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권등기와 소멸시효

(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7다226629 판결)

  명도만 생각합니다.

 법무법인 명도, 정민경변호사입니다.

 지난 이야기에서 소액사건에 해당하는 보증금반환청구 소송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는데요, 같은 사건에서 쟁점이 되었던 임차권등기와 소멸시효 중단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보증금반환청구의소

[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7다226629, 판결] 

【판시사항】

[1] 소액사건에 관하여 상고이유로 할 수 있는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라는 요건을 갖추지 않았지만 대법원이 실체법 해석·적용의 잘못에 관하여 판단할 수 있는 경우

[2]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에서 정한 임차권등기명령에 따른 임차권등기에 민법 제168조 제2호에서 정하는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에 준하는 효력이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소액사건에서 구체적 사건에 적용할 법령의 해석에 관한 대법원 판례가 아직 없는 상황에서 같은 법령의 해석이 쟁점으로 되어 있는 다수의 소액사건들이 하급심에 계속되어 있을 뿐 아니라 재판부에 따라 엇갈리는 판단을 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경우에는, 소액사건이라는 이유로 대법원이 법령의 해석에 관하여 판단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한다면 국민생활의 법적 안전성을 해칠 것이 우려된다. 따라서 이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액사건에 관하여 상고이유로 할 수 있는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의 요건을 갖추지 않았더라도 법령해석의 통일이라는 대법원의 본질적 기능을 수행하는 차원에서 실체법 해석·적용의 잘못에 관하여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2]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에서 정한 임차권등기명령에 따른 임차권등기는 특정 목적물에 대한 구체적 집행행위나 보전처분의 실행을 내용으로 하는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과 달리 어디까지나 주택임차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취득하거나 이미 취득한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유지하도록 해 주는 담보적 기능을 주목적으로 한다. 비록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임차권등기명령의 신청에 대한 재판절차와 임차권등기명령의 집행 등에 관하여 민사집행법상 가압류에 관한 절차규정을 일부 준용하고 있지만, 이는 일방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법원이 심리·결정한 다음 등기를 촉탁하는 일련의 절차가 서로 비슷한 데서 비롯된 것일 뿐 이를 이유로 임차권등기명령에 따른 임차권등기가 본래의 담보적 기능을 넘어서 채무자의 일반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보전하기 위한 처분의 성질을 가진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임차권등기명령에 따른 임차권등기에는 민법 제168조 제2호에서 정하는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에 준하는 효력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 3은 임차권등기명령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데요, 1981년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제정되고 약 10년 후 처음 임차권등기명령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제3조의3(임차권등기명령)

 ① 임대차가 끝난 후 보증금이 반환되지 아니한 경우 임차인은 임차주택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ㆍ지방법원지원 또는 시ㆍ군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개정 2013. 8. 13.>

② 임차권등기명령의 신청서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적어야 하며, 신청의 이유와 임차권등기의 원인이 된 사실을 소명(疎明)하여야 한다.  <개정 2013. 8. 13.>

1. 신청의 취지 및 이유

2. 임대차의 목적인 주택(임대차의 목적이 주택의 일부분인 경우에는 해당 부분의 도면을 첨부한다)

3. 임차권등기의 원인이 된 사실(임차인이 제3조제1항ㆍ제2항 또는 제3항에 따른 대항력을 취득하였거나 제3조의2제2항에 따른 우선변제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그 사실)

4. 그 밖에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사항

③ 다음 각 호의 사항 등에 관하여는 「민사집행법」 제280조제1항, 제281조, 제283조, 제285조, 제286조, 제288조제1항ㆍ제2항 본문, 제289조, 제290조제2항 중 제288조제1항에 대한 부분, 제291조 및 제293조를 준용한다. 이 경우 "가압류"는 "임차권등기"로, "채권자"는 "임차인"으로, "채무자"는 "임대인"으로 본다.

1. 임차권등기명령의 신청에 대한 재판

2. 임차권등기명령의 결정에 대한 임대인의 이의신청 및 그에 대한 재판

3. 임차권등기명령의 취소신청 및 그에 대한 재판

4. 임차권등기명령의 집행

④ 임차권등기명령의 신청을 기각(棄却)하는 결정에 대하여 임차인은 항고(抗告)할 수 있다.

⑤ 임차인은 임차권등기명령의 집행에 따른 임차권등기를 마치면 제3조제1항ㆍ제2항 또는 제3항에 따른 대항력과 제3조의2제2항에 따른 우선변제권을 취득한다. 다만, 임차인이 임차권등기 이전에 이미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그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은 그대로 유지되며, 임차권등기 이후에는 제3조제1항ㆍ제2항 또는 제3항의 대항요건을 상실하더라도 이미 취득한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상실하지 아니한다.  <개정 2013. 8. 13.>

⑥ 임차권등기명령의 집행에 따른 임차권등기가 끝난 주택(임대차의 목적이 주택의 일부분인 경우에는 해당 부분으로 한정한다)을 그 이후에 임차한 임차인은 제8조에 따른 우선변제를 받을 권리가 없다.

