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과 차임의 인상과 방해행위

명도만 생각합니다.

법무법인 명도, 정민경변호사입니다.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을 주선하여 권리금 회수기회권을 행사하는 경우, 가장 민감한 부분은 과연 임대인이 임대차조건 중 보증금과 차임을 얼마나 인상할 것인지 여부일 것입니다.

  임대인 입장에서 신규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이상 차임 인상하는 것은 당연한 희망일 것인데, 문제는 그 인상이 과도할 경우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권에 대한 방해행위에 해당하여 손해배상의 위험에 놓인다는 점에 있습니다.

1.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 제3호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은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권을 정하는 동시에 임대인의 ‘방해행위’를 각 호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 중 제3호는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상가건물에 관한 조세, 공과금, 주변 상가건물의 차임 및 보증금, 그 밖의 부담에 따른 금액에 비추어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를 방해행위 중 하나로 정하고 있습니다.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을 주선하였을 때, 임대인이 신규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 조건을 정함에 있어서 보증금, 차임을 ‘현저히 고액’으로 요구하여 신규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면 이는 방해행위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권에 대한 방해행위가 되는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에서의  ‘현저한 고액’은 어느 정도를 의미하는 것일까요?

2. 대구고등법원 2017. 10. 26 선고 2016나1770, 1787 판결

   이 판결은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보증금 및 차임의 인상을 요구하였다가 그 금액을 신규임차인이 수용하지 못하여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경우, 가장 많이 원용되고 있는 판례 중 하나가 아닐까합니다.

   이 사건에서 임차인은 2008. 7. 31. 임대인과 보증금 1억 원, 월차임 250만 원, 임대차기간 2년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임대차계약을 갱신하여 오다가 2015. 7. 31. 임대차계약이 종료되기에 앞서 신규임차인을 주선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임대인은 월차임을 330만 원(부가세 별도)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여 합의가 결렬되었습니다.

  이에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신규임차인으로부터 지급받기로 한 권리금 감정액 8,987만 원의 지급을 청구하였습니다.

   위 청구에 관하여 1심은 기존 월차임보다 40% 넘게 인상된 액수를 계약조건으로 제시하여 그 인상 폭이 매우 크다는 점을 이유 중 하나로 언급하여 임대인의 방해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단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인 이 판결에서 기존의 월차임은 7년 동안 한 번도 임대료가 인상되지 않는 금액이고, 임차인이 점포를 임대인에게 인도한 후 보증금 1억 1,000만 원에 월차임 295만 원(부가세 별도)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점에 조세, 공과금, 주변 상가건물의 차임 및 보증금, 그 밖의 부담에 따른 금액에 비추어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서울고등법원 2018. 11. 8. 선고 2018나2016797, 2045177 판결

   이 판결은 위 대구고등법원에서 선고되고 약 1년 후에 선고된 서울고등법원의 항소심 사건인데요, 임대인이 임차인의 신규임차인 주선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사안이기는 하나, 관련 내용이 언급되어 있어서 검토해볼만한 판례입니다.

   이 사건의 임차인 세 명으로 임대인과 개별적으로 인근 점포를 각 임차하여 영업을 해왔는데요, 임대인은 보증금을 3,000만 원 내지 6,000만원 증액하고 월차임을 2배씩 증액하는 조건으로 임대차계약을 갱신할 수 있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갱신을 거절하겠다고 통지하였습니다.

  임차인들은 임대인의 갱신거절에 따라 두 명은 권리금 2억, 나머지 한 명은 2억 5,000만 원으로 하는 권리양수도계약을 체결하여 신규임차인을 임대인에게 주선하였으나 임대인은 이에 대해 아무런 대답 없이 점포의 인도를 구하였습니다.

   이에 관하여 법원은 감정결과에 따르면 기존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과 차임이 인근의 표준적인 임대료 수준이고 주변 상가건물의 차임 및 보증금과 비교하여 많이 낮은 것으로 보이지 않고 임대차보증금과 차임을 현저히 변경할 경제사정의 변동이 발생하였다는 뚜렷한 사정도 발견할 수 없으므로 임대인이 보증금과 차임을 위와 같이 인상할 것을 요구한 것은 무리한 고액의 증액 요구라고 하지 아니할 수 없고, 이 사건 특약상 해제조건에 따르더라도 그 자체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 제3호가 정하는 조세, 공과금, 주변 상가건물의 차임 및 보증금, 그 밖의 부담에 따른 금액에 비추어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4. 제반사정에 비추어 현저히 고액인 경우

   위 판례들에 자세히 보면, 핵심은 ‘조세, 공과금, 주변 상가건물의 차임 및 보증금, 그 밖의 부담에 따른 금액’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단순히 기존의 보증금과 차임에 비추어 얼마를 증액했기 때문에 현저히 고액의 보증금과 차임을 요구한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조세, 공과금, 주변 상가건물의 차임 및 보증금, 그 밖의 부담에 따른 금액과 같은 제반사정에 비추어 보았을 때 현저히 고액인지 여부를 판단하여 방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위 판결들은 보증금과 차임의 증액에 있어서 그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대법원이 법률심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을 따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임대인은 보증금과 차임을 증액하더라도 주변시세를 기준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고, 임차인도 단순히 자신의 보증금과 차임을 기준으로 신규임차인을 주선할 것이 아니라 주변 시세를 고려하여 권리금을 조정하는 방법으로 신규임차인을 주선한다면 보다 원만하게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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