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대차와 유익비상환청구권- 검토의견편

(대법원 2018. 3. 27 선고 2015다3914, 3921, 3938 판결)

지난 이야기에서 종중원이 종중의 토지를 장기간 무상으로 사용하여 종중이 종중원을 대상으로 토지인도 소송을 제기한 사건을 살펴보았습니다.

구체적인 계약서나 주고 받은 차임 등이 존재하지 아니하여 사용대차인지, 비용부담은 어떻게 되는지 등이 문제되었는데요, 이번 이야기에서 사용대차에 관하여 이야기를 이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사용대차

민법 제609조 내지 제617조는 사용대차에 관하여 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609조 사용대차의 의의에 의하면, 사용대차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무상으로 사용, 수익하게 하기 위하여 목적물을 인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은 이를 사용, 수익한 후 그 물건을 반환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계약으로 ‘무상’이라는 점에서 임대차계약과 다르다 할 것입니다

제609조(사용대차의 의의)

사용대차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무상으로 사용, 수익하게 하기 위하여 목적물을 인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은 이를 사용, 수익한 후 그 물건을 반환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

제617조(손해배상, 비용상환청구의 기간)

계약 또는 목적물의 성질에 위반한 사용, 수익으로 인하여 생긴 손해배상의 청구와 차주가 지출한 비용의 상환청구는 대주가 물건의 반환을 받은 날로부터 6월내에 하여야 한다.

계약서상 명칭이 사용대차계약이라고 하더라도 그 실질에 비추어 보았을 때 대가관계가 인정되는 경우 사용대차가 아닌 임대차계약으로 인정되기도 하는바(대법원 1994. 12. 2. 선고 93다31672 판결), 대가의 유무는 사용대차와 임대차를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건물철거등

[대법원 1994.12.2, 선고, 93다31672, 판결]

【판시사항】

가. 계약서상 명칭이 사용대차계약으로 되어 있더라도 임대차계약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사례

나. 임차인의 용법준수의무위반을 임대차관계의 계속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배신행위로 보아 계약해지를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가. 갑과 을 사이에 을이 갑 소유의 토지에 공원을 조성하여 그 때부터 일정기간 동안 그 토지를 사용·수익하되 기간이 종료한 때에는 을이 건립한 공원시설물 및 공원운영에 필요한 일체의 권리를 갑에게 무상 양도하기로 약정되어 있고, 부대계약서에 을이 설치할 시설물의 단가 및 총액이 명시되어 있다면, 을의 그와 같은 의무는 토지의 사용과 대가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갑과 을 사이에 체결된 대차계약은 그 계약서상의 명칭이 사용대차계약으로 되어 있다 하더라도 임대차계약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나.‘가'항의 대차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부대계약으로 을이 그 토지 위에 설치할 시설물내역을 정하는 한편 그 외의 공원시설은 갑·을의 합의로 결정하기로 약정하였다면, 그 약정의 취지는 그 토지가 갑의 묘역으로서 선조의 분묘가 다수 설치된 곳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공원시설물의 종류 및 그 설치장소 등을 결정함에 있어 갑의 의사를 반영하고자 함에 있는 것으로 인정되므로, 갑의 명백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산림을 훼손하여 대지를 조성한 다음 그 곳에 연면적이 2,500㎡에 달하는 청소년회관건물을 신축하는 공사에 착공한 을의 행위는 그 대차관계의 계속을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배신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어서 이와 같은 경우에는 갑은 그 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한 사례.

임대차계약의 경우 대가 지급의 약정이 있을 수밖에 없어 계약서가 존재하지 아니하더라도 대가를 지급한 사실로 임대차계약의 존재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나(물론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용대차계약의 경우 점유자가 물건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사용대차계약이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게 됩니다.

명시적인 사용대차계약이 존재하지 않았던 이 사건의 경우, 법원은 토지의 소유자가 종중이고, 종중원이 종중의 분묘를 관리하여 왔으며 종중이 수십 년 동안 이의를 제기하거나 지료를 청구하지 아니하였다는 점에서 묵시적으로 사용대차계약이 성립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사실 무단점유와 묵시적 사용대차는 그 구분이 매우 어려운데, 법원은 당사자 간의 관계와 종중원이 당해 토지를 특정 종중이 사용한다는 사실을 오랜 기간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묵시적인 사용대차계약이 있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2. 유익비상환청구권

유익비상환청구권은 임대차계약에서도 상당히 문제가 되는 권리 중 하나인데요, 민법 제626조 제2항은 임차인이 유익비를 지출한 경우 임대인은 그 비용을 상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제626조(임차인의 상환청구권)

①임차인이 임차물의 보존에 관한 필요비를 지출한 때에는 임대인에 대하여 그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②임차인이 유익비를 지출한 경우에는 임대인은 임대차종료시에 그 가액의 증가가 현존한 때에 한하여 임차인의 지출한 금액이나 그 증가액을 상환하여야 한다.

