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소유자의 배타적 사용수익권 포기

명도만 생각합니다.

법무법인 명도, 정민경변호사입니다.

 사회가 변화하더라도 여전히 인적 관계를 중시하는 공동체가 유지되고, 공동을 위해 자기 소유의 부동산을 사용하도록 하는 경우가 존재합니다. 시간이 흘러 소유자가 소유권을 행사하고자 기존에 공동을 위해 제공한 부동산의 소유권을 행사하고자 할 경우 큰 분쟁이 발생하곤 합니다.

  이번 이야기는 토지 소유자가 그 소유의 토지를 이반 공중을 위한 용도를 제공한 경우 소유자의 권리제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원고는 지목이 전인 토지의 소유자이고, 피고는 이 토지에 우수관을 매설하고 관리하여 온 관청입니다. 원고는 1995년경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한 후 10여년의 시간이 경과한 후 이 사건 토지에 오수관이 매설된 사실을 알게 되었고, 오수관을 관리하는 피고에게 오수관을 철거하고 이 사건 소를 제기하기 5년 전부의 부당이득을 반환할 것을 청구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1심에서 토지소유자인 원고가 승소하였으나 항소심에서 패소하여 대법원에 상고하였는데요, 대법원은 소유권의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제한하는 법리가 쟁점인 만큼 전원합의체를 구성하여 판결하였습니다.

  소유권은 물권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권리라고 할 수 있는데요, 민법 제211조도 소유자는 법률의 범위 내에서 그 소유물을 사용, 수익, 처분할 권리가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제211조(소유권의 내용) 소유자는 법률의 범위내에서 그 소유물을 사용, 수익, 처분할 권리가 있다.

 물건의 독점적이고 배타적 사용･수익권은 소유권의 대표적인 특성인데, 그 동안 대법원은 판례를 통해 토지 소유자 스스로 그 소유의 토지를 일반 공중을 위한 용도로 제공한 경우에 그 토지에 대한 소유자의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의 행사가 제한된다는 법리를 확립하여 왔습니다. 이 법리는 토지의 원소유자가 제공하였다면 그의 상속인이나 이를 매수한 특정승계인에게까지 미친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위 법리를 유지하였는데요, 토지 소유자의 소유권 보장과 공공의 이익 사이의 비교형량을 한 결과, 소유자가 그 토지에 대한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토지 소유자는 그 타인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고, 토지의 인도 등을 구할 수도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다만, 토지이용상태에 중대한 변화가 생기는 등으로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의 행사를 제한하는 기초가 된 객관적인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고, 소유자가 일반 공중의 사용을 위하여 그 토지를 제공할 당시 이러한 변화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사용·수익권 행사가 계속하여 제한된다고 보는 것이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토지 소유자는 그와 같은 사정변경이 있은 때부터는 다시 사용·수익 권능을 포함한 완전한 소유권에 기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하여 사정변경이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소유자에게 위 권리가 인정된다고 해석하였습니다.

  대법원의 해석에 따르면 할아버지께서 과거에 마을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토지를 사용할 수 있게 하였다면 오랜 시간이 흘러 손자가 상속으로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더라도 손자는 토지의 사용권을 주장하거나 마을에 부당이득을 구할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한 번 편의를 제공한 것이 영원히 계속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대법관 중 소수도 이와 같은 법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대법관의 다수가 인정한 법리는 소유권을 이루는 권능의 일부포기라는 점에서 소유권의 본질에 반하고, 영구적 제한물권의 설정과 같은 결과로 물권법정주의라는 우리 법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 일반 공중의 통행 등으로 소유자가 코지를 사용･수익할 수 없다면 이는 금전적인 보상이 필요한 특별한 희생에 해당하는데, 국가 지방자치단체에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배척하게 되면 이는 실질적으로 보상 없는 수용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헌법에 반한다고도 하였습니다.

  그 밖에도 법률에 근거 없이 물권을 제한한다거나 토지를 사용하게 하는 것이 사용･수익권 자체를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사용대차 등과 같은 채권적 효력을 대세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사실 다수의견을 검토해보면 토지소유자의 배타적 사용･수익권의 포기라는 법리의 근거는 ‘공공의 이익’이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공공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배타적 사용･수익권의 포기라거나 신의칙 등의 법리를 구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공공의 이익을 위해 토지를 제공하여 대대적인 공중시설을 설치하였는데 짧은 시간 안에 소유자가 변경되는 등으로 시설을 철거하여야 한다면 사회적으로 큰 소실을 초래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우려 때문에 소유자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하지 않을까합니다. 민법은 토지사용을 제한하는 다양한 제한물권을 인정하고 있고, 이런 제한물권을 설정하는 것이 실무상 한계가 있다고 한다면 적어도 토지를 사용이 제한되는 기간을 정하고 그 기간 동안 적절한 보상을 하는 것이 우리 법의 체계나 국민의 신뢰에 부합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어쨌든 이런 소유자의 배타적 사용･수익권의 포기라는 법리가 적용되는 이상 부동산, 특히 토지를 매수할 때에는 공공을 위한 시설이 지하 또는 지상에 설치되어 있지 않은지 꼼꼼히 검토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