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임대인의 갱신거절

(서울서부지방법원 2018. 4. 11. 선고 2016가단244746, 2017가단229829 판결)

  명도만 생각합니다.

법무법인 명도, 정민경변호사입니다.

 최근 상속 등으로 건물의 소유자가 여러 명으로 그 중 한 명이 건물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때, 그 한 명은 법률행위를 할 때 상당히 유의하여야 하는데요, 이번 이야기는 이와 관련하여 법무법인 명도가 수행한 명도 및 권리금 소송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임차인인 피고는 2004년경 임대인인 원고들은 부친과 최초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이후 원고들이 상속으로 상가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후 보증금 1,900만 원, 월차임 100만 원으로 임대차계약을 갱신하였다가 2015. 9. 15.부터 2016. 9. 14.까지 보증금 3,900만 원, 월차임 210만 원으로 다시 갱신하였습니다. 2016. 7. 13. 원고 중 1명은 피고에게 임대차계약 갱신거절의 의사를 통지하였고, 이에 대해 피고는 시설비 등을 보상해주든지, 재계약을 해주든지,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 권리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취지의 답변을 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건물명도 소송을 제기하였고, 이에 대해 피고는 반소로 권리금회수기회방해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쟁점이 된 것은 원고 중 1명이 피고에게 한 갱신거절 통지의 효력이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이 사건 건물은 상속으로 소유자가 3명으로 변경되었는데, 이 중 한 명이 건물의 관리를 맡아서 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임대차계약은 소유자가 체결한다는 관행에 따라 소유자 3명 전부가 당사자가 되어 체결하였는데요, 이로 인해 건물을 관리하는 사람은 1명이지만 임대인인 계약 당사자는 3명이라는 차이가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건물을 관리하는 원고 중 1명이 현명없이 개인의 이름으로 갱신거절을 하였다는 점에 있습니다. 피고는 임대인 전원이 아닌 1명이 갱신거절 통지를 한 것이어서 무효이므로 임대차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되었다고 주장하였기 때문입니다.

  해지에 관하여 우리 법원은, 민법 제547조 제1항은 “당사자의 일방 또는 쌍방이 수인인 경우에는 계약의 해지나 해제는 그 전원으로부터 또는 전원에 대하여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제547조(해지, 해제권의 불가분성)

①당사자의 일방 또는 쌍방이 수인인 경우에는 계약의 해지나 해제는 그 전원으로부터 또는 전원에 대하여 하여야 한다.

②전항의 경우에 해지나 해제의 권리가 당사자 1인에 대하여 소멸한 때에는 다른 당사자에 대하여도 소멸한다.

 여러 사람이 공동임대인으로서 임차인과 하나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민법 제547조 제1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특약이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동임대인 전원의 해지의 의사표시에 따라 임대차계약 전부를 해지하여야 하고, 이러한 법리는 임대차계약의 체결 당시부터 공동임대인이었던 경우뿐만 아니라 임대차목적물 중 일부가 양도되어 그에 관한 임대인의 지위가 승계됨으로써 공동임대인으로 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2다5537 판결)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건물명도등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2다5537, 판결] 

【판시사항】

여러 사람이 공동임대인으로서 임차인과 하나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경우, 공동임대인 전원의 해지의 의사표시에 따라 임대차계약 전부를 해지하여야 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이러한 법리는 임대차목적물 중 일부가 양도되어 임대인의 지위가 승계됨으로써 공동임대인으로 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민법 제547조 제1항은 “당사자의 일방 또는 쌍방이 수인인 경우에는 계약의 해지나 해제는 그 전원으로부터 또는 전원에 대하여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여러 사람이 공동임대인으로서 임차인과 하나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민법 제547조 제1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특약이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동임대인 전원의 해지의 의사표시에 따라 임대차계약 전부를 해지하여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임대차계약의 체결 당시부터 공동임대인이었던 경우뿐만 아니라 임대차목적물 중 일부가 양도되어 그에 관한 임대인의 지위가 승계됨으로써 공동임대인으로 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민법 제547조는 해지와 해제권의 불가분성을 정하는 규정인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 갱신거절이나 갱신요구에 관하여 이와 같은 정함이 없어 이 사건에서 문제된 갱신거절의 의사를 표시함에 있어서 이에 해지의 불가분성에 관한 규정을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는 하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갱신거절의 의사는 그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경우 묵시적으로 갱신되고 현실에서 해지의 의사 통지로 이를 갈음하는 경우에 비추어 보았을 때, 갱신거절 또한 불가분하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임대차계약의 성격이나 보증금반환채무가 성질상 불가분채무라고 해석하는 법원의 해석에 비추어보았을 때 법원은 이와 같이 해석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 중 1명이 갱신거절통지를 하였는데, 위와 같은 해석이 적용된다면 원고 중 1명의 갱신거절은 효력이 없고, 임대차계약은 피고의 주장과 같이 묵시적으로 갱신되게 됩니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갱신거절의 의사를 통지한 원고 중 1명은 평소 단독으로 건물을 관리하여 왔고, 원고들 전원이 임대차계약이 종료되기 1개월 전 이 사건 명도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임대인 전원의 갱신거절의사 통지가 인정되었습니다.

  결국 법원은 다수 당사자 간의 임대차계약에 있어서 갱신거절은 전원이 하여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 판단하지 않았으나, 이 사건에서 우리가 유의할 점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임대인이 다수인 경우 임대인 전원이 갱신거절 등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정하는 다양한 법률행위를 하여야 그 효력여부가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만약 임대인 중 1명이 다른 임대인들의 위임을 받아 법률행위를 하는 것이라면, 대리권을 밝히며 의사를 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사건은 갱신거절의 효력 문제만이 아니라 권리금도 중요한 쟁점이 되었는데요, 다음 이야기에서 이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