이 경우에 법원은 임대인의 청구에 의하여 상당한 상환기간을 허여할 수 있다.

민법 제626조의 유익비라함은 임차인이 임차물의 객관적 가치를 중가시키기 위하여 투입한 비용을 의미합니다(대법원 1980. 10. 14 선고 80다1851 판결).

건물명도등

[대법원 1980.10.14, 선고, 80다1851, 판결]

【판시사항】

민법 제626조 소정의 유익비와 필요비의 의미

【판결요지】

민법 제626조 소정의 유익비라 함은 임차인이 임차물의 객관적 가치를 중가시키기 위하여 투입한 비용이고 필요비라 함은 임차인이 임차물의 보존을 위하여 지출한 비용을 말한다.

사용대차와 임대차의 가장 큰 차이는 ‘대가’여부인데요, 무상으로 물건을 사용하였음에도 차주도 대주에게 자신이 지출한 비용에 대한 상환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사용대차에서 자신을 물건을 타인에게 사용하게 하기 위해 목적물을 인도해 주는 자를 ‘대주’, 이를 무상으로 사용하는 자를 ‘차주’라고 합니다.

민법 제611조는 사용대차에서 비용의 부담에 관하여 정하고 있습니다.

제611조(비용의 부담)

①차주는 차용물의 통상의 필요비를 부담한다.

②기타의 비용에 대하여는 제594조제2항의 규정을 준용한다.

차주는 차용물의 통상의 필요비를 부담하여야 하고, 기타 비용에 대하여는 제594조 제2항을 준용함에 따라 제203조에 의한 유익비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제594조(환매의 실행)

①매도인은 기간내에 대금과 매매비용을 매수인에게 제공하지 아니하면 환매할 권리를 잃는다.

②매수인이나 전득자가 목적물에 대하여 비용을 지출한 때에는 매도인은 제203조의 규정에 의하여 이를 상환하여야 한다. 그러나 유익비에 대하여는 법원은 매도인의 청구에 의하여 상당한 상환기간을 허여할 수 있다.

즉, 차주도 임차인과 마찬가지로 유익비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203조 제2항은 점유자가 점유물을 개량하기 위하여 지출한 금액 기타 유익비에 관하여는 그 가액의 증가가 현존한 경우에 한하여 회복자의 선택에 좇아 그 지출금액이나 증가액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제203조(점유자의 상환청구권)

①점유자가 점유물을 반환할 때에는 회복자에 대하여 점유물을 보존하기 위하여 지출한 금액 기타 필요비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점유자가 과실을 취득한 경우에는 통상의 필요비는 청구하지 못한다.

②점유자가 점유물을 개량하기 위하여 지출한 금액 기타 유익비에 관하여는 그 가액의 증가가 현존한 경우에 한하여 회복자의 선택에 좇아 그 지출금액이나 증가액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③전항의 경우에 법원은 회복자의 청구에 의하여 상당한 상환기간을 허여할 수 있다.

따라서 사용대차계약 종료시 목적물의 가치 증가가 존재한다면 과거 지출한 금액이나 증가액 만큼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할 것입니다.

그런데, 법원은 이 사건 사용대차에서는 유익비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단을 하였습니다. 사용대차계약은 맞지만 유익비상환청구는 할 수 없다는 판단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3. 유익비상환청구권의 포기

임대차계약에서 임차인이 일체 비용을 부담하여 원상복구를 하기로 약정하였다면, 이는 임차인이 임차목적물에 지출한 각종 유익비의 상환청구권을 미리 포기하기로 한 취지의 특약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1994. 9. 30 선고 94다20389 판결)는 것이 우리 법원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손해배상(기),건물명도(반소)

[대법원 1994.9.30, 선고, 94다20389, 판결]

【판시사항】

가. 임차인이 지출한 간판설치비가 유익비 인지의 여부

나. 임차인이 임차목적물을 반환할 때에는 일체 비용을 부담하여 원상복구를 하기로 약정한 경우, 임차인의 유익비상환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한 특약이라고 볼 것 인지의 여부

다. 임대차계약 종료 후 임차인이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여 임차목적물을 계속 점유한 경우 불법점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는지 여부

【판결요지】

가. 민법 제626조 제2항에서 임대인의 상환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유익비란 임차인이 임차물의 객관적 가치를 증가시키기 위하여 투입한 비용을 말하는 것으므로, 임차인이 임차건물부분에서 간이 음식점을 경영하기 위하여 부착시킨 시설물에 불과한 간판은 건물부분의 객관적 가치를 증가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가액의 증가가 현존하는 것도 아니어서 그 간판설치비를 유익비라 할 수 없다.

