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의 지급과 우선변제권-검토의견편
(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7다212194 판결)

 법무법인 명도, 정민경변호사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정하는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임차인에게 매우 중요한 권리인데요, 지난 이야기에서 살펴본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가 보고자 합니다.

1.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의 대항력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은 ‘임대차는 그 등기가 없는 경우에도 임차인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때에는 그 다음 날부터 제삼자에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   이 경우 전입신고를 한 때에 주민등록이 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대항력은 어떤 권리를 계약당사자 뿐만 아니라 제3자에게도 행사할 수 있는 힘을 의미하고,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은 ‘주택의 인도 + 주민등록(전입신고)’를 갖추면 그 다음 날부터 제3자에게 임차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됩니다.   주민등록이나 전입신고는 관공서에서 진행하는 절차이므로 이를 갖추었는지 여부는 문제될 여지가 없으나, ‘주택의 인도’의 경우 상황에 따라 다툼의 여지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판례는 주택의 인도를 ‘임차목적물인 주택에 대한 점유의 이전’으로 보고 있습니다.  ‘점유’라는 것이 상당히 추상적인 개념이기도 한데요, 이에 관하여 판례는 사회통념상 어떤 사람의 사실적 지배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객관적 관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사실상의 지배가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물건을 물리적ㆍ현실적으로 지배할 필요는 없고, 물건과 사람의 시간적ㆍ공간적 관계, 본권관계, 타인의 간섭가능성 등을 고려해서 사회통념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2. 6. 23. 선고 91다38266 판결 등 참조)는 것이 확고한 입장입니다.

  이 사건의 경우, 甲과 乙은 비록 101호에 완전히 이사를 온 것은 아니었지만 A로부터 현관 비밀번호를 제공받고(이는 열쇠의 제공과 동일하게 볼 수 있습니다), 내부에 짐을 일부 가져다준 채 평일에 잠을 자는 용도로 사용하는 등 실제로 자신의 물건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임차인이 주택을 임차하는 데에는 다양한 목적이 있을 수 있고, 甲과 乙은 101호를 사실상 지배하였다고 할 수 있는바, A가 원고에게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2012. 7. 17. 짐을 일부 옮겨 놓음으로써 101호를 인도받았다할 것입니다.   甲과 乙은 2012. 7. 16. 전입신고를 마쳤고, 2012. 7. 17. 101호를 인도받았으므로 2012. 7. 18.부터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 

2.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의 우선변제권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 2 제2항은 ‘제3조제1항ㆍ제2항 또는 제3항의 대항요건과 임대차계약증서(제3조제2항 및 제3항의 경우에는 법인과 임대인 사이의 임대차계약증서를 말한다)상의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은 「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 또는 「국세징수법」에 따른 공매를 할 때에 임차주택(대지를 포함한다)의 환가대금에서 후순위권리자나 그 밖의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보증금을 변제받을 권리가 있다’고 하여 임차인의 ‘우선변제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임차인이 우선변제권을 갖기 위해서는 ‘대항요건(주택의 인도 + 주민등록) + 확정일자’를 갖추어야 합니다.   확정일자(確定日字)란, 증서에 대하여 그 작성한 일자에 관한 완전한 증거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법률상 인정되는 일자를 말하며, 당사자가 나중에 변경하는 것이 불가능한 확정된 일자를 가리키고, 확정일자 있는 증서란, 위와 같은 일자가 있는 증서로 민법 부칙 제3조 소정의 증서(공증인 또는 법원서기의 확정일자있는 사문서)를 말하는데(대법원 1998. 10. 2. 선고 98다28879 판결), 일반적으로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서를 가지고 전입신고를 위해 주민센터에 방문하면 전입신고와 함께 확정일자를 받을 것인지 물어보고 확정일자를 요청하면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날인하여 줍니다.

  이를 모두 갖추면 임차인은 경매절차에서 후순위권리자나 그 밖의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보증금을 배당받을 수 있습니다. 

3. 보증금의 지급과 우선변제권의 관계 
  이 사건의 경우 甲과 乙은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요건을 모두 갖추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임대차계약서상 보증금을 모두 지급하기 전에 전세권이 설정되었다는 점입니다.
  시간 순서대로 나열해 보면, ①2012. 7. 16. 전입신고+확정일자, ② 2012. 7. 17. 주택의 인도, ③ 2012. 8. 2. 丙의 전세권설정등기, ④ 2012. 8. 16. 보증금 전액 지급 순서로 사건이 진행되었습니다.
  우선변제권의 요건은 먼저 갖추었지만 보증금의 지급이 전세권설정등기보다 늦어진 경우, 임차인은 전세권자에 앞서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을까요?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는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을 나타내는 ‘등기’와 동일한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보증금의 지급을 우선변제권의 요건으로 하지 않고, 이에 관하여 이해관계자는 확정일자부여기관에 그 정보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으므로 실제로 보증금의 지급이 없었더라도 그 보증금이 지급될 것이라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선순위로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만큼 채권이 발생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채권최고액 범위 내에서 선순위의 권리를 가지는 것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대법원 또한 우선변제권이 인정되기 위하여 대항요건과 임대차계약증서상의 확정일자를 갖추는 것 외에 계약 당시 임차보증금이 전액 지급되어 있을 것을 요구하지는 않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때를 기준으로 임차보증금 전액에 대해서 후순위권리자나 그 밖의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변제를 받을 권리를 갖는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4. 검토의견
  이 사건 판례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정하는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에 관한 성격을 고려한 판결로 볼 수 있습니다.
  보증금을 전액 지급할 것을 전제로 한다면 법률에 규정 없이 요건을 추가하는 것이 되기도 하고, 전세권자는 선순위 임차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판례의 해석은 타당하다고 봅니다.  
  이제는 당연히 알고 있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에 관하여 다시 한 번 고민해볼 수 있는 사건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