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담보를 위한 지상권과 사용･수익권 -사실관계편

(대법원 2018. 3. 15. 선고 2015다69907 판결)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때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중에서 토지를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 은행은 채권 담보를 위한 근저당권을 설정함과 동시에 지상권을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한편, 부동산의 소유자는 그 부동산에 부합한 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는데요, 이번 판결은 은행의 지상권이 설정된 토지에 관하여 토지소유자와 사용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수목을 식재한 후 그 토지가 경매로 소유자가 변경된 경우 수목의 소유자와 토지의 새로운 소유자 간에 발생한 문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소외1은 2005. 8.경 A토지에 관하여 소외 은행과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등기를 마치면서 존속기간을 30년으로 하는 지상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등기를 마쳤습니다. 이후 소외1은 乙과 A토지에 관하여 수목의 소유를 위한 사용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乙은 2007. 10.경부터 약 300주의 단풍나무를 식재하였습니다.

  A토지에 관하여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되었고, 乙은 최고가매수인으로 A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하였습니다. 乙은 A토지 위의 단풍나무 중 일부를 수거하여 매도하였고, 甲은 乙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1. 원고(甲)의 주장

  원고는 소외1과 사용대차를 체결하여 단풍나무를 식재하였고, 이는 정당한 권원에 따른 행위로서 민법 제256조 단서의 ‘권원’에 해당하므로 피고가 A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다고 하여 단풍나무의 소유권을 취득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였습니다.

2. 피고(乙)의 주장

  원고의 청구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는 소외 은행이 지상권을 설정한 후 소외1과 사용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이는 사용･수익권이 없는 소외1과 사용대차를 계약한 것이어서 민법 제256조에 따라 단풍나무의 소유권을 취득하였으므로 단풍나무를 매각하는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제256조(부동산에의 부합)

부동산의 소유자는 그 부동산에 부합한 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한다. 그러나 타인의 권원에 의하여 부속된 것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소외1이 소외 은행과 지상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A토지 전부에 관하여 지상권등기를 바쳤으므로 소외 은행이 A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하고 소외1은 A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하였다며 소외1과 사용대차계약을 체결한 원고 또한 적법한 권리를 취득하지 못하였고, 이는 민법 제256조 단서에서 정한 ‘권원’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소외1의 소유로 되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4. 대법원의 판단

  이에 대해 대법원은 소외 은행이 지상권을 설정한 것은 채권의 담보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료를 지급하지 아니하는 지상권을 취득한 것이어서 근저당권이 실행될 때까지 저당 부동산인 A토지의 담보가치를 확보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고, 이 경우 지상권자인 소외 은행은 소외1에게 A토지를 계약 사용･수익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단풍나무는 A토지에 부합하지 아니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원심으로서는 지상권의 설정 목적과 경위 및 설정 내용 등을 심리하여 지상권자인 소외 은행이A토지의 소유자인 소외1로 하여금 A토지를 사용·수익하도록 하였는지 여부 등을 살펴보았어야 할 것이라 판시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하였습니다.

5. 쟁점의 정리

  이 사건은 민법 256조 단서가 정하는 ‘권원’이 무엇인지가 핵심 쟁점이 된 사안으로, 담보가치의 하락을 방지하는 목적의 지상권에 관하여 일반적인 지상권과 달리 평가하여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가 쟁점이 되었는바, 이에 관하여 기존 법원의 해석을 통해 이야기를 이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