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시효가 완성된 연체차임의 공제-검토의견편(1)
(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다211309 판결)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명도 정민경변호사입니다. 임대차보증금은 임대차관계가 종료되어 목적물을 반환하는 때까지 그 임대차관계에서 발생하는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하는 것으로서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이 없으면 그 전액을 반환하고 만약 임차인이 차임을 지급하지 아니하거나 목적물을 멸실･훼손하여 부담하는 손해배상채무 또는 임대차종료 후 목적물 반환시까지 목적물 사용으로 인한 손해배상 내지 부당이득반환채무 등을 부담하고 있다면 임대인은 그 보증금 중에서 이를 공제하고 나머지 금액만을 반환하면 되는 것(대법원 1987. 6. 23. 선고 87다카98 판결)으로

법률에 특별한 규정은 없지만 임대인은 실질적으로 임차인에 대한 채권을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상계와는 또 다른 법리로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이해를 위해 상계에 관하여 우선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
1. 상계
  상계는 양 당사자가 서로에 대해 같은 종류의 채권･채무를 부담하는 경우 대등액에서 소멸하게 하는 행위로, 일방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그 효력이 발생합니다.

상계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쌍방이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두 채권이 모두 변제기에 있어야 하며, 채권의 성질이 상계를 허용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이를 ‘상계적상’이라 하고, 상계적상이 현존하는 때 의사표시로써 상계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492조, 제493조). 즉, A가 B에 대하여 1,000만 원의 대여금 채권을 가지고 있고, B가 A에 대하여 500만 원의 물품대금채권을 가지고 있을 때, A가 B에게 대여금의 반환을 청구할 경우 B는 A에 대하여 가지는 물품대금채권을 자동채권(상계하려는 자의 채권)으로 하여 상계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고, 두 채권이 모두 변제기에 도래하였다면 수동채권(상계되는 채권)인 대여금 채권은 500만 원의 범위 내에서 소멸합니다.

​ 

단, 민법 제495조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라도 그 완성 전에 상계할 수 있었던 채권이라면, 다시 말해시효 완성 전에 상계적상에 있었던 채권이라면 예외적으로 상계가 가능하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서로에 대한 채권을 가진 당사자는 각 채권이 정산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상대방 채권의 시효완성을 기다렸다가 자신의 채권만을 청구하는 것은 불공평하기 때문에 공평의 원칙에 따라 이런 규정이 도입되었습니다. 
  임대차계약에서 임대인의 차임채권과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의 관계와 매우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것입니다.

​
2. 보증금반환채권과 차임채권의 관계
  차임채권은 임대인과 임차인의 약정에 따라 약정일이 도과할 때마다 각 채권의 변제기가 도래합니다. 월차임으로 매월 말에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면 매월 말일로 월차임액만큼의 채권이 발생하는 반면에 보증금반환채권은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어야 비로소 발생하는 채권입니다. 따라서 차임채권은 매월 발생하여 소멸시효가 진행되지만 보증금반환채권은 임대차계약이 종료하기까지 변제기가 도래하지 않아 상계적상에 있지 않게 됩니다.

한편, 판례는 건물임대차에 있어서의 임차보증금은 임대차 존속중의 임료뿐만 아니라 건물명도의 무이행에 이르기까지 발생한 손해배상채권 등 임대차 계약에 의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에 대하여 갖는 일체의 채권을 담보하는 것으로서 임대차 종료 후에 임차건물을 임대인에게 명도할 때에 체불임료 등 모든 피담보채무를 공제한 잔액이 있을 것을 조건으로 하여 그 잔액에 관한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청구권이 발생하는 것(대법원 1987. 6. 9. 선고 87다68 판결)이라고 판시하고 있어 ‘상계’가 아닌 ‘공제’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왔습니다.

공제는 법률상 개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임대차 보증금과 연체차임과의 관계에 있어서 판례는 공제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왔고, 임대차보증금이 임대인에게 교부되어 있더라도 임대인은 임대차관계가 계속되고 있는 동안에는 임대차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충당할 것인지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으므로, 임대차계약 종료 전에는 연체차임이 공제 등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임대차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49608 판결)고 판시함으로써 공제를 위해서 ‘의사표시’가기도 하였습니다.
  소멸시효가 도과된 연체차임채권과 보증금반환채권은 임대차계약이 종료하기 전에는 상계적상에 없었으므로 상계의 법리가 적용되기는 어렵고, 판례가 상계와 공제를 다르게 해석하여 왔고, 특히 임대차관계에서 공제의 개념을 도입하여 왔다는 점에 주목하여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 이야기에서 임대차관계가 갖는 특성에 관하여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