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의 지급과 우선변제권-사실관계편
(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7다212194 판결)

 지난 8월에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에 관하여 재미있는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대항요건 중 주택의 인도의 의미와 우선변제권의 요건을 갖춘 후 보증금을 지급한 경우 우선변제권의 순위가 어떻게 되는지가 문제되었는데요, 사실관계를 통해 쟁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甲과 乙은 부부로 A소유의 다가구 주택 중 101호에 관하여 2014. 8. 15.부터 2년 동안 보증금 6,500만 원으로 하는 임대차계약(미등기 전세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甲과 乙은 2012. 7. 16. A에게 임차보증금 중 500만 원을 지급하였고, 나머지 6,000만 원은 2012. 8. 16.에 지급하기로 하였습니다. 
   A는 2012. 7. 16. 甲과 乙에게 101호 현관 자동문 비밀번호를 알려주었고, 甲과 乙은 2012. 7. 16. 101호로 전입신고를 마치고 확정일자를 받은 다음, 2012. 7. 17. 101호로 가구 등 일부 짐을 옮겼으나 2012. 8. 17.까지 평일에는 출･퇴근을 위해 주로 잠을 자는 용도로만 사용하였습니다.
  甲과 乙이 2012. 8. 17. 나머지 임차보증금 6,000만 원을 지급하기에 앞서 丙은 2012. 7. 30. A와 303호에 관하여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2012. 8. 2. 전세금 6,500만 원으로 하는 전세권설정등기를 마쳤습니다.
  이후 A는 2012. 8. 21. B에게 다가구 주택 및 대지를 매도하였고, 이후 2014. 5. 26. 위 주택과 대지에 관하여 강제경매절차가 개시되어 丙이 배당기일에서 甲과 乙보다 선순위로 잔여액 60,295,651원을 배당받자 甲과 乙은 배당이의 하며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1. 원고(甲과 乙)의 주장
 원고들은 2012. 7. 16. 당시 소유자였던 A로부터 현관 비밀번호를 안내 받고 전입신고를 마치고 확정일자를 받았으며, 다음 날 일부 짐을 옮기고 점유하였으므로 적어도 2017. 7. 17. 다음날부터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취득하였고, 따라서 2012. 7. 18. 이후인 2012. 7. 30. 전세권을 취득한 丙은 원고의 후순위라고 주장하였습니다.
 
2. 피고(丙)의 주장
 원고가 2012. 7. 16. 전입신고를 마치고 확정일자를 받았으나, 2012. 7. 17. 일부 짐만 옮겨둔 채 잠만 자는 등 부동산을 실제로 인도받은 날은 이사를 마치고 거주하기 시작한 2012. 8. 17.이고, 임차보증금도 2012. 8. 17.에 지급하였으므로 피고에 앞서 우선변제권을 취득하지 못하였다고 항변하였습니다.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고가 2012. 7. 16.경 이 사건 주택 101호를 인도받았다고 볼 수 없고, 임차보증금 중 500만 원만 지급하고 나머지 임차보증금을 지급하기 전에 전세금 전액을 지급하고 전세권설정등기를 마친 피고보다 우선하여 변제를 받을 권리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4. 대법원의 판단
 ‘주택의 인도’는 임차목적물인 주택에 대한 점유의 이전을 말한다. 이때 점유는 사회통념상 어떤 사람의 사실적 지배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객관적 관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사실상의 지배가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물건을 물리적ㆍ현실적으로 지배할 필요는 없고, 물건과 사람의 시간적ㆍ공간적 관계, 본권관계, 타인의 간섭가능성 등을 고려해서 사회통념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당시 101호는 비어있었고, A가 원고에게 현과 자동문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었으며 원고가 2012. 7. 17. 101호에 짐을 옮겨 놓았으므로 2012. 7. 17. 101호를 인도받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한편,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에게 우선변제권이 인정되기 위하여 대항요건과 임대차계약증서상의 확정일자를 갖추는 것 외에 계약 당시 임차보증금이 전액 지급되어 있을 것을 요구하지는 않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때를 기준으로 임차보증금 전액에 대해서 후순위권리자나 그 밖의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변제를 받을 권리를 갖는다고 보아야 하므로 원심은 주택의 인도와 우선변제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고 판시하였습니다.
 
5. 쟁점의 정리
 이 사건은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된 후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임차인들의 ‘우선변제권’에 따른 순위가 문제된 사안으로 다가구 주택이기에 발생할 수 있었던 문제이기도 합니다.
 우선변제권은 ‘대항력 요건 + 확정일자’를 갖추었을 때 가지게 되는데요, 이 사건은 ①대항력 요건 중‘주택의 인도’의 의미는 무엇인지 ②보증금의 지급시기와 우선변제권 취득 시기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가 쟁점이 된 사건이라 할 것입니다.
 
   다음 이야기에서 경매사건과 함께 두 쟁점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