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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의무와 통지의무, 그리고 손해배상 - 검토의견편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6. 20. 선고 2014나13609 판결)

 지난 이야기에서 임차인이 곰팡이로 인해 물건이 훼손되자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례의 사실관계를 살펴보았습니다. 이 사건은 임차인 패소 판결이 선고되었는데요, 그 이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임대인의 수선의무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의 의무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데요,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존속 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즉, 임대인에게 ‘수선의무’가 존재합니다. 여기서 수선의무의 범위가 문제됩니다. 임차인이 목적물을 사용, 수익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라면 당연히 임대인이 이를 수선하여 줄 의무가 있지만, 다소 불편한 정도인 경우에도 그러한 의무가 발생하는지 해석의 여지가 있습니다.

  이에 관하여 판례는 임대차계약에 있어서 임대인은 목적물을 계약 존속 중 그 사용ㆍ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므로, 목적물에 파손 또는 장해가 생긴 경우 그것이 임차인이 별 비용을 들이지 아니하고도 손쉽게 고칠 수 있을 정도의 사소한 것이어서 임차인의 사용ㆍ수익을 방해할 정도의 것이 아니라면 임대인은 수선의무를 부담하지 않지만, 그것을 수선하지 아니하면 임차인이 계약에 의하여 정해진 목적에 따라 사용ㆍ수익할 수 없는 상태로 될 정도의 것이라면 임대인은 그 수선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34692 판결)고 판시하여 사용, 수익의 불편함을 넘어 현저히 장해를 주는 경우에 임대인은 수선의무를 부담한다고 그 범위를 제한하였습니다.

 이 사건과 같은 ‘곰팡이’문제는 그 곰팡이의 발생원인이 무엇인지 여부에 따라 임대인의 수선의무 여부가 결정됩니다. 곰팡이의 원인이 되는 결로현상이 건물자체의 문제로 인해 발생하였다면 임대인은 ‘수선의무’를 부담합니다.  따라서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임차인이 손해를 입었다면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그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2. 임차인의 의무

가. 인용의무

   임대인의 수선의무에 대응하여 임차인에게 인용의무 존재합니다. 민법 제624조는 임대인이 임대물의 보존에 필요한 행위를 하는 대에는 임차인은 이를 거절하지 못하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임차인은 임대인이 임대차목적물을 수선하는 것을 거절하거나 방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임차인이 임대차목적물을 사용할 수 없게 됨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인용의무를 인정할 경우 임차인은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래서 민법 제625조에서 임차인의 임대인의 보존행위로 인해 임대차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임차인은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여 공평을 꾀하고 있습니다.

  나. 통지의무

   민법 제634조는 임차물의 수리를 요하거나 임차물에 대하여 권리를 주장하는 자가 있는 때에는 임차인은 지체없이 임대인에게 이를 통지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임대차관계에서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할 의무가 있고, 목적물을 인도하고 나면 그 목적물은 임차인의 지배하에 있기 때문에 각종 하자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임차인이 고의 또는 과실로 이를 방치할 경우 손해가 확대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임차인이 과실로 임대인에게 이를 통지하지 않음으로써 임대인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그 손해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3. 사안의 검토

  이 사건 판례는 임대인이 부담하는 수선의무에 있어서 임대차계약기간 중 발생한 하자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임차인에게 목적물을 인도할 당시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하자까지 임대인의 수선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함으로써 그 범위를 명확히 하였습니다.  나아가 하자 있는 목적물의 인도나 수선의무의 지체는 채무불이행에 해당하여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그 목적물의 하자로 인해 임대차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임차인의 해지를 기다릴 것도 없이 임대차는 곧바로 종료하며 임차인이 목적물을 인도받은 직후라면 임대차계약의 해제도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결로현상은 A건물의 하자로 비롯된 것이어서 임대인인 乙은 수선의무를 부담합니다. 그러나 임차인 甲은 목적물을 약 4개월 정도 사용, 수익하였고, 그 동안 결로현상에 따른 곰팡이가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乙에게 통지하지 아니하다가 乙이 신규임차인을 구하고 甲이 이사를 나가기 직전에서야 비로소 이 현상에 대해 알렸다는 점에서 甲은 통지의무를 위반하였습니다.

  따라서 甲은 乙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다만, 목적물에 처음부터 하자가 존재하였으므로 甲이 지체없이 하자를 통지하여 수선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피할 수 없었거나 제거될 수 없었던 손해에 대하여는 乙이 책임을 부담하게 됩니다.  이 사건에서 甲이 즉시 이 사실을 통지하였고, 乙이 이를 수선하여 주지 않았다면 甲은 상당수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임차인도 의무를 다 했을 때 그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할 수 있는 사건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