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명의신탁과 부당이득반환의 범위 - 검토의견편(2)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07다90432 판결)

  지난이야기에서 명의신탁이 무엇이고, 우리 법원이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에 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명의신탁계약은 다양한 법률관계를 파생시키는데요, 이번에는 명의신탁과 관련된 부당이득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부당이득

  민법 제741조는 법률상 원인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명의신탁약정에 의해 신탁자가 수탁자에게 부동산 매수대금을 지급하였거나 수탁자가 부동산의 등기를 마친 경우 명의신탁약정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합니다) 제4조에 따라 무효이고, 수탁자는 부동산 매수대금 또는 그 부동산을 법률상 원인없이 취득하게 된 것이 됩니다.

  따라서 신탁자는 수탁자에게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민법 제746조가 정하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됩니다.

  민법 제746조는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하나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정하고 있는데, 불법원인급여는 그 원인된 행위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경우를 의미하고 명의신탁은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부동산실명법은 원칙적으로 명의신탁약정과 그 등기에 기한 물권변동만을 무효로 하고 명의신탁자가 다른 법률관계에 기하여 등기회복 등의 권리행사를 하는 것까지는 금지하는 않는 대신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행정적 제재나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사적자치 및 재산권보장의 본질은 침해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3다41722)이라고 해석하면서 명의신탁에 의한 부당이득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소유권이전등기

[대법원 2003.11.27, 선고, 2003다41722, 판결] 

【판시사항】

[1] 불법원인급여의 요건으로서의 불법의 의미

[2]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에 위반되어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기하여 경료된 타인 명의의 등기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부당이득의 반환청구가 금지되는 사유로

민법 제746조가 규정하는 불법원인이라 함은 그 원인되는 행위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서, 법률의 금지에 위반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그것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2]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이 규정하는 명의신탁약정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의 실권리자가 타인과의 사이에서 대내적으로는 실권리자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보유하거나 보유하기로 하고 그에 관한 등기는 그 타인의 명의로 하기로 하는 약정을 말하는 것일 뿐이므로, 그 자체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 법률은 원칙적으로 명의신탁약정과 그 등기에 기한 물권변동만을 무효로 하고 명의신탁자가 다른 법률관계에 기하여 등기회복 등의 권리행사를 하는 것까지 금지하지는 않는 대신,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행정적 제재나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사적자치 및 재산권보장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법률이 비록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고 하더라도,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기하여 타인 명의의 등기가 마쳐졌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이는 불법원인급여에 관하여 설사 법률의 금지에 위반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그것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 것(대법원 1983. 11. 22. 선고 83다430 판결)이라는 기존 판례와 그 맥을 같이한다 할 수 있습니다.

2. 3자간 명의신탁과 계약명의신탁의 구별

  신탁자가 수탁자에게 부동산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3자간 명의신탁은 가능한 반면에 계약명의신탁은 그 반환이 불가능함에 따라 3자가 명의신탁과 계약명의신탁의 구별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이에 관하여 우리 법원은 명의신탁약정이 3자간 등기명의신탁인지 아니면 계약명의신탁인지의 구별은 계약당사자가 누구인가를 확정하는 문제로 귀결되는데, 계약명의자가 명의수탁자로 되어있다 하더라도 계약당사자를 명의신탁자로 볼 수 있다면 이는 3자간 등기명의신탁이 되므로 계약명의자인 명의수탁자가 아니라 명의신탁자에게 계약에 따른 법률효과를 직접 귀속시킬 의도로 계약을 체결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명의신탁자가 계약당사자라고 할 것이므로, 이 경우의 명의신탁관계는 3자간 등기명의신탁으로 보아야 하고(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다52799 판결), 매수인 및 등기 명의의 신탁관계는 그들 사이의 내부적인 관계에 불과하므로, 상대방이 명의신탁자를 매매당사자로 이해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외적으로는 계약명의자인 타인을 매매당사자로 보아야하며, 설령 상대방이 명의신탁관계를 알고 있었더라도 상대방이 계약명의자인 타인이 아니라 명의신탁자에게 계약에 따른 법률효과를 직접 귀속시킬 의도로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6. 7. 22 선고 2016다207928 판결)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소유권말소등기등

[대법원 2010.10.28, 선고, 2010다52799, 판결]  

【판시사항】

[1] 3자간 등기명의신탁과 계약명의신탁의 구별 기준

[2] 甲이 매매계약의 당사자로서 계약 상대방으로부터 토지 지분을 매수하면서 그 중 1/2 지분에 관한 등기명의만을 乙로 하기로 한 것으로, 그 매매계약에 따른 법률효과를 甲에게 직접 귀속시킬 의도였던 사정이 인정되므로 甲과 乙의 명의신탁약정은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매매계약 명의자가 甲 및 乙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명의신탁약정이 계약명의신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명의신탁약정이 3자간 등기명의신탁인지 아니면 계약명의신탁인지의 구별은 계약당사자가 누구인가를 확정하는 문제로 귀결되는데, 계약명의자가 명의수탁자로 되어 있다 하더라도 계약당사자를 명의신탁자로 볼 수 있다면 이는 3자간 등기명의신탁이 된다. 따라서 계약명의자인 명의수탁자가 아니라 명의신탁자에게 계약에 따른 법률효과를 직접 귀속시킬 의도로 계약을 체결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명의신탁자가 계약당사자라고 할 것이므로, 이 경우의 명의신탁관계는 3자간 등기명의신탁으로 보아야 한다.

