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점유를 통한 유치권과 유치물 사용금지의무

(대법원 2019. 8. 14. 선고 2019다205329 판결)

명도만 생각합니다.

법무법인 명도의 정민경변호사입니다.

 유치권은 공사업자에게는 매우 강력한 권리인 반면에 남용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많은 문제가 제기되기도 하는 권리인데요, 최근 유치권과 관련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건물인도

[대법원 2019. 8. 14., 선고, 2019다205329, 판결] 

【판시사항】

유치권의 성립요건인 유치권자의 점유에 간접점유가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및 간접점유에서 점유매개관계를 이루는 임대차계약 등이 종료된 이후에도 직접점유자가 목적물을 점유한 채 이를 반환하지 않고 있는 경우, 점유매개관계가 단절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유치권의 성립요건인 유치권자의 점유는 직접점유이든 간접점유이든 관계없다. 간접점유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간접점유자와 직접점유를 하는 자 사이에 일정한 법률관계, 즉 점유매개관계가 필요한데, 간접점유에서 점유매개관계를 이루는 임대차계약 등이 해지 등의 사유로 종료되더라도 직접점유자가 목적물을 반환하기 전까지는 간접점유자의 직접점유자에 대한 반환청구권이 소멸하지 않는다. 따라서 점유매개관계를 이루는 임대차계약 등이 종료된 이후에도 직접점유자가 목적물을 점유한 채 이를 반환하지 않고 있는 경우에는, 간접점유자의 반환청구권이 소멸한 것이 아니므로 간접점유의 점유매개관계가 단절된다고 할 수 없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재건축조합이 재건축을 하는 과정에서 일반분양이 충분하지 못하여 채권자에게 채권을 변제하지 못하였고, 조합의 채권자가 신축 건물을 경매신청하기에 이르렀고, 경매절차에서 신축 건물을 낙찰받은 소유자가 점유자들에 대해 명도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재건축조합과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건물을 신축한 공사업자가 보조참가하여 유치권을 주장함으로써 유치권성립여부를 다툰 사건입니다.

  민법 제320조 제1항은 타인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점유한 자는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경우에는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유치할 권리가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320조(유치권의 내용)

①타인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점유한 자는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경우에는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유치할 권리가 있다.

②전항의 규정은 그 점유가 불법행위로 인한 경우에 적용하지 아니한다.

  즉, 유치권은 ① 타인의 물건(유가증권)일 것, ② 물건(유가증권)에 관하여 발생한 채권일 것, ③ 그 채권의 변제기가 도래할 것, ④ 점유할 것을 성립요건으로 합니다. 이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유치권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유치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위 요건이 매우 중요하고, 그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점유’입니다. 점유라는 것은 사실상의 지배를 의미하는데 사실상의 지배를 확인하는 것에는 상당히 어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점유는 직접점유도 있지만 다른 사람을 통해 점유하는 간접점유도 성립합니다. 이 사건도 유치권의 성립요건인 ‘점유’ 중 ‘간접점유’가 문제된 사건입니다. 우리 법원은 유치권의 성립요건인 유치권자의 점유는 직접점유이든 간접점유이든 관계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2. 11. 27.자 2002마3516 결정 등 참조).

부동산인도명령

[대법원 2002. 11. 27., 자, 2002마3516, 결정] 

【판시사항】

소유자의 동의 없이 유치권자로부터 유치권의 목적물을 임차한 자의 점유가 구 민사소송법 제647조 제1항 단서 소정의 '경락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권원'에 기한 것인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유치권의 성립요건인 유치권자의 점유는 직접점유이든 간접점유이든 관계없지만, 유치권자는 채무자의 승낙이 없는 이상 그 목적물을 타에 임대할 수 있는 처분권한이 없으므로( 민법 제324조 제2항 참조), 유치권자의 그러한 임대행위는 소유자의 처분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소유자에게 그 임대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고, 따라서 소유자의 동의 없이 유치권자로부터 유치권의 목적물을 임차한 자의 점유는 구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647조 제1항 단서에서 규정하는 '경락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권원'에 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예를 들어 건물을 건축한 건축업자가 건물주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여 건물을 점유하며 유치권을 행사하는 경우 그 건물을 직접 점유하지 않고 직원으로 하여금 점유하게 하거나 사용대차 등을 체결한 점유자가 점유하도록 하더라도 ‘간접점유’로써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신축 건물을 중 일부를 점유하고 있던 피고 중 1명은 유치권자인 공사업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여 점유하고 있었는데 차임을 연체하여 임대차계약이 해지되고 공사업자가 명도소송을 제기하여 무변론으로 승소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신축 건물의 낙찰자는 간접점유의 전제가 되는 ‘점유매개관계’가 단절되었끼 때문에 간접점유가 성립하지 않고 유치권도 소멸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간접점유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간접점유자와 직접점유를 하는 자 사이에 일정한 법률관계, 즉 점유매개관계가 필요한데, 간접점유에서 점유매개관계를 이루는 임대차계약 등이 해지 등의 사유로 종료되더라도 직접점유자가 목적물을 반환하기 전까지는 간접점유자의 직접점유자에 대한 반환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으므로 점유매개관계를 이루는 임대차계약 등이 종료된 이후에도 직접점유자가 목적물을 점유한 채 이를 반환하지 않고 있는 경우에는, 간접점유자의 반환청구권이 소멸한 것이 아니므로 간접점유의 점유매개관계가 단절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임대차계약 등이 해지되더라도 직접점유자는 간접점유자에게 건물을 인도할 계약상 의무가 남아있으므로 유치권전은 여전히 간접점유상태라는 것입니다. 이는 간접점유나 계약의 법리에 부합한 해석이라고 봅니다. 

  다만, 이 사건의 다른 상고이유인 민법 제324조 제2항의 유치물 사용금지의무에 관한 판단에 의문이 남습니다. 

제324조(유치권자의 선관의무)

①유치권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유치물을 점유하여야 한다.

②유치권자는 채무자의 승낙없이 유치물의 사용, 대여 또는 담보제공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유치물의 보존에 필요한 사용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유치권자가 전2항의 규정에 위반한 때에는 채무자는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

민법 제324조 제1항에서 유치권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유치물을 점유하여야 한다고 정하면서 같은 조 제2항은 채무자의 승낙없이 유치물의 사용, 대여 또는 담보제공을 하지 못하나 유치물의 보존에 필요한 사용은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한 경우 채무자는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는데요(같은 조 제3항), 이 사건에서 법원은 유치권자가 위 피고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건물을 점유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소유자의 승낙 없이 보존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사용하거나 대여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공사업자의 직원, 가족 또는 관계인, 관리인 등이 건물의 보존을 위해 건물에 거주하는 방법으로 점유하는 것은 보존에 필요한 사용이라 할 수 있겠으나,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것을 약정하고 이에 대한 차임을 지급받는 형태의 사용을 보존에 필요한 사용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민법 제324조의 취지와 유치권 남용이 문제되고 있는 현실을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