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소전화해의 한계

명도만 생각합니다.

법무법인 명도, 정민경변호사입니다.

 최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제소전화해절차를 진행하기로 하기로 약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소전화해는 재판상 화해절차의 하나로 민사분쟁이 소송으로 발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소제기 전 법원에 화해신청을 하는 절차(이시윤, 신민사소송법 참조)로, 민사소송법 제385조 제1항은 민사상 다툼에 관하여 당사자는 청구의 취지･원인과 다투는 사정을 밝혀 상대방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지방법원에 화해를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제385조(화해신청의 방식)

①민사상 다툼에 관하여 당사자는 청구의 취지ㆍ원인과 다투는 사정을 밝혀 상대방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지방법원에 화해를 신청할 수 있다.

②당사자는 제1항의 화해를 위하여 대리인을 선임하는 권리를 상대방에게 위임할 수 없다.

③법원은 필요한 경우 대리권의 유무를 조사하기 위하여 당사자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의 출석을 명할 수 있다.

④화해신청에는 그 성질에 어긋나지 아니하면 소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제소전화해도 화해의 한 종류인 이상 ‘민사상 다툼’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요, 현실에서 제소전화해가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경우가 임대차계약 후 건물인도에 관한 화해라는 점에서 임대차계약 직후가 과연 ‘민사상 다툼’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가 의문입니다.

  실제로 임대차계약을 작성한 후 계약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하는 제소전화해조서는 단순히 공정증서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습니다. 이런 비판에 따라 제소전화해 절차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건물·토지·특정동산의 인도 등의 공증에 관한 규정이 제정되었습니다(공증인법 제56조의3 참조).

제56조의3(건물ㆍ토지ㆍ특정동산의 인도 등에 관한 법률행위의 공증 등)

① 공증인은 건물이나 토지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동산의 인도 또는 반환을 목적으로 하는 청구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승낙하는 취지를 기재한 공정증서를 작성할 수 있다. 다만, 임차건물의 인도 또는 반환에 관한 공정증서는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임대차 관계 종료를 원인으로 임차건물을 인도 또는 반환하기 전 6개월 이내에 작성되는 경우로서 그 증서에 임차인에 대한 금원 지급에 대하여도 강제집행을 승낙하는 취지의 합의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만 작성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공정증서 작성을 촉탁할 때에는 어느 한 당사자가 다른 당사자를 대리하거나 어느 한 대리인이 당사자 쌍방을 대리하지 못한다.

③ 제1항에 따른 공정증서는 「민사집행법」 제56조에도 불구하고 강제집행의 집행권원으로 본다.

④ 제3항에 따라 집행권원으로 보는 증서에 대한 집행문은 그 증서를 보존하는 공증인이 그 공증인의 사무소가 있는 곳을 관할하는 지방법원 단독판사의 허가를 받아 부여한다. 이 경우 지방법원 단독판사는 허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하여 필요하면 당사자 본인이나 그 대리인을 심문할 수 있다.

[본조신설 2013. 5. 28.]

[종전 제56조의3은 제56조의4로 이동  <2013. 5. 28.>]

  그러나 건물 등 인도에 관한 공증은 집행문부여를 위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하기에 여전히 임대차계약에서 제소전화해의 활용은 증가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하여 법원의 입장일 일관적이지 않아 많은 혼란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규정에 따르면 화해는 ‘민사상 다툼’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그 요건에 있어서 현재 다툼이 있어야 가능(현실분쟁설)한 것인지 아니면 장래에 분쟁이 발생이 가능한 경우에도 가능(장래분쟁설)한 것인지에 관하여 견해가 나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임대차계약 후 신청한 다수의 제소전화해신청에 대해 그 성립을 용인함으로써 장래분쟁설과 같은 입장을 취하는 듯하면서도 일부 사건에 있어서는 분쟁이 현존하지 않다는 이유를 각하를 하기도 합니다. 

  결국 이와 같은 ‘각하’를 방지하기 위해 실제 분쟁이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신청서에 ‘분쟁이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언급하여 제소전화해를 신청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제소전화해가 분쟁을 전제하고 있음에도 임대차계약에 따른 제소전화해를 폭넓게 인정함에 따라 법원의 제소전화해에 관한 업무는 증가하고 있고 진정으로 제소전화해가 필요한 사건의 화해가 성립하기까지 소송에 맞먹는 시간이 소요되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기준으로 제소전화해신청서를 제출하고 화해기일이 지정되기까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0개월 이상 소요됩니다. 이는 소송을 제기하여 조정 등 기타 화해에 이르는 기간과 다르지 않은 시간입니다. 제소전화해가 민사분쟁이 소송으로 발전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마련된 제도라면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화해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는데, 법원 또한 재판상 화해가 성립되면 가령 그 내용이 강행법규에 위배된 경우라 하더라도 그것은 단지 재판상화해에 하자가 있음에 지나지 아니하여 재심의 절차에 의하여 구제를 받는 것은 별문제로 하고 그 화해조서를 무효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대법원 1987. 10. 13. 선고 86다카2275 판결)는 입장입니다.