[2] 甲이 매매계약 당사자로서 계약 상대방으로부터 토지 지분을 매수하면서 그 중 1/2 지분에 관한 등기명의만을 乙로 하기로 한 것으로, 그 매매계약에 따른 법률효과를 甲에게 직접 귀속시킬 의도였던 사정이 인정되므로 甲과 乙의 명의신탁약정은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매매계약 명의자가 甲 및 乙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명의신탁약정이 계약명의신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사해행위취소

[대법원 2016.7.22, 선고, 2016다207928, 판결] 

【판시사항】

타인을 통하여 부동산을 매수하면서 매수인 명의 및 소유권이전등기 명의를 타인 명의로 하기로 한 경우, 계약명의자인 타인이 매매당사자인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이때 상대방이 명의신탁관계를 알고 있었더라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원칙적 적극) 

【판결요지】

어떤 사람이 타인을 통하여 부동산을 매수하면서 매수인 명의 및 소유권이전등기 명의를 타인 명의로 하기로 한 경우에, 매수인 및 등기 명의의 신탁관계는 그들 사이의 내부적인 관계에 불과하므로, 상대방이 명의신탁자를 매매당사자로 이해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외적으로는 계약명의자인 타인을 매매당사자로 보아야 하며, 설령 상대방이 명의신탁관계를 알고 있었더라도 상대방이 계약명의자인 타인이 아니라 명의신탁자에게 계약에 따른 법률효과를 직접 귀속시킬 의도로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마찬가지이다.

  즉, ‘매도인이 명의신탁자에게 법률효과를 직접 귀속할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로 이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3자가 명의신탁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명의신탁관계를 알고 있는지 여부를 알고 있는 것에서 나아가 신탁자를 매매계약의 당사자로 인식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합니다.

3. 부당이득반환의 범위

  계약명의신탁은 수탁자가 부동산의 반환을 거절할 경우 법률상 신탁자는 부당이득의 반환만을 구할 수 있는데요, 이 때 그 반환을 구할 수 있는 부당이득은 부동산을 매수하기 위해 지급받은 매매대금이 되는 것이고,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07다90432 판결에서 매매대금 외에 취득세, 등록세 등의 취득비용을 지급받았다면 이 또한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그 밖에 3자간 명의신탁에서 수탁자가 제3자에게 처분하거나 강제수용 또는 공공용지 협의취득 등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경우, 수탁자는 신탁자에게 처분대금이나 보상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습니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49193 판결 참조).

대여금·대여금

[대법원 2011.9.8, 선고, 2009다49193,49209, 판결] 

【판시사항】

[1]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유예기간이 경과하여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등기가 무효인 경우,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을 대위하여 명의수탁자에게 무효인 명의 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유예기간이 경과한 후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강제수용이나 공공용지 협의취득 등을 원인으로 제3취득자 명의로 이전등기가 마쳐진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의 처분대금이나 보상금으로 취득한 이익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이른바 3자간 등기명의신탁의 경우 같은 법에서 정한 유예기간의 경과에 의하여 기존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의한 등기가 무효로 되고 그 결과 명의신탁된 부동산은 매도인 소유로 복귀하므로, 매도인은 명의수탁자에게 무효인 명의 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있고, 한편 같은 법에서 정한 유예기간 경과 후에도 매도인과 명의신탁자 사이의 매매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므로,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에게 매매계약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고,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매도인을 대위하여 명의수탁자에게 무효인 명의 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있다.

[2] 이른바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유예기간이 경과한 후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강제수용이나 공공용지 협의취득 등을 원인으로 제3취득자 명의로 이전등기가 마쳐진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3취득자는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므로(같은 법 제4조 제3항), 그로 인하여 매도인의 명의신탁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이행불능으로 되고 그 결과 명의신탁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받을 권리를 상실하는 손해를 입게 되는 반면, 명의수탁자는 신탁부동산의 처분대금이나 보상금을 취득하는 이익을 얻게 되므로,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게 그 이익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명의신탁의 부당이득과 관련하여 ‘소멸시효’가 상당한 논란이 되었는데요, 이와 관련하여 다음 이야기에서 이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