소송과 관련된

눈여겨볼 만한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제정되기 전부터

임차인의 채권자가

자신의 채권 만족을 위해

임대인을 대위하여

건물의 명도를 청구하는,

일명 대위명도소송이

가능하다고 해석되어 왔고,

임대인의 해지권도

일신전속권이 아니어서

대위하여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왔습니다. 

문제는 임대차보호법이

강화됨에 따라

묵시적 갱신, 갱신거절 기간 등과 같은

강행규정이 생겼다는데 있습니다.

이번 판결의 원고는

임차인의 채권자로

피고에게 7,000여만 원을

대여하면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에

근질권을 설정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임차인인 피고는

한국주택공사 소유의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임대차기간은 2018. 1. 31.까지로

하였습니다.

피고는 원고로부터

전세자금 대출계약을 체결하면서

대출기간 종료로

대출금을 즉시 변제해야 할 때는

아파트를 임대인인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즉시 넘긴다고 정하였고,

임대차계약을 연장하거나,

갱신하는 경우에 반드시

원고의 동의를 받기로

하였습니다.

피고는 한국주택공사와

임대차기간을 갱신하였고,

원고는 피고가 대출약정 기간이

만료해도 돈을 갚지 않자

임대인인 한국주택공사를

대위하여 건물인도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원심은 임대차계약이

기간 만료로 종료하였고,

질권자인 원고는

민법 제353조 제1항에 따라

질권의 목적이 된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제3채무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직접 청구할 수 있으며,

위 채권의 보전을 위하여

채권자대위권을 행사,

임대인인 한국토지주택공사를 대위하여

임차인인 피고에게 아파트의

인도를 구할 수 있으므로

임차인인 피고는 임대인인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아파트를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민간임대주택법의 적용을 받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하여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제1, 2항에 따라

임대차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되는 경우

당사자가 별도로 임대차기간을

2년 이상으로 정하기로

약정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임대차기간은 2년이 된다고

보아야 하고,

임대인은

민간임대주택법 시행령 제35조

내지 임대차계약의 갱신거절 등에 관한

표준임대차계약서 해당 조문의 각 호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라야 그 임대차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거나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거절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아니한 경우에는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원하는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거절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이 사건 임대차는

2018. 1. 31.에 종료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판시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는

피고에게 갱신거절을 한

사실이 없고

오히려 임대차기간인

2020. 1. 31.까지라고 기재된

계약사실확인원을 지적하면서

임대인으로서 2018. 1. 31.로

종료될 예정이던

임대차계약에 대한 갱신거절을

더 이상 주장할 수 없게

되었다고 보았습니다.

채권자대위권은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므로,

제3채무자는 채무자에 대하여

가지는 모든 항변사유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으나,

채권자는 채무자 자신이

주장할 수 있는 사유의

범위 내에서 주장할 수 있을 뿐,

자기와 제3채무자 사이의

독자적인 사정에 기한 사유를

주장할 수는 없으므로

이 사건 임대차기간이

갱신된 이상 원고가

임대인을 대위하여

인도를 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임대차보호법, 민간임대주택법 등이

정하는 강행규정에 따라

임대차계약이 갱신되었다면

채권자는 임대인을 대위하여

인도를 청구할 수 없다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즉, 채권자의 대위명도소송은 가능하지만

소송 전에 임대인이

법률이 정하는 요건에 따라

갱신거절이나 해지 등을

하였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임대인의 갱신거절권이

해지권과 같이 대위하여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인지에 대한

판단은 없지만

해지권과 달리 해석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채권자가

대위명도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임대차보호법이 정하는

요건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