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건물에 대한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

(서울북부지방법원 2016라1156 결정)

  임차인에게 토지를 임대하여 임차인이 토지에 건물을 짓고 살다가 기간만료, 차임연체 등으로 토지에 관한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었으나 이사를 나가지 않는 경우 임대인은 임차인을 대상으로 건물철거 및 토지인도소송을 제기하여야 합니다.

  건물철거 및 토지인도소송도 일반적인 명도소송과 동일하게 본안소송에 앞서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토지는 임대인소유이나, 건물은 임대인소유가 아니라는 이유로 법원에서 건물에 대한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받아들여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건물철거 및 토지인도소송에 있어서 건물에 대한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에 관하여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건물인도

[대법원 2016.8.29, 선고, 2016다211156, 판결]

【판시사항】

甲 주식회사가 아파트 등을 일괄 임차하여 전대하는 영업을 하는 乙 주식회사에 아파트와 오피스텔 수십 채를 임대하였는데, 乙 회사가 대표이사 丙의 자금 횡령으로 자력이 부족하여 차임을 지속적으로 연체하자 甲 회사가 전차인들에게서 전대차보증금 및 차임을 직접 지급받아 乙 회사의 연체차임 등에 우선 변제충당하기로 약정하고, 乙 회사가 임대차기간이 약 6개월 남은 시점에 丁과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하여 전대차계약을 체결하자 ‘임대차기간 종료 시 전대차는 종료되고, 전차인은 전대차 잔여기간에 대하여 임대인과 새로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다음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전대차 승인서를 송부하여 동의한 사안에서, 丙은 丁에게서 전대차보증금을 편취하였고 甲 회사는 불법행위를 방조하였으므로, 甲 회사는 丁에 대하여 방조로 인한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고, 丁은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甲 회사의 임료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甲 주식회사가 아파트 등을 일괄 임차하여 전대하는 영업을 하는 乙 주식회사에 아파트와 오피스텔 수십 채를 임대하였는데, 乙 회사가 대표이사 丙의 자금 횡령으로 자력이 부족하여 차임을 지속적으로 연체하자 甲 회사가 전차인들에게서 전대차보증금 및 차임을 직접 지급받아 乙 회사의 연체차임 등에 우선 변제충당하기로 약정하고, 乙 회사가 임대차기간이 약 6개월 남은 시점에 丁과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하여 전대차계약을 체결하자 ‘임대차기간 종료 시 전대차는 종료되고, 전차인은 전대차 잔여기간에 대하여 임대인과 새로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다음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전대차 승인서를 송부하여 동의한 사안에서, 甲 회사는 전대차계약에 대한 동의 당시 임대차계약을 갱신할 의사가 없었음이 명백한 점, 그에 따라 전대차계약은 임대차기간의 만료로 종료될 수밖에 없고 乙 회사가 체결한 다른 전대차계약도 마찬가지인 점, 乙 회사가 체결한 전대차계약이 일시에 모두 종료될 경우 丙의 횡령으로 乙 회사의 자력이 부족하여 丁에게 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는 점, 甲 회사는 이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乙 회사가 연체한 차임을 전차인들이 제공하는 보증금과 차임 등으로 변제받아 자신의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위 전대차계약을 승인한 점 등을 종합하면, 丙은 전대차 종료 시 전대차보증금을 반환해 줄 의사나 능력이 없는데도 전대차계약을 체결하여 丁에게서 전대차보증금을 편취하였고, 甲 회사는 연체차임의 회수를 위하여 위와 같은 행위를 함으로써 불법행위를 방조하였으므로, 甲 회사는 丁에 대하여 방조로 인한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고, 丁은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甲 회사의 임료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고 한 사례.

  甲은 토지 소유자이고, 乙은 甲과 토지에 관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그 토지 위에 건물을 건축하여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乙은 차임을 2기 이상 연체하였고, 甲은 토지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해지통지를 하였습니다.

  乙이 건물을 철거하고 토지를 인도하지 아니하자 甲은 건물철거 및 토지인도소송을 하기 위해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결정을 받기로 하였습니다.

1.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 결정을 받기 위한 요건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 결정을 받기 위해서는 ①피보전권리가 존재하여야 하고, ②보전의 필요성이 있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의 피보전권리는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임대인은 부동산의 소유자인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례의 건물은 임대인인 甲 소유의 건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피보전권리가 문제됩니다.

2. ‘철거’에 포함된 ‘퇴거’ 

  사례에서 甲이 乙에게 소송을 제기하면 청구취지를 아래와 같이 기재하게 됩니다.

'乙은 甲에게 건물을 철거하고 토지를 인도하라'

 건물의 점유자가 철거의무자일 때에는 건물철거의무에 퇴거의무도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별도로 퇴거를 명하는 집행권원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법원실무제요 민사집행Ⅲ 556쪽).  

