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상가건물임대차의 묵시적 갱신

   명도만 생각합니다.

법무법인 명도의 정민경변호사입니다.

 앞서 상가건물임대차계약의 법정갱신 중 갱신요구권 행사에 따른 갱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는데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적용범위 확대가 묵시적 갱신의 해석에 있어서 어떤 문제를 가져왔는지 살펴보겠습니다.

  2013. 8. 13.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개정으로 모든 상가건물임대차의 임차인은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문제는 이에 관하여 정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전부가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제10조 중 제1항, 제2항, 제3항 본문만이 적용되는데 있습니다.

제10조(계약갱신 요구 등) ①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13. 8. 13.>

1. 임차인이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

2. 임차인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한 경우

3. 서로 합의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상당한 보상을 제공한 경우

4.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 목적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전대(轉貸)한 경우

5. 임차인이 임차한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파손한 경우

6. 임차한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가 멸실되어 임대차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7. 임대인이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목적 건물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하기 위하여 목적 건물의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는 경우

가.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공사시기 및 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계획에 따르는 경우

나. 건물이 노후ㆍ훼손 또는 일부 멸실되는 등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경우

다. 다른 법령에 따라 철거 또는 재건축이 이루어지는 경우

8. 그 밖에 임차인이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하거나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②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기간이 10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  <개정 2018. 10. 16.>

③ 갱신되는 임대차는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계약된 것으로 본다. 다만, 차임과 보증금은 제11조에 따른 범위에서 증감할 수 있다.

④ 임대인이 제1항의 기간 이내에 임차인에게 갱신 거절의 통지 또는 조건 변경의 통지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기간이 만료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 이 경우에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1년으로 본다.  <개정 2009. 5. 8.>

⑤ 제4항의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고, 임대인이 통고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 [전문개정 2009. 1. 30.]

  위 규정을 살펴보면, 제10조 제1항은 갱신요구권을 정하고 있고, 제2항은 갱신요구권 행사 기간을 정하고 있으며, 제3항 본문은 ‘갱신되는 임대차는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계약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모든 상가건물임대차는 임차인이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경우 지난 이야기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임대차는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갱신됩니다.

  그렇다면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1개월 전가지 임대인과 임차인이 어떠한 의사도 밝히지 않은 경우 어떻게 될까요?

  민법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모두 임대차계약의 묵시적 갱신을 정하고 있는데요, 민법 제639조 제1항은 임대차기간이 만료한 후 임차인이 임차물의 사용, 수익을 계속하는 경우에 임대인이 상당한 기간내에 이의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전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고,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4항은 임대인이 제1항의 기간 이내에 임차인에게 갱신 거절의 통지 또는 조건 변경의 통지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기간이 만료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민법상 묵시적 갱신은 임대차기간이 만료하더라도 임대인이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한다면 임대차는 갱신이 되지 않는 반면에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임대차기간 만료 1개월 전까지 임대인이 갱신거절이나 조건변경을 통지하지 아니하면 임대차는 갱신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제639조(묵시의 갱신)

①임대차기간이 만료한 후 임차인이 임차물의 사용, 수익을 계속하는 경우에 임대인이 상당한 기간내에 이의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전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당사자는 제635조의 규정에 의하여 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

②전항의 경우에 전임대차에 대하여 제삼자가 제공한 담보는 기간의 만료로 인하여 소멸한다.

  또, 민법 제639조 제1항 단서는 당사자가 제635조(기간의 약정없는 임대차의 해지통지) 규정에 따라 임대차를 해지할 수 있도록 정하는 반면에,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4항 단서는 임대차의 존속기간을 1년으로 보면서 같은 조 제5항에서 임차인은 언제든지 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임대인이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해지된다고 정한다고 하여 갱신되는 임대차의 기간과 해지 방법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본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환산보증금 이하의 임대차는 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지만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임대차는 위 제10조 제4항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상가건물임대차는 임대인이 임대차기간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갱신거절이나 조건변경의 의사를 통지하니 아니하였다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4항이 아닌 민법 제639조에 따라 임대차가 갱신됩니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합니다.

1. 환산보증금을 초과한 상가건물임대차의 임대인이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1개월 전까지 갱신거절이나 조건변경의 통지를 하지 않았고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1개월만 남았다면 상가건물임대차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상가건물임대차는 묵시적 갱신에 관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민법 제639조에 따라 임대차기간이 만료하여 임차인이 임차물의 사용, 수익을 계속하는 경우 임대인은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하지 않으면 전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갱신됩니다. 그렇다면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상가건물임대차의 임대인이 상당 기간 내에 이의를 하면 임대차는 갱신되지 않고 만료된 것일까요?

  현재 규정을 문리적으로만 해석한다면 ‘그렇다’가 맞을 것입니다.

2. 만약 임대인이 상당기간 이의하지 않아 민법 제639조에 따라 전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면 그 기간은 언제까지 일까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4항 단서는 묵시적 갱신으로 갱신된 임대차는 그 기간을 1년으로 제한하고 있는데요,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상가건물임대차에는 위 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민법 제639조에 따라 전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임대차가 갱신됩니다. 이에 관하여 우리 대법원은 매우 오래 전에 임대차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된 경우에는 그 갱신된 계약은 기간의 약정이 없는 임대차계약이 된다(대법원 1966. 10. 25. 선고 66다1467 판결)고 판시하였습니다. 이것은 민법 제639조가 묵시적으로 갱신된 임대차의 경우 민법 제636조 기간의 약정이 있는 임대차의 해지통고에 따라 임대차를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제636조(기간의 약정있는 임대차의 해지통고) 임대차기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도 당사자일방 또는 쌍방이 그 기간내에 해지할 권리를 보류한 때에는 전조의 규정을 준용한다.

  그러나 이는 ‘전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에 임대차기간이 포함된다는 해석과 모순되므로 임대차기간도 전임대차와 동일하게 적용하되 그 기간 내라도 만법 제636조 방법에 따라 해지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보다 규정에 충실하고 타당한 해석이 아닐까 합니다.

3. 환산보증금을 초과한 상가건물임대차의 당사자는 민법 제635조의 규정에 따라 해지할 수 있을까요?

   민법 제639조에 따라 임대차가 묵시적으로 갱신되면 민법 제635조에 따라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고, 그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임대인이 해지를 통고하였다면 6월, 임차인이 해지를 통고하였다면 1월이 경과하면 해지됩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민법의 특별법이기 때문에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정하지 않는 경우 민법을 따르게 되는데요, 현재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상가건물임대차에는 묵시적 갱신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민법이 정하는 임대차 일반 규정에 따라 해지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문리에 맞는 해석일 것입니다.

  문리적 해석을 중점으로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상가건물임대차의 묵시적 갱신을 살펴보다보니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적용범위를 확대된 이익이 있는지 의문이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환산보증금을 초과한 상가건물임대차에 묵시적 갱신 규정을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것은 입법불비인지 입법상 목적을 가지고 한 결과인지 알 수는 없으나, 갱신요구권이 모든 상가건물임대차에 적용된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습니다.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상가건물임대차의 임차인은 임대차기간 만료 1개월 전까지 임대인이 어떠한 의사를 표시하지 않더라도 명시적으로 ‘갱신요구’를 하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상가건물임대차에 관하여 법원이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문리적으로 해석할 것인지, 아니면 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취지를 고려하여 확대해석할 것인지는 앞으로 상당기간 지켜봐야할 것입니다.

  다만, 문리적으로 위와 같은 해석이 가능하므로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상가건물임대차의 임차인은 적극적으로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