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근저당권의 우선변제권 제한 - 검토의견편
(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3다16992 전원합의체 판결)

  법무법인 명도, 정민경변호사입니다.  지난 이야기에서 공동저당의 배당에서 다른 이해관계인을 보호하기 위해 규정된 민법 제368조와 관련하여 우선변제권의 행사에 있어서 그 해석과 적용이 문제된 판례를 살펴보았습니다. 지난 이야기의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공동저당의 배당과 우선변제권의 행사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1. 공동저당

   공동저당은 하나의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여러 개의 부동산에 대한 저당권을 설정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건물과 토지에 함께 저당권을 설정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우리 민법은 일물일권주의에 따라 공동저당을 각 저당물(담보물건)마다 별개의 저당권이 성립하는 것으로 보아 각 저당물이 피담보채권 전부를 담보합니다. 때문에 각 저당물을 어떤 순서에 따라 매각하는지는 공동저당권자를 제외한 다른 이해관계자들에게 매우 다른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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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를 들어, 6,000만 원의 A부동산과 4,000만 원의 B부동산에 甲이 피담보채권 4,000만 원으로 하는 1순위 공동저당권을 설정하였고, 이후 乙이 A부동산에 3,000만 원, 丙이 B부동산에 3,000만 원으로 하는 2순위 저당권을 각 설정하였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甲이 A부동산에 설정된 저당권을 먼저 실행한다면 甲은 A부동산의 매각 대금 6,000만 원에서 4,000만 원을 전액 배당받고, 乙은 2,000만 원, 丙은 3,000만 원, B부동산의 소유자는 1,000만 원을 배당받지만, 甲이 B부동산에 설정된 저당권을 먼저 실행한다면 甲은 B부동산의 매각 대금 4,000만 원에서 4,000만 원을 전액 배당받고, 乙은 3,000만 원, 丙은 0원을 배당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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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공동저당권자인 甲의 선택에 따라 후순위 권리자와 부동산의 소유자(채무자)는 서로 다른 금액을 배당받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법은 공동저당 대가의 배당에 관한 규정을 정하고 있습니다.
  

2. 대가의 배당과 차순위자의 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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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시배당의 경우 각 부동산의 경매대가에 비례하여 그 채권의 분담을 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위 예시로 동시배당액을 계산해 보면, 甲은 A부동산으로부터 2,400만 원(6,000만 원÷1억 원×4,000만 원), B부동산으로부터 1,600만 원(4,000만 원÷1억 원×4,000만 원)을 배당받아 총 4,000만 원을 배당받게 되고, 乙은 A부동산의 매각대금 중 나머지에서 3,000만 원, A부동산의 소유자는 600만 원을 배당받고, 丙은 2,400만 원을 배당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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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각 저당물이 별도로 매각되었다면 공동저당권자는 우선 매각된 저당물에서 피담보채권은 전액 배당받을 수 있으므로 위 예시에서 A부동산이 먼저 매각되면 甲은 A부동산의 매각대금에서 4,000만 원을 전액 배당받고, 乙은 2,000만 원만을 배당받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민법 제368조 제2항에 따라 차순위저당권자인 乙은 甲을 대위하여 B부동산에 대해 저당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3. 우선변제권 행사의 범위

   저당권은 설정된 담보에 있어서는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고, 그 권리가 우선변제권입니다. 공동저당의 경우, 각 저당물이 피담보채권 전부를 별개로 담보하므로 부동산 중 일부에 대해 경매가 실행되어 그 경매 대가로 피담보채권의 일부가 변제되었다 하여도 잔존 원본에 대한 지연이자가 발생하여 그 이후에 실행된 다른 목적 부동산의 경매 대가에 의해 채권최고액의 범위 안에서 그 지연이자도 원본에 앞서 변제되어야 할 것이므로 공동근저당 목적 부동산이 일부씩 나누어 순차로 경매 실행됨으로써 근저당권자가 배당받은 원본 및 지연이자의 합산액이 결과적으로 채권최고액으로 되어 있는 금액을 초과하였더라도 그것만으로 책임한도 범위 내의 피담보채권이 모두 소멸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8다72318 판결)는 것이 우리 판례의 입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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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이번 판례에서 법원은, 민법 제368조 제1항은 공동저당권 목적 부동산의 전체 환가대금을 동시에 배당하는 이른바 동시배당의 경우에 공동저당권자의 실행선택권과 우선변제권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각 부동산의 책임을 안분함으로써 각 부동산의 소유자와 후순위 저당권자 그 밖의 채권자의 이해관계를 조절하고, 나아가 같은 조 제2항은 대위제도를 규정하여 공동저당권의 목적 부동산 중 일부의 경매대가를 먼저 배당하는 이른바 이시배당의 경우에도 최종적인 배당의 결과가 동시배당의 경우와 같게 함으로써 공동저당권자의 실행선택권 행사로 인하여 불이익을 입은 후순위 저당권자를 보호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고, 동시배당의 경우 민법 제368조 제1항에 따라 부동산별로 나누어 각 환가대금에 비례한 액수로 배당받으므로 각 목적 부동산에 대하여 채권최고액만큼 반복하여 누적적으로 배당받지 아니한다는 점에서 이시배당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동시배당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공동근저당권자가 공동근저당권 목적 부동산의 각 환가대금으로부터 채권최고액만큼 반복하여 배당받을 수는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민법 제368조 제1항 및 제2항 의 취지에 부합한다(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3다16992 전원합의체 판결)고 하여 그 이방을 변경하였습니다.

   즉, 이시배당의 경우 우선 진행된 배당에서 피담보채권을 모두 배당받지 못하면 다른 공동저당물에 저당권이 남아있게 되는데, 남은 피담보채권에 대한 이자는 여전히 발생하게 됩니다. 이 경우 공동저당의 각 저당물이 피담보채권 전부를 담보한다는 원칙에 따르면 그 이자가 다시 채권최고액에 이를 때까지 우선변제권을 가지게 되어 최종적으로 최초 공동저당의 채권최고액을 초과하는 금액까지 우선변제권이 존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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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민법 제368조가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에 반하는바, 동시배당과 이시배당의 결과를 같게 하고자 판단을 달리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4. 사안의 정리

  이 사건에서 乙은 1번 부동산에서 채권최고액 중 일부를 배당받았고, 이후 진행된 2번 부동산의 매각절차에서 채권최고액 전부에 대해 다시 우선변제권을 행사하는 것은 민법 제368조의 취지에 반하여 동시배당과 이시배당의 결과를 달리 가져오게 됩니다.

   저당권은 상당히 안정적인 담보물권으로 이해관계자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매우 중요한 제도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채권자 중 1인의 선택에 따라 그 담보결과에 차이를 가져오는 것은 저당제도를 상당히 위태롭게 하는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민법 또한 이해관계인의 공평을 고려하여 민법 제368조를 마련해두고 있다는 점에서 우선변제권의 행사 범위를 최초 채권최고액의 범위로 제한한 것은 상당히 합리적인 해석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