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임상당의 부당이득

  명도만 생각합니다. 법무법인 명도의 정민경변호사입니다.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었음에도 임차인이 임대차목적물을 반환하지 않은 채 계속 사용･수익하는 경우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반환받을 보증금이 없는 등 임차인에게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없는 경우 부당이득이 아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는 점에 관하여는 이미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문제는 부당이득 또는 손해배상으로 얼마를 청구할 수 있는지입니다. 임대차계약의 종료로 건물인도소송을 제기할 때, 차임상당의 부당이득을 청구하면서 부당이득액으로 임대차계약상 약정한 차임을 청구하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법원은 부당이득액에 대한 별도의 입증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부당이득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부당이득 당시의 실제차임액수를 심리하고 기준을 삼을 수도 있고, 약정 차임을 기준으로 산정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대법원 2018. 7. 11. 선고 2018다200518 판결 참조).

건물인도등청구의소

[대법원 2018. 7. 11., 선고, 2018다200518, 판결] 

【판시사항】

[1]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임차물을 전대한 경우, 임대인과 임차인, 임차인과 전차인, 임대인과 전차인 사이의 법률관계 및 민법 제630조 제1항에 따라 전차인이 임대인에 대하여 직접 부담하는 의무의 범위

[2] 전대인과 전차인이 전대차계약의 내용을 변경함으로써 민법 제630조 제1항에 따라 전차인이 임대인에 대하여 직접 부담하는 의무의 범위가 변경된 경우, 전차인이 변경된 전대차계약의 내용을 임대인에게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전대인과 전차인이 전대차계약상의 차임을 감액한 경우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 그 경우 임대차종료 후 전차인이 임대인에게 반환하여야 할 차임 상당 부당이득액을 산정하면서 부당이득 당시의 실제 차임액수가 아닌 약정 차임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 변경된 차임을 기준으로 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3] 전차인이 전대인에게 차임을 지급한 사정을 들어 임대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경우

【판결요지】

[1]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임차물을 전대한 경우,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종전 임대차계약은 계속 유지되고(민법 제630조 제2항), 임차인과 전차인 사이에는 별개의 새로운 전대차계약이 성립한다. 한편 임대인과 전차인 사이에는 직접적인 법률관계가 형성되지 않지만, 임대인의 보호를 위하여 전차인이 임대인에 대하여 직접 의무를 부담한다(민법 제630조 제1항).

이 경우 전차인은 전대차계약으로 전대인에 대하여 부담하는 의무 이상으로 임대인에게 의무를 지지 않고 동시에 임대차계약으로 임차인이 임대인에 대하여 부담하는 의무 이상으로 임대인에게 의무를 지지 않는다.

 [2] 전대인과 전차인은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전대차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 그로 인하여 민법 제630조 제1항에 따라 전차인이 임대인에 대하여 직접 부담하는 의무의 범위가 변경되더라도, 전대차계약의 내용 변경이 전대차에 동의한 임대인 보호를 목적으로 한 민법 제630조 제1항의 취지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차인은 변경된 전대차계약의 내용을 임대인에게 주장할 수 있다. 전대인과 전차인이 전대차계약상의 차임을 감액한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그 경우, 임대차종료 후 전차인이 임대인에게 반환하여야 할 차임 상당 부당이득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도, 부당이득 당시의 실제 차임액수를 심리하여 이를 기준으로 삼지 아니하고 약정 차임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라면, 전차인이 임대인에 대하여 직접 의무를 부담하는 차임인 변경된 차임을 기준으로 할 것이지, 변경 전 전대차계약상의 차임을 기준으로 할 것은 아니다.

 [3] 전차인은 전대차계약상의 차임지급시기 전에 전대인에게 차임을 지급한 사정을 들어 임대인에게 대항하지 못하지만, 차임지급시기 이후에 지급한 차임으로는 임대인에게 대항할 수 있고, 전대차계약상의 차임지급시기 전에 전대인에게 지급한 차임이라도, 임대인의 차임청구 전에 차임지급시기가 도래한 경우에는 그 지급으로 임대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

  본래 임대차계약상 차임액은 약정에 따른 금액이고 부당이득은 실제 이익이어서 부당이득 당시의 차임액수를 산정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나, 임대차계약상 차임은 당시의 부당이득액과 유사하다고 해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보증금 일부 또는 전부가 공제되었거나 시세 변동으로 임대차계약상 차임보다 실제 차임이 증가된 경우 부당이득을 청구하는 임대인 입장에서는 실제 부당이득을 반환받길 원하고, 이에 따라 소송절차에서 감정을 신청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와 같은 감정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임대차계약상 차임을 기준으로 부당이득을 판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 월차임을 매출 또는 수익의 일정 비율로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데요, 이 경우에도 약정 차임액을 부당이득액으로 산정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매출 또는 수익의 일정 비율을 차임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은 임대차목적물이 속한 건물의 영업환경이나 임대인의 영업관련 지원 등이 차임액 산정에 고려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순수한 건물 사용의 대가를 산정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실제 소송절차에서는 건물인도 소송을 제기하는 동시에 부당이득을 청구하는 임대인의 경우 감정절차 등으로 인해 소송이 지연되기 보다는 약정 차임을 지급받고 빠른 시일 안에 건물을 인도받기 원하는 경우가 많아 부당이득액 산정을 위한 감정을 진행하지 않고 약정 차임을 기준으로 부당이득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부당이득의 개념이 법률상 원인 없이 얻은 이득이기 때문에 계약상 차임이 부당이득액이 되기 위해서는 임대차계약 상 차임과 부당이득 당시의 차임상당액의 변화가 없다는 전제가 타당한 경우로 한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임대차보호법(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 제2항,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9조 제2항)은 임대차가 종료한 경우에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 임대차관계는 존속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임차인이 동일하게 임대차목적물을 사용한다면 부당이득이 아닌 계약상 차임을 청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제4조(임대차기간 등)

① 기간을 정하지 아니하거나 2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는 그 기간을 2년으로 본다. 다만, 임차인은 2년 미만으로 정한 기간이 유효함을 주장할 수 있다.

② 임대차기간이 끝난 경우에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는 임대차관계가 존속되는 것으로 본다.[전문개정 2008. 3. 21.]

제9조(임대차기간 등)

① 기간을 정하지 아니하거나 기간을 1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는 그 기간을 1년으로 본다. 다만, 임차인은 1년 미만으로 정한 기간이 유효함을 주장할 수 있다.

② 임대차가 종료한 경우에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는 임대차 관계는 존속하는 것으로 본다.[전문개정 2009. 1. 30.]

  부당이득반환 청구의 부당이득액은 이를 청구하는 사람이 입증하여야 하므로 임대차계약상 차임이 아닌 실제 부당이득액을 청구한다면 이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주장과 입증이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