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적 거절의사와 주선행위

(대법원 2019. 7. 4. 선고 2018다284226 판결)

  명도만 생각합니다.

법무법인 명도의 정민경변호사입니다.

 지난 2019. 7. 4. 권리금회수기회권과 관련된 대법원 판례가 추가로 선고되었습니다. 임대인이 심규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도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을 주선해야만 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이었는데요, 앞서 명도이야기(시즌4 제5화)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하급심은 주선행위가 권리금회수기회권의 요건이라는 점을 엄격하게 해석하였고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번 이야기에서 이에 관한 대법원 판결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012. 11. 30. 피고 A상가의 소유권 취득

2016. 7. 13. ‘원고는 2016. 11. 30.까지 피고에게 A상가 인도하라’는 판결 선고

2016. 10.초  원고는 피고에게 신규임차인과 임대차계약 체결하여 줄 것을 요청

2016. 10. 21. 피고는 원고에게 A상가를 직접 사용할 계획임을 알림

2016. 11. 30. 원고는 피고에게 A상가 인도

  위 사실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임차인인 원고는 임대인인 피고에게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 4 제1항에 따라 신규임차인을 주선하려 하였으나, 신규임차인을 구하던 중 피고가 상가건물을 직접 사용할 예정임을 밝힘에 따라 신규임차인을 주선하더라도 피고가 신규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을 거절할 것이 명백하여 이를 주선하지 아니하였고, 원고는 피고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제10조의4(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등)

① 임대인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권리금 계약에 따라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제10조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18. 10. 16.>

1.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수수하는 행위

2.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 하여금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

3.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상가건물에 관한 조세, 공과금, 주변 상가건물의 차임 및 보증금, 그 밖의 부담에 따른 금액에 비추어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

4. 그 밖에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1항제4호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본다.

1.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가 보증금 또는 차임을 지급할 자력이 없는 경우

2.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가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위반할 우려가 있거나 그 밖에 임대차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3.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

4. 임대인이 선택한 신규임차인이 임차인과 권리금 계약을 체결하고 그 권리금을 지급한 경우

③ 임대인이 제1항을 위반하여 임차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 경우 그 손해배상액은 신규임차인이 임차인에게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넘지 못한다.

④ 제3항에 따라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는 임대차가 종료한 날부터 3년 이내에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한다.

⑤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의 보증금 및 차임을 지급할 자력 또는 그 밖에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할 의사 및 능력에 관하여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 [본조신설 2015. 5. 13.]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 4 제1항이 정하는 권리금회수기회권은 임차인이 임대차 종료시까지 임대인에게 신규임차인을 주선할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는데 과연 임대인이 신규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을 거절하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하였음에도 신규임차인을 주선하여야 하는지 여부가 문제됩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권리금 회수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를 주선하였어야 하나,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를 주선하더라도 그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하였다면 이러한 경우에까지 임차인에게 신규임차인을 주선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불필요한 행위를 강요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임대인에게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거나 같은 법 제10조의 4 제2항이 정하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임대인이 신규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을 거절하는 의사를 밝혔다면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을 주선하지 않더라도 임차인은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임대인에게 권리금 회수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금회수기회권을 규정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했을 때, 합리적인 해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임대인의 거절의사 표시를 해석함에 있어서 임대인이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없음을 확정적으로 표시하였는지 여부는 임대차계약이 종료될 무렵 신규임차인의 주선과 관련해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보인 언행과 태도, 이를 둘러싼 구체적인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여 임대인의 의사가 확정적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에 유의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였습니다.

  과거에는 임대인이 상가건물을 직접 사용할 목적으로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였고, 이런 현상에서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권리금회수기회권에 관한 규정이 제정되었다는 점에서 임대인이 상가건물을 직접 사용하는 것은 신규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을 거절하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해석상 명백할 것입니다. 

  이번 판결은 임차인이 권리금회수기회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발생할 수 있는, 그리고 제법 자주 발생하고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해석을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다할 것입니다.

  임대인이 상가건물을 직접 사용할 목적은 신규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을 거절할 정당한 사유가 아니고,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임대인이 이런 의사를 확정적으로 밝혔다면 임대인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 4 제3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됨을 기억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