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시효가 완성된 연체차임의 공제-검토의견편(2)

(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다211309 판결)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명도 정민경변호사입니다. 지난 이야기에서 임대차계약의 보증금반환채권과 차임채권에 관하여 상계가 아닌 공제의 법리로 해석하는 것이 우리 판례의 입장이라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는 임대차관계의 특수한 성격과 관계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번 이야기에서 임대차관계의 특성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소멸시효와 관련된 문제에 관하여 이야기를 이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3. 임대차계약의 특성
  임대차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하여 차임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민법 제618조)으로 목적물을 사용･수익한다는 점에서 사용대차와 유사하고, 보증금(전세금)을 지급하고 사용･수익한다는 점에서 전세권과 유사하기도 합니다.

  전세권에서 보증금(전세금)은 전세권이 소멸된 후 손해가 있다면 그 손해의 배상에 충당하고 잉여가 있으면 반환하도록 규정(민법 제315조 제2항)하고 있는 반면에 임대차는 이에 관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에 관하여 다양한 학설이 존재하지만, 판례는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청구권은 명도시까지 임차인의 채무를 공제하고 잔액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발생한다(대법원 1987. 6. 9. 선고 87다68 판결 등 참조)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즉,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청구권은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어야 비로소 발생하는데,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었다고 무조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임차인의 임대인에 대한 모든 채무를 공제하고 잔액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임대차계약에서 임대인이 보증금을 수령할 때에는 임차인으로부터 입는 손해를 ‘담보’한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판례의 해석은 임대차계약 당사자의 의사해석 측면에서 타당하다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차임채권의 소멸시효’와 그로인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4. 차임채권의 소멸시효 
  소멸시효는 장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음으로써 권리행사의 상대방이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보호하는 법리로 ‘권리 위에 잠자는 자 보호하지 않는다’는 민법의 원칙을 의미합니다. 

  채권의 소멸시효는 10년이나, 사용료 기타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금전의 지급을 목적으로 한 채권은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차임채권은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사용료에 해당하므로 3년의 단기소멸시효를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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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월차임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임대차계약의 경우, 차임채권은 매월 변제기에 발생하고, 그 소멸시효는 변제기 다음날부터 진행됩니다. 반면에 보증금반환청구권은 임대차계약이 종료하여야 비로소 발생하므로 만약, 임차인이 3년 이상 월차임을 미납하였으나 보증금이 충분하여 임대차계약을 해지하지 않은 채 유지하여 왔다면 임대차계약 종료 후 임대인은 3년이 경과한 차임을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에 관하여 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49608 판결에서 차임채권의 소멸시효가 도과하였는지 여부를 심리하지 않은 채 모든 연체차임을 보증금에서 공제한 원심을 파기하고 환송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즉, 상계의 법리에 따라 이미 소멸시효가 도과한 차임채권에 관하여 보증금반환채권이 발생하여 상계적상에 있었던 채권이 아니라면 상계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임대차계약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측면이 존재합니다. 일반적으로 임대인은 보증금이 잔존하는 이상 연체차임을 공제할 수 있다는 신뢰를 가지고 임대차계약을 존속합니다. 상계의 법리를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임대인은 3년에 한 번씩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법률행위를 하거나, 3년이 도과하기 전에 반드시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상계의 의사를 통지하여야 하는 다소 현실과 거리가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도 합니다.

​5. 검토의견
  기존의 판례들은 임대차관계에서 공제의 법리를 적용하면서도 보증금반환채권과 차임채권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상계법리에 따라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 판례는 상계의 예외규정을 유추적용하여 공제의 법리로써 두 채권의 관계를 정리하였다는데 그 의의가 있습니다. 임대차관계에서 보증금반환채권과 차임채권과의 관례를 상계의 법리로 해석하기에는 일반인의 법 감정에 반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소멸시효 법리에 의하더라도, 임차인은 보증금이 잔존하는 경우 임대인이 차임채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보다 연체차임이 보증금에서 공제될 것이라는 신뢰를 갖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과연 차임채권에 소멸시효 법리를 적용할 수 있는지 한 번쯤 검토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