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담보를 위한 지상권과 사용･수익권-검토의견편

(대법원 2018. 3. 15. 선고 2015다69907 판결)

지난 이야기에서 채권담보를 위해 토지에 지상권을 설정한 후 제3자에게 그 토지를 사용케 한 경우 민법 제256조의 단서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판례의 사실관계를 살펴보았는데요, 이번 이야기에서 부동산의 부합과 채권담보를 위해 설정한 지상권의 성질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부합

부합은 소유자가 다른 여러 개의 물건이 결합하여 하나의 물건이 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우리 민법은 부동산에의 부합(민법 제256조)과 동산 간의 부합(민법 제257조)에 관하여 정하고 있습니다.

제256조(부동산에의 부합)

부동산의 소유자는 그 부동산에 부합한 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한다. 그러나 타인의 권원에 의하여 부속된 것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257조(동산간의 부합)

동산과 동산이 부합하여 훼손하지 아니하면 분리할 수 없거나 그 분리에 과다한 비용을 요할 경우에는 그 합성물의 소유권은 주된 동산의 소유자에게 속한다. 부합한 동산의 주종을 구별할 수 없는 때에는 동산의 소유자는 부합당시의 가액의 비율로 합성물을 공유한다.

이를 정리해보면, 부동산에 물건이 부합된 경우 부동산의 소유자가 전체의 소유권을 취득하고 임차권, 전세권, 지상권 등 정당한 권원에 의해 타인이 부속시키는 경우에는 물건은 부속시킨 자의 소유이며, 동산 간의 부합에서는 주된 물건의 소유자가 소유권을 취득하나 주된 물건이 없다면 부합 당시 가액의 비율로 공유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사건의 경우 토지인 부동산에 단풍나무를 식재한 것이 과연 ‘부합’된 것이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우리 판례는 어떠한 동산이 민법 제256조에 의하여 부동산에 부합된 것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동산을 훼손하거나 과다한 비용을 지출하지 않고서는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부착ㆍ합체되었는지 여부 및 그 물리적 구조, 용도와 기능면에서 기존 부동산과는 독립한 경제적 효용을 가지고 거래상 별개의 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15602 판결)고 판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토지에 판매를 목적으로 나무를 식재한 경우라면 부합되었다고 보기에는 다소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양수금

[대법원 2009.9.24, 선고, 2009다15602, 판결]

【판시사항】

[1] 건물의 신축 및 증축에 사용된 동산이 건물에 부합된 것인지 여부의 판단 기준

[2] 매도인에게 소유권이 유보된 자재를 매수인이 제3자와 체결한 도급계약에 의하여 제3자 소유의 건물 건축에 사용하여 부합된 경우, 매도인이 제3자에게 보상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

【판결요지】

[1] 어떠한 동산이 민법 제256조에 의하여 부동산에 부합된 것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동산을 훼손하거나 과다한 비용을 지출하지 않고서는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부착·합체되었는지 여부 및 그 물리적 구조, 용도와 기능면에서 기존 부동산과는 독립한 경제적 효용을 가지고 거래상 별개의 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이러한 부동산에의 부합에 관한 법리는 건물의 증축의 경우는 물론 건물의 신축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2] 민법 제261조에서 첨부로 법률규정에 의한 소유권 취득(민법 제256조 내지 제260조)이 인정된 경우에 “손해를 받은 자는 부당이득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보상청구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민법 제261조 자체의 요건만이 아니라, 부당이득 법리에 따른 판단에 의하여 부당이득의 요건이 모두 충족되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매도인에게 소유권이 유보된 자재가 제3자와 매수인 사이에 이루어진 도급계약의 이행으로 제3자 소유 건물의 건축에 사용되어 부합된 경우 보상청구를 거부할 법률상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없지만, 제3자가 도급계약에 의하여 제공된 자재의 소유권이 유보된 사실에 관하여 과실 없이 알지 못한 경우라면 선의취득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제3자가 그 자재의 귀속으로 인한 이익을 보유할 수 있는 법률상 원인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매도인으로서는 그에 관한 보상청구를 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부합여부는 문제되지 않았고, 토지에 단풍나무가 부합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甲에게 민법 제256조 단서가 정하는 ‘권원’이 있었는지 여부만이 문제되었으므로 본 이야기에서도 부합여부는 문제삼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2. 채권 담보를 목적으로 한 지상권

