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채무와 상계 - 사실관계편

(서울동부지방법원 2017. 12. 7. 선고 2017가단10145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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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법인 명도, 정민경 변호사입니다.   이번에는 조금 생소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최근 명도에서 승소판결을 받은 사건인데요, 건물명도소송에 있어서 보증금반환채권과 임차인의 채권자로부터 채권을 양도받은 임대인이 그 채권을 상계한 내용입니다.
  이것만 보면 아주 일반적인 내용인 것 같은데, 여기에는 채권자와 임차인이 공모하여 양도한 채권에 관하여 부집행 합의를 하였다는 아주 특별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사실관계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사건은 사실관계가 복잡하여 본 쟁점과 관련된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하고자 합니다)   丙은 A건물의 전소유자이고 乙은 丙에게 대항할 수 없는 전차인으로 강제집행으로 A건물에서 퇴거되었습니다.   이후 甲은 丙으로부터 A건물을 매수하였고 甲은 乙과 A건물에 관하여 다시 보증금 3억 원, 월차임 1,000만 원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에 앞서, 丙은 乙에 대해 차임상당의 부당이득, 강제집행비용 등의 채권(B채권)을 가지고 있었고 丙은 甲에게 B채권을 양도하였습니다. 乙은 甲에게 3기 이상의 월차임을 지급하지 않았고, 甲은 乙에게 명도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한편, 乙은 丙과 B채권에 관하여 집행하지 않기로 합의를 하였다면서 甲을 상대로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였고, 청구이의의 소는 乙이 승소하여 甲이 항소하였습니다.
 
1. 원고(甲)의 주장 
 원고는 피고가 3기 이상의 차임을 연체함으로써 임대차계약이 해지되었으므로 A건물을 인도하여야 하고, 피고의 보증금 항변에 대해 보증금반환채권은 B채권으로 전부 상계되므로 반환할 보증금이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2. 피고(乙)의 주장
 피고는 차임연체사실은 인정하지만, B채권은 채권자 丙과 부집행 합의가 있었고, 부집행합의는 실체상 청구의 실현에 관련하여 이루어지는 사법상의 채권계약에 해당하고, 이에 위반하는 집행은 실체상 부당한 집행이므로 청구이의의 사유가 된다(대법원 1996. 7. 26. 선고 95다19072 판결 등)는 판례를 근거로 제기한 청구이의 소송에서 승소하여 그 집행이 정지되었으므로 상계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3.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의 A건물의 인도의무를 인정하면서, B채권에 관하여 丙과 집행하지 않기로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일명 ‘자연채무’로서 B채권을 상계의 자동채권으로 하는 것까지 저지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보증금반환채권은 모두 상계되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4. 쟁점의 정리
   이 사건의 핵심은 B채권의 성질입니다.
  자연채무라는 것은 매우 생소한 개념인데요, 채무는 있지만 이를 소로써 청구할 수 없는 채무를 의미하고 이는 소로써 청구할 수는 있지만 집행할 수 없는 책임 없는 채무와 구분됩니다.
  이에 관한 규정은 없지만 이를 인정하는 것이 학계의 입장입니다.  자연채무를 임의 이행하는 것은 유효한데요, 과연 사법절차와 관계없이 ‘상계’하는 것은 가능한지 여부가 문제됩니다.

    다음 이야기에서 청구이의에 관하여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어본 후, 자연채무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