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압류의 유용(1)

(대법원 1994. 8. 12. 선고 93므1259 판결)

  이번 이야기에서는 지금까지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보전처분 중 하나인 ‘가압류’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보통 소송이 진행되는 중에 상대방이 부동산, 금전 등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게 하려면 가압류결정을 받아야 합니다. 

  만약 가압류결정을 받은 피보전권리와 다른 권리의 보전을 위해 그 가압류를 유용할 수 있을까요?  

[사례]

甲은 乙에 대하여 이혼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위자료 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乙 소유의 부동산을 가압류하였습니다. 甲이 위자료에 대해 일부 승소한 후 강제집행에 착수하였다가 乙이 이를 변제하여 강제집행을 취하하였고, 乙은 이를 원인으로 사정변경에 따른 가압류취소신청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甲은 청구의 기초에 동일성이 있으므로 재산분할에 따른 금전청구권에 유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것이 가능할까요?

1. 보전처분

  보전처분은 법원이 권리자의 집행보전과 손해방지를 목적으로 행하는 잠정적인 조치를 명하는 내용의 재판 전부를 말하는데요, 일반적으로 민사집행법에 규정된 가압류와 가처분을 의미합니다(법원실무제요, 민사집행[Ⅳ] 참조). 

   예를 들어, A가 B에게 돈을 빌려주었는데 B가 이를 갚지 않자 A는 B에게 대여금반환소송을 제기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A는 B의 재산 상태를 알지 못하고, 유일하게 B 소유의 부동산이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A가 B에게 대여금 소송을 제기하면 소장이 B에게 송달되는데, B가 이 소장을 받고 부동산을 다른 사람한테 매도하는 등 처분을 하면 A는 소송에서 승소해도 실제로 돈을 회수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A는 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또는 소송을 제기함과 동시에 부동산에 ‘가압류’를 할 수 있습니다. 가압류 결정을 받으면 부동산에 등기가 되고, 다른 사람한테 부동산이 매각되더라도 소송에서 승소한다면 본압류 절차를 통해 순위에 따라 돈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가압류’는 금전채권을 보전하기 위한 보전처분이라면, ‘가처분’은 특정 권리를 보전하기 위한 보전처분인데요, 명도이야기에서도 여러 번 등장한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명도소송 중에 점유자가 점유를 제3자에게 변경하면 승소하더라도 집행을 할 수 없게 되므로 미리 가처분을 통해 점유자를 항정하여 두어 그 후에 점유자가 변경되더라도 승계집행문을 통해 집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가처분은 금전채권을 제외한 모든 채권의 보전을 위한 보전처분이어서 그 형태는 매우 다양하나, 민사집행법 제301조에서 가압류절차를 준용하여 그 절차는 가압류와 매우 유사합니다.

제301조(가압류절차의 준용) 가처분절차에는 가압류절차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다만, 아래의 여러 조문과 같이 차이가 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평소에 잘 다루지 않았던 가압류에 관하여만 다루고자 합니다.

  2.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

  보전처분은 소송과 달리 상대방(채무자)의 입장을 확인하지 않고 신청인(채권자)의 신청을 보고 법원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재판인 반면에 보전처분결정이 내려지면 채무자는 당장 재산이나 특정 권리를 행사하는데 일방적으로 제약을 받게 됩니다.   

   때문에 모든 보전처분은 보전의 목적이 되는 권리(피보전권리)가 존재하여야 하고, 그 권리를 보전할 필요성(보전의 필요성)이 존재하여야 하는바, 채권자는 이를 재판부에 소명하여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소명’이란 일반적인 소송에서의 ‘증명’보다는 낮은 정도의 개연성을 의미합니다. 그렇다고 그 소명을 소홀히 한다면 법원은 결정을 내려주지 않습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법원이 채권자의 신청내용과 증거들을 보고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금전채권’이 있구나, 그리고 채무자에게 다른 부동산이 없어서 금전채권을 회수하지 못할 수 있겠구나 정도의 추측이나 심증이 형성되어야 법원은 채무자의 재산을 처분할 수 없도록 ‘가압류결정’을 내려주는 것입니다. 

   때문에 가처분보다 가압류결정을 받는 것이 보다 용이합니다. 피보전권리는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돈을 빌려주었으나 이를 갚지 않고 있는 사실(예를 들면 차용증, 금융거래내역 등)만으로 충분하고, 채무자가 주소지의 부동산이 채무자 소유라면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결정을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통장, 임차보증금 등과 같은 채권에 대한 가압류는 그 결정을 받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제3자가 관여되는 절차이기도 하고, 채무자의 생계에 보다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채무자가 거주하는 부동산이 채무자 소유가 아니라는 등의 추가적인 소명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이런 소명을 통해 법원을 설득하였다면, 법원은 ‘담보제공’할 것을 조건으로 가압류결정을 내려주게 됩니다.

  법원은 왜 ‘담보제공’을 조건으로 결정을 내려주는 것일까요? 이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왔는데요, 다음 이야기에서 담보제공의 목적과 가압류에 대해 채무자가 다툴 수 있는 방법 등에 관하여 이야기를 이어가며 사례의 답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