⑦ 임차권등기의 촉탁(囑託), 등기관의 임차권등기 기입(記入) 등 임차권등기명령을 시행하는 데에 필요한 사항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  <개정 2011. 4. 12.>

⑧ 임차인은 제1항에 따른 임차권등기명령의 신청과 그에 따른 임차권등기와 관련하여 든 비용을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

⑨ 금융기관등은 임차인을 대위하여 제1항의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제3항ㆍ제4항 및 제8항의 "임차인"은 "금융기관등"으로 본다.  <신설 2013. 8. 13.> [전문개정 2008. 3. 21.]

 본래 민법 제621조 제1항은 부동산임차인은 당사자 간에 반대약정이 없으면 임대인에 대하여 그 임대차등기절차에 협력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임대차 등기에 관하여 정하고 있습니다.

제621조(임대차의 등기) 

①부동산임차인은 당사자간에 반대약정이 없으면 임대인에 대하여 그 임대차등기절차에 협력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②부동산임대차를 등기한 때에는 그때부터 제삼자에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

 문제는 임대인의 협조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임대인이 동의하지 않는 한 임차인은 임대차를 등기할 수 없고, 부동산임대차는 등기한 때부터 제3자에 대하여 효력이 생기기 때문에 현실에 거의 적용되지 않는 규정이 되어 왔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정하는 대항력은 전입과 점유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이사를 하거나 전입을 이전하는 순간 대항력을 상실하고 제3자에 대항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임대인이 승낙하지 않는 한 임대차를 등기할 수 없기 때문에 매우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임차인에게 대항력을 인정하였으나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득이 이사를 해야 하는 경우 임차인이 대항력을 상실하게 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차인이 단독으로 신청하여 임차권을 등기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임차권등기명령신청은 신청의 취지 및 이유, 임대차의 목적인 주택,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 취득에 관한 사실 등 임차등기의 원인이 된 사실을 기재하여 법원에 신청하면 법원이 판단하여 임차권등기를 명하는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최근 보증금을 반환지 받지 못한 임차인들이 증가함에 따라 임차권등기명령제도가 매우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후 이와 같은 임차권등기를 마친지 10년이 지난 임차인이 임대인의 상속인에게 보증금반환을 구한 사건입니다. 10년 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죠? 바로 소멸시효입니다. 보증금반환채권은 일반채권과 같이 10년의 소멸시효를 갖는데요, ‘권리 위에 잠자는 자 보호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하게 됩니다.

  이 사건의 임차인(원고)은 2004. 8. 17.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후 2005. 6. 28. 임차권등기를 마쳤습니다. 보증금반환채권은 임대차계약이 종료되는 날 발생하는데, 임차인이 보증금반환채권을 행사한 것이 10년을 초과한 시점이기 때문에 임차권등기가 소멸시효를 중단시켰는지 여부는 이 사건에서 매우 중요한 쟁점이 되었습니다.

  소멸시효는 청구,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 승인으로 중단되고(민법 제168조), 

 제168조(소멸시효의 중단사유) 소멸시효는 다음 각호의 사유로 인하여 중단된다.

1. 청구

2.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

3. 승인

시효가 중단된 때에는 중단까지에 경과한 시효기간은 이를 산입하지 아니하고 중단사유가 종료한 때부터 새로이 진행합니다(민법 제178조).

제178조(중단후에 시효진행)

 ①시효가 중단된 때에는 중단까지에 경과한 시효기간은 이를 산입하지 아니하고 중단사유가 종료한 때로부터 새로이 진행한다.

②재판상의 청구로 인하여 중단한 시효는 전항의 규정에 의하여 재판이 확정된 때로부터 새로이 진행한다.

  임차권등기가 과연 소멸시효 중단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대법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에서 정한 임차권등기명령에 따른 임차권등기는 특정 목적물에 대한 구체적 집행행위나 보전처분의 실행을 내용으로 하는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과 달리 어디까지나 주택임차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취득하거나 이미 취득한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유지하도록 해 주는 담보적 기능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음을 전제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임차권등기명령의 신청에 대한 재판절차와 임차권등기명령의 집행 등에 관하여 민사집행법상 가압류에 관한 절차규정을 일부 준용하고 있지만, 이는 일방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법원이 심리·결정한 다음 등기를 촉탁하는 일련의 절차가 서로 비슷한 데서 비롯된 것일 뿐 이를 이유로 임차권등기명령에 따른 임차권등기가 본래의 담보적 기능을 넘어서 채무자의 일반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보전하기 위한 처분의 성질을 가진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임차권등기명령에 따른 임차권등기에는 민법 제168조 제2호에서 정하는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에 준하는 효력이 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7다226629 판결)고 판시하였습니다.

  임차권은 담보권은 아니지만 담보적 기능을 하는 제도적 부산물이고, 담보권이라고 하더라도 피담보채권이 소멸하는 경우 부종성에 따라 담보권도 소멸하고, 담보권 자체가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를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비추어 보았을 때, 임차권등기 자체가 보증금반환채권의 소멸시효를 중단하지는 않는다고 보는 것은 타당한 해석이라 봅니다.

  이 사건의 경우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후 임대인이 사망하였고, 그 후 임차권등기를 마친 임차인도 상속인도 보증금이나 등기에 미처 신경쓰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기억해야할 것은 임차권등기를 마친 것은 보증금 반환과 관련된 순위를 보전하는 의미에 불과한 것이므로 보증금을 실제로 반환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10년이 경과하기 전에 보증금반환에 관한 권리를 행사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