소유권이전등기

[대법원 1987. 10. 13., 선고, 86다카2275, 판결] 

【판시사항】

가. 강제법규에 위반된 화해조서의 효력

나. 피담보채무의 전액변제를 내세워 담보부동산에 관한 등기말소를 구하는 소의 청구취지

【판결요지】

가. 민사소송법 제206조 소정의 재판상의 화해가 성립되면 가령 그 내용이 강행법규에 위배된 경우라 하더라도 그것이 단지 재판상화해에 하자가 있음에 지나지 아니하여 재심의 절차에 의하여 구제받는 것은 별문제로 하고 그 화해조서를 무효라고 주장할 수는 없는 것이며 이 법리는 민사소송법 제355조에 의한 화해에 관하여서도 같다.

나. 채무자가 피담보채무의 전액변제를 내세워 가등기와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절차의 이행을 청구하면서 채무자가 원리금이라고 주장하는 금액을 변제공탁하였으나 채무액에 관한 견해차이로 채무전액을 소멸시키지 못하고 잔존채무가 남아 있음이 밝혀진 경우라면 채무자의 청구 중에는 확정된 잔존채무를 변제하고 위 각 등기의 말소를 청구한다는 취지도 포함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동시에 재판상 화해는 순수한 소송행위로서 사법상의 화해와는 달리 사기나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없다는 등으로 그 법적 성질을 소송행위로 해석(대법원 1962. 5. 31. 선고 4293민재6 판결, 대법원 1979. 5. 15. 선고 78다1094 판결 등 참조)로 판시함으로써 소송상 법률관계를 확정시키고 소송을 종결시키는 것으로만 보고 있습니다. 

양도소득세부과처분취소

[대법원 2013. 11. 21., 선고, 2011두1917, 전원합의체 판결] 

【판시사항】

공유물분할의 소송절차 또는 조정절차에서 공유자 사이에 공유토지에 관한 현물분할의 협의가 성립하여 조정이 성립한 경우, 물권변동의 효력 발생 시기

【판결요지】

[다수의견] 공유물분할의 소송절차 또는 조정절차에서 공유자 사이에 공유토지에 관한 현물분할의 협의가 성립하여 그 합의사항을 조서에 기재함으로써 조정이 성립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재판에 의한 공유물분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즉시 공유관계가 소멸하고 각 공유자에게 그 협의에 따른 새로운 법률관계가 창설되는 것은 아니고, 공유자들이 협의한 바에 따라 토지의 분필절차를 마친 후 각 단독소유로 하기로 한 부분에 관하여 다른 공유자의 공유지분을 이전받아 등기를 마침으로써 비로소 그 부분에 대한 대세적 권리로서의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관 민일영의 반대의견] 공유물분할의 소에서 공유부동산의 특정한 일부씩을 각각의 공유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으로 현물분할하는 내용의 조정이 성립하였다면, 그 조정조서는 공유물분할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것으로서 민법 제187조 소정의 ‘판결’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조정이 성립한 때 물권변동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소유권이전등기말소

[대법원 1979. 5. 15., 선고, 78다1094, 판결] 

【판시사항】

가. 소송상의 화해를 사기나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는지 여부

나. 민사소송법 제422조 제1항 제5호 소정의 " 형사상 처벌 받을 타인의 행위" 가 소송상 화해에 대한 준재심사유가 되기 위한 요건

【판결요지】

1. 소송상의 화해는 소송행위로서 사법상의 화해와는 달리 사기나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는 없다.

2. 민사소송법 제422조 제1항 제5호 소정의 형사상 처벌 받을 타인의 행위로 인한 사유가 소송상의 화해에 대한 준재심사유로 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당사자가 화해의 의사표시를 하게 된 직접적 원인이 된 경우에 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화해절차에서 강행법규를 위반하는 내용의 화해문구를 빼거나 변경할 것을 권고하는 등 화해계약인 것과 같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소전화해가 힘 있는 자의 의도대로 악용되는 현실을 고려한 방법일 것입니다.

  이런 추세 때문인지 2013년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로 공유물분할 조정은 재판상 분할이 아닌 협의분할과 마찬가지라고 하여 공유관계소멸의 창설적 효력을 부정하는 등의 입장을 취하기도 하였습니다.

  제소전화해가 이토록 남용,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면 그 실질이 ‘화해’인지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는 등 법원의 입장이 정리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또, ‘화해’는 법원의 양자택일이 아닌 당사자의 이익과 의사에 부합하는 분쟁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이상 합의 내용이 강행규정에 위반하는지 여부가 아니라 강행규정으로 규정된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협의가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목적에 부합하는 제도의 운영이 아닐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