나. 임대차계약 체결시 임차인이 임대인의 승인하에 임차목적물인 건물부분을 개축 또는 변조할 수 있으나 임차목적물을 임대인에게 명도할 때에는 임차인이 일체 비용을 부담하여 원상복구를 하기로 약정하였다면, 이는 임차인이 임차목적물에 지출한 각종 유익비의 상환청구권을 미리 포기하기로 한 취지의 특약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다. 임대차계약의 종료에 의하여 발생된 임차인의 임차목적물 반환의무와 임대인의 연체차임을 공제한 나머지 보증금의 반환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 것이므로, 임대차계약 종료 후에도 임차인이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여 임차목적물을 계속 점유하여 온 것이라면 임차인의 그 건물에 대한 점유는 불법점유라고 할 수 없으므로, 임차인이 임차목적물을 계속 점유하였다고 하여 바로 불법점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한다.

즉, 유익비상환청구에 관한 규정은 강행규정이 아니라 계약 당사자간에 합의로 달리 정할 수 있는 임의규정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묵시적 사용대차계약에 있어서 여러 사정을 고려했을 때, 묵시적으로 유익비상환청구권을 포기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상당히 의문이 드는 부분입니다.

단지 피고들이 수십 년 동안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하여 왔고, 묵시적 사용대차계약에 따른 사용･수익에 충분한 기간도 지났기 때문에 유익비상환청구권을 묵시적으로 포기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언급하였는데, 이는 시기의 약정이 없는 사용대차의 해지사유에 해당할 뿐이기 때문입니다(민법 제613조 제2항).

제613조(차용물의 반환시기)

①차주는 약정시기에 차용물을 반환하여야 한다.

②시기의 약정이 없는 경우에는 차주는 계약 또는 목적물의 성질에 의한 사용, 수익이 종료한 때에 반환하여야 한다. 그러나 사용, 수익에 족한 기간이 경과한 때에는 대주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추측건대, 묵시적 사용대차계약을 인정하다보니 당사자 간의 형평을 고려하여 적어도 묵시적 사용대차의 경우 명시적 사용대차와 달리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동기와 경위,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당사자 사이의 형평,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 등 판례가 언급한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묵시적 사용대차계약의 성립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고, 묵시적으로 유익비상환청구권을 포기하였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대차계약 종료에 따른 유익비상환청구권은 인정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합니다.

때문에 법원도 이 부분에 대해 원심으로 하여금 다시 한 번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게 하면서 유익비상환청구권이 성립하더라도 그 비용에 관한 판단은 다시 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언급한 것으로 보입니다.

4. 유익비의 지출비용

민법 제203조 제2항에서 정한 점유자의 지출금액은 점유자가 실제로 지출한 금액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원심은 실제로 비용을 지출한 날이 아닌 감정 시점을 기준으로 산정한 개량 투입비용 감정결과를 채택하여 지출금액을 인정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비용을 지출한 것은 명백하나 유익비를 지출한 때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 자료가 없어졌다는 이유로 실제 지출한 금액에 대한 증명이 불가능하여 가치 증가에 드는 비용을 추정하는 방법으로 지출금액을 인정해야 하는 경우 실제 비용을 지출한 날을 기준시점으로 하여 가치 증가에 드는 금액을 산정한 다음 그 금액에 대하여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 등의 방법으로 현가한 금액을 지출금액으로 인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는바, 이는 타당한 지적이라 할 것입니다.

이는 지출비용의 자료가 없더라도 유익비를 산정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5. 검토의견

이 사건 판결은 묵시적 계약 성립에 있어서 당사자 간의 형평을 상당히 고려한 판결로 보입니다.

법원은 종중이 종중원에게 종중 소유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사용대차계약이 묵시적으로 성립했다고 볼 수 있는 경우 유익비상환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명시하면서 토지에 대한 장기간의 무상 사용대차계약이 매우 이례적이어서 토지를 장기간 무상으로 사용하면서 토지 사용이익을 향유한 종중원이 종중을 상대로 유익비상환청구를 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는데, 오히려 사용대차계약의 경우 친족･특별한 지인 간에 장기간 동안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묵시적 사용대차계약의 인정’을 더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동 판결의 파기･환송심에서 어떤 사정들을 고려하여 판단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