지상권은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을 소유하기 위하여 타인의 토지를 사용하는‘용익물권’으로 ‘사용’을 전제로 한 물권입니다.

따라서 지상권은 그 부동산을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등기상 지상권이 설정되어 있다면 그 토지를 지상권자가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은행에서 토지를 담보로 대출을 하는 경우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동시에 지상권을 함께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물론 은행은 토지를 사용할 의사가 없고, 실제로 토지는 근저당설정자, 즉 채무자가 사용하곤 합니다.

토지를 사용할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이 지상권을 설정하는 이유는 토지 위에 건물, 수목 등이 생기면 토지의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입니다. 즉, 은행은 담보가치의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할 의사 없이 지상권을 설정하는 것으로 지상권을 매우 이례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도 그 점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본래 사용권은 지상권자에게 있으나, 이 사건과 같이 채권을 담보할 목적으로 은행이 지상권을 설정한 경우에는 사용권을 채무자(토지 소유자)에게 유보해 두었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만약, 사용권이 은행에게 있는데 甲이 소외1과 사용대차계약을 체결하여 단풍나무를 식재하였다면 이는 정당한 ‘권원’이라 할 수 없어 민법 제256조 단서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단풍나무의 소유권은 당시 토지의 소유자였던 소외1이 취득하게 됩니다. 이후 토지가 경매절차를 통해 소유자가 변경되었다면 당연히 단풍나무의 소유권도 변경된 소유자에게 이전되었다 할 것입니다.

그러나 사용권이 여전히 소외1에게 유보되어 있었더라면 소외1과 甲간의 사용대차계약은 甲이 A토지에 단풍나무를 식재할 정당한 권원에 해당하게 되므로 민법 제256조 단서에 따라 그 소유권은 여전히 甲에게 남아있게 됩니다.

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1다6342 판결을 보더라도 우리 판례는 지상권을 이와 같이 이례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근저당권과 같이 부종성을 인정하는 등 일반적인 지상권과 달리 해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근저당권설정등기말소등기등

[대법원 2011.4.14, 선고, 2011다6342, 판결]

【판시사항】

근저당권 등 담보권 설정의 당사자들이 그 목적 토지 위에 차후 용익권 설정 등으로 담보가치가 저감하는 것을 막기 위해 채권자 앞으로 지상권을 설정한 경우, 피담보채권이 변제나 시효로 소멸하면 그 지상권도 부종하여 소멸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근저당권 등 담보권 설정의 당사자들이 그 목적이 된 토지 위에 차후 용익권이 설정되거나 건물 또는 공작물이 축조·설치되는 등으로써 그 목적물의 담보가치가 저감하는 것을 막는 것을 주요한 목적으로 하여 채권자 앞으로 아울러 지상권을 설정하였다면, 그 피담보채권이 변제 등으로 만족을 얻어 소멸한 경우는 물론이고 시효소멸한 경우에도 그 지상권은 피담보채권에 부종하여 소멸한다.

이처럼 지상권이 일반적인 용도와 달리 사용되더라도 경매절차에 참여하는 입찰자의 신뢰를 특별히 해치지 아니하는 한 그 권리의 실질에 따라 해석한 판례의 입장은 타당하다고 봅니다.

3. 사안의 검토

이 사건 판결에서 토지 위에 나무의 부합여부가 판단되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쉬우나, 지상권의 이례적 사용이라는 현실을 고려한 판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