  따라서 ‘乙은 건물에서 퇴거하라’라는 청구가 별도로 필요하지 않습니다. 건물에서 퇴거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철거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상당히 상식적인 해석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퇴거’가 철거 안에 숨겨져 있다는 이유로 법원은 점유이전금지가처분결정에 있어서 많은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그 혼란으로 이 사건 원심과 같은 결정이 나오곤 합니다.

3. 원결정의 요지 

   토지인도소송에서 임차인 소유의 건물에 대해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신청하면 대다수 법원은 건물의 소유자가 그 건물의 소유를 통하여 타인 소유의 토지를 점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토지 소유자로서는 그 건물의 철거와 그 대지 부분의 인도를 청구할 수 있을 뿐, 자기 소유의 건물을 점유하고 있는 자에 대하여 그 건물에서 퇴거할 것을 청구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1999. 07. 0.9 선고 98다57457 판결을 근거로 토지임차인(건물소유자)가 건물을 점유하고 있다면 토지소유자가 건물소유자에게 건물에서 퇴거하라는 청구를 할 수 없으므로 피보전권리가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판단입니다.

건물철거등

[대법원 1999.7.9, 선고, 98다57457, 판결]

【판시사항】

토지 소유자가 그 지상에 건축된 건물의 소유자에게 부지의 불법점유를 이유로 건물에서 퇴거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건물의 소유자가 그 건물의 소유를 통하여 타인 소유의 토지를 점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토지 소유자로서는 그 건물의 철거와 그 대지 부분의 인도를 청구할 수 있을 뿐, 자기 소유의 건물을 점유하고 있는 자에 대하여 그 건물에서 퇴거할 것을 청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위 판례는 철거판결로 퇴거집행을 함께하고 있는 집행이론에 반하는 것은 물론, 건물소유자가 철거판결을 회피할 수 있는 여지를 준 판결이라 할 것입니다.

4. 건물에 대한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이 필요한지 여부 

  건물철거소송을 진행할 때, 건물을 점유하는 자와 건물의 소유자가 다른 경우에는 점유자에게 퇴거를 구하고 소유자에게 철거를 구하게 됩니다. 점유자가 퇴거하지 않으면 철거집행이 불가능하고, 철거는 ‘처분권자’만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점유자 항정이 필요합니다.

  점유자에 대한 퇴거소송을 진행하는 도중에 점유자가 변경되면 변경된 점유자를 대상으로 다시 소송을 진행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건물소유자가 건물을 점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어떨까요? 

  동일합니다. 토지소유자는 건물소유자에게 건물철거를 청구하지만, 그 철거는 ‘퇴거’를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퇴거집행을 위해 점유를 항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건물소유자가 점유하고 있는 사건에서 점유이전금지가처분 없이 건물철거소송만을 진행하였는데, 소송 중간에 건물소유자가 건물에 임차인을 들였다면 어떻게 될까요? 

  임차인에 대해 퇴거소송을 다시 제기하여야 합니다. 건물소유자에 대한 철거판결로 임차인을 퇴거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즉, 건물철거소송에 있어서 점유자가 누구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퇴거집행’을 위해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5. 처분금지가처분과의 관계 

  가끔 사례의 상황에서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신청하면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하여야 하지 않느냐는 취지의 보정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건물철거소송에 있어서 보전처분은 건물에 대한 점유이전금지가처분과 처분금지가처분 둘 다 필요합니다.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은 퇴거집행을 위해 점유자를 항정하는 것이고 처분금지가처분은 철거의 주체가 변경되지 않게 하기 위한 보전처분이기 때문입니다. 

  즉,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하였다고 해서 건물소유자가 건물을 매도하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것이고, 처분금지가처분을 하였다고 해서 점유자가 항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퇴거와 철거를 문제없이 진행하기 위해서는 점유이전금지가처분과 함께 건물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처분금지가처분 결정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6. 원결정에 대한 항고와 인용

   앞서 언급한 내용을 중심으로 원결정에 대해 항고하였고, 토지 소유자의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의 행사로 토지의 인도와 더불어 건물에 대한 철거 및 건물 점유자에 대한 퇴거를 구할 수 있으므로 피보전권리가 인정된다는 결정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2.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

채권자가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채무자가 이 사건 토지 및 건물을 점유(채무자는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임과 동시에 이 사건 건물에서 자동차공업사를 운영하며 이를 점유하고 있다)하고 있다고 충분히 소명되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채권자는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로서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의 행사로 이 사건 토지의 인도와 더불어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철거청구 및 이 사건 건물의 점유자에게 퇴거를 구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가처분신청은 피보전권리에 대한 소명이 있고, 위와 같은 사실관계 및 기록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본안소송의 당사자 항정을 위해 채무자를 상대로 점유이전금지를 구할 필요성도 인정된다.

3. 결론

  그렇다면, 채권자의 이 사건 신청은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 결정은 이와 같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채권자의 항고를 받아들여 제1심 결정을 위와 같이 변경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많은 법원에서 동일한 사안에 대해 점유이전금지가처분 결정이 기각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법원 결정은 아니지만, 본 결정이 앞으로 철거소송에 있어서 점유자를 항정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