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점유취득시효의 완성과 관련 쟁점-검토의견편(2)
(대법원 2009. 7. 16. 선고 2007다15172 전원합의체 판결)  

 법무법인 명도, 정민경변호사입니다.   지난 이야기에서 부동산점유취득시효의 요건과 점유의 태양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는데요, 이번에는 이 사건 판례의 핵심 쟁점이 된 점유의 기산점과 소유자가 변경된 경우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

4. 점유의 기산점
  부동산점유취득시효에서 점유개시의 기산점은 그 주장자가 임의로 선택할 수 없다(대법원 1969. 9. 30. 선고 69다764 판결)는 것이 원칙이나,  예외적으로 소유자의 변동이 없는 토지에 관하여는 취득시효의 기산점을 임의로 선택할 수 있고 취득시효를 주장하는 날로부터 역산하여 20년 이상의 점유사실이 인정되고 그 점유가 자주점유가 아닌 것으로 밝혀지지 않는 한 취득시효를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1993. 11. 26. 선고 93다30013 판결)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점유취득시효는 점유라는 사실만으로 그 소유권을 귀속시키는 제도라는 점에서 주장자가 임의로 그 기산점을 선택할 수 없도록 함이 타당하고, 다만 점유취득이 되는 점유 기간이 초과한 후에도 소유자의 변동이 없었다면 임의로 기산점을 선택한다고 하더라도 20년 동안 평온･공연하게 점유하였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므로 제도의 취지에도 반하지 않는 할 것입니다.

  결국 부동산의 점유취득시효라는 것은 20년간 평온･공연하게 점유해 온 부동산의 소유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음으로써 형성된 점유자의 신뢰를 보호하는 것이므로 그 부동산의 소유자가 변동되었다면 새로운 소유자와 신뢰를 형성한 점유자 중 누구를 보호하여야 하는 것인가의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
5. 점유개시 후 시효완성 전 소유자의 변경
  점유자가 점유를 개시한 후 20년의 점유취득시효를 완성하기 전에 소유자가 변경된 경우 점유개시 시점으로 20년이 경과하였다면 점유취득시효가 성립할까요?

​

 우리 판례는 점유의 기산점 선택과 소유자 변동과의 관계에 있어서 그 입장을 변경하여 왔는데요, 과거 대법원은 점유취득시효 완성 후 소유자가 변경되었고 그 후 다시 20년의 점유를 계속 점유하였더라도 소유자가 변경된 때를 기산점으로 점유취득시효를 주장할 수 없다(대법원 1982. 11. 9. 선고 82다565 판결)

​

 판시하였다가 취득시효완성 후 토지소유자에 변동이 있어도 당초의 점유자가 계속 점유하고 있고 소유자가 변동된 시점을 새로운 기산점으로 삼아도 다시 취득시효의 점유기간이 완성되는 경우에도 역시 타당하므로 시효취득을 주장하는 점유자로서는 소유권 변동시를 새로운 취득시효의 기산점으로 삼아 취득시효의 완성을 주장할 수 있다(대법원 1994. 3. 22. 선고 93다46360 전원합의체 판결)고 하여 그 입장을 변경하였습니다.

다만, 변경된 판례는 여전히 취득시효기간 중에는 등기명의자가 동일하고 소유자의 변동이 없을 것을 전제로 하였으나, 이 사건 판결에서 취득시효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등기부상의 소유명의자가 변경된다고 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는 점유자의 종래의 사실상태의 계속을 파괴한 것이라고 볼 수 없어 취득시효를 중단할 사유가 되지 못한다고 하여 취득시효를 주장할 수 있다고 다시 입장을 변경하였습니다(대법원 2009. 7. 16. 선고 2007다15172 전원합의체 판결).

​

 위 변화를 보면 대법원이 점유취득시효의 인정요건을 조금씩 완화하여 온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6. 시효완성 후 소유권이전등기 전 소유자의 변경
  우리 법원이 점유취득시효의 요건을 완화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점유자가 임의로 점유의 기산점을 선택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점과 시효가 완성된 후 소유자가 변경된 경우 그 소유자에게 점유취득시효를 주장할 수 없다는 점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취득시효완성을 주장하는 자가 임의로 그 기산점을 선택하지 못하도록 한 취지는 시효취득을 주장하는 자가 임의로 그 기산점을 선택하게 한다면 시효완성 후에 등기명의를 취득한 자를 시효완성 당시의 등기명의 취득자로 볼 수 있게 되어 시효완성을 주장하는 당사자는 등기를 하지 않고도 언제나 제3취득자에 대하여 시효완성으로 인한 등기청구를 할 수 있게 되므로 등기제도의 기능을 몹시 약화시키고 부동산에 관한 거래의 안전을 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대법원 1976. 6. 22. 선고 76다487,488 판결 참조).

​

7. 검토의견  
  부동산점유취득시효는 점유자의 신뢰를 보호하고 점유라는 사실관계로부터 발생하는 권리를 인정한다는 측면에서 도입된 제도로 ‘점유’만으로 소유권을 취득하는 만큼 그 요건을 엄격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그 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판단하다보면 그 제도가 형해화될 수 있고, 때문에 대법원도 그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해석해온 것 같습니다.

​

  부동산점유취득시효가 자주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소유자와 점유자의 권리, 등기제도와 취득시효제도의 취지 등 그 균형을 찾기 위해 앞으로도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