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인도집행과 자력구제 - 검토의견편
(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도9999 판결)

  법무법인 명도의 정민경변호사입니다. 지난 이야기에서 집행관이 인도집행을 마친 부동산에 대해 자력구제를 행사한 사건에서 자력구제를 인정하지 않은 판례를 살펴보았는데요, 이번 이야기에서 자력구제에 관하여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자력구제
  민법 제209조는 점유권에 관하여 인정이 되는 특별한 권리로, 점유자는 그 점유를 부정히 침탈 또는 방해하는 행위에 대하여 자력으로서 이를 방위할 수 있고, 점유물이 침탈되었을 경우에 부동산일 때에는 점유자는 침탈 후 직시 가해자를 배제하여 이를 탈환할 수 있고 동산일 때에는 점유자는 현장에서 또는 추적하여 가해자로부터 이를 탈환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자력구제는 공권력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실현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우리 민법은 자력구제를 인정하지 아니하고 있습니다.
  즉, 권리를 보호하고 실현하는데 있어서 법률절차에 의할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때문에 자력구제가 문제되는 경우는 많지 아니합니다.
  다만, 점유자의 자력구제를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민법 제209조로 인하여 같은 조 제2항이 정하는 부동산에 있어서 ‘점유자의 자력탈환’이 종종 문제가 되곤 합니다.
 
2. 민법 제209조 제2항의 요건
  민법 제209조 제2항이 정하는 자력탈환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점유가 있을 것 ②침탈이 있을 것 ③침탈 후 직시일 것을 주요 요건으로 합니다.
  자력구제에 관하여 생각 밖으로 ‘점유가 있을 것’이라는 요건이 문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점유는 사회통념상 그 사람의 사실적 지배에 속한다고 보이는 객관적인 관계에 있는 것을 말하고, 이때 사실적 지배는 반드시 물건을 물리적, 현실적으로 지배하는 것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과 사람과의 시간적, 공간적 관계와 본권 관계, 타인 지배의 배제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사회관념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지만, 그러한 사실적 지배에 속하는 객관적 관계에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타인의 간섭을 배제하는 면이 있어야 합니다(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3다84971 판결 등 참조).
  위 판례를 보더라도 점유를 판단하는 것이 매우 추상적인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데요, 점유라는 것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민법 제209조 제2항이 다툼이 되는 경우 점유자가 정말 점유하고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다툼이 주를 이루게 되는 것입니다.
  한편, 이 사건의 경우에는 ‘직시’가 문제되었습니다.
  이에 관하여 판례는 "직시"란 "객관적으로 가능한 한 신속히" 또는 "사회관념상 가해자를 배제하여 점유를 회복하는 데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되도록 속히"라는 뜻으로 해석(대법원 1993. 3. 26. 선고 91다141115 판결)하여 왔는데요, 같은 판례에서 침탈 후 5일, 7일, 9일에 걸쳐 점유를 탈환하려한 것은 ‘직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반면에 2시간 이내에 자력으로 점유를 탈환한 것(대법원 1987. 6. 9. 선고 86다카1683 판결)은 ‘직시’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사건의 검토
   자력구제에 있어서 시간의 제한을 두는 것은 침탈자의 점유가 안정되면 오히려 평화를 교란할 위험이 있기 때문인데, 점유침탈 즉시와 같은 현장성과 인접한 시간 내 추적이 가능한지 여부(추적가능성)을 바탕으로 ‘직시’를 판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건의 경우 甲이 얼마나 직시에 A아파트에 침입하였는지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甲이 A아파트에 들어갈 당시 이미 집행채권자가 A아파트를 인도받은 후 출입문의 잠금 장치를 교체하는 등으로 그 점유가 확립된 상태였다고 표현하였다는 점에서 하루 이틀 안에 발생한 상황으로 추측됩니다.
  즉, 객관적인 시간만 본다면 ‘직시’로 판단될 수 있는 여지가 많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이를 ‘직시’로 판단하지 아니한 것은 집행관의 집행행위는 확정적으로 집행채권자에게 점유를 인도해주는 행위이고, 집행관이 집행을 완료하는 즉시 집행채권자의 점유가 안정되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 아닐까합니다.
   다만, 이 부분에 있어서 핵심은 이 사건 집행이 ‘적법한 집행’이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민법상 자력구제에 있어서 점유의 침탈은 위법한 침탈만을 전제로 하지는 않기 때문에 적법한 침탈인지 아닌지에 따라 ‘직시’를 해석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다소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