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사실관계편
(대법원 2017. 1. 19. 선고 2013다17292 전원합의체 판결)

 법무법인 명도, 정민경변호사입니다. 집안대대로 내려오는 임야 등의 소유자는 때때로 알지 못하는 사람의 분묘를 발견하고 합니다.  
  이런 분묘는 타인의 토지 위에 존재하더라도 그 기지에 대해 관습법상 인정되는 권리가 존재하는데요, 이를 분묘기지권이라 합니다.   분묘라는 특성을 고려하여 타인의 소유권을 제한하는 만큼 논란이 많은 권리이기도 한데요, 올해 초 다시 한 번 논란이 되었던 분묘기지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도록 하겠습니다.

 A토지는 乙이 속한 종중이 보존등기를 마치고 소유하고 있었으나, 甲은 A토지가 본래 자신의 토지라며 종중을 상대로 진정명의회복을 위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였고, 2009. 10. 20.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침으로써 소유권을 회복하였습니다. 
 종중은 장기간 A토지를 소유･사용하여 오면서 분묘를 설치하여 왔고, 乙은 분묘의 소유자입니다.  甲은 A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한 후, 乙을 대상으로 분묘굴이 및 토지인도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에서 피고는 2명이고, 각 다수의 분묘를 소유하였으나, 몇 개의 분묘는 분묘기지권의 성립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원고가 승소하였습니다. 본 이야기에서는 피고를 1명으로 각색하고 원고가 패소한 부분에 관하여만 언급하고자 합니다)
 
1. 원고(甲)의 주장 
   원고는 A토지의 소유자이고 乙은 아무런 권원 없이 원고 소유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하여 사용하고 있으므로 분묘를 굴이하고 그 기지에 설치된 망주석, 상석, 비석, 석등 및 문관석 등을 철거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나아가 상고심에 이르러 피고의 분묘기지권 성립 주장에 관하여 2000. 1. 12. 법률 제6158호로 전부 개정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2001. 1. 13.에 시행됨으로써 분묘기지권이 성립하지 아니하는바, 그 이전에 설치된 분묘의 경우에도 분묘기지권이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2. 피고(乙)의 주장 
  피고는 1733년경과 1986년경부터 1990년 11월경에 걸쳐 각 분묘가 설치되었고, 분묘가 설치된지 20년이 경과되었으므로 분묘기지권이 성립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3. 원심의 판단 
  타인 소유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는 20년간 평온, 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면 지상권 유사의 관습상의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는데, 분묘기지권이란 분묘를 수호하고 봉제사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범위 내에서 타인의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고(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다63017, 63024 판결 참조), 이 사건 분묘는 각 사망 무렵에 설치된 사실이 인정되며, 본 소송은 2011. 12. 27. 제기되었으므로 분묘가 설치된 지 20년이 경과됨으로써 분묘기지권이 성립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4.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장사법이 분묘기지권을 주장할 수 없도록 규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장사법의 적용이 부칙에 따라 동법 시행이후 설치된 분묘부터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대법원이 기존 관습법에 따라 분묘기지권을 인정하여 왔다는 점에서 타인 소유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 20년간 평온, 공연하게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면 지상권과 유사한 관습상의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다는 법적 규범이 2000. 1. 12. 법률 제6158호로 전부 개정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의 시행일인 2001. 1. 13.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관하여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반대의견으로 현행 민법 시행 후 임야를 비롯한 토지의 소유권 개념 및 사유재산제도가 확립되고 토지의 경제적인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토지 소유자의 권리의식이 향상되고 보호의 필요성이 커졌으며, 또한 상대적으로 매장을 중심으로 한 장묘문화가 현저히 퇴색함에 따라,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무단으로 설치된 분묘까지 취득시효에 의한 분묘기지권을 관습으로 인정하였던 사회적·문화적 기초는 상실되었고 이러한 관습은 전체 법질서와도 부합하지 않게 되었고, 더 이상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확신을 가지지 않게 됨에 따라 법적 규범으로서 효력을 상실하였으므로 2001. 1. 13. 당시 아직 20년의 시효기간이 경과하지 아니한 분묘의 경우에는 법적 규범의 효력을 상실한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에 관한 종전의 관습을 가지고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5. 쟁점의 정리 
 이 사건은 장사법의 시행과 그 적용범위가 문제되고 나아가 법의 규정이 기존의 관습법과 배치되는 경우 관습법의 적용범위가 문제된 사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 이야기에서 장사법에 관하여 살펴본 후 본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에 관하여 보다 자세히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