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시효가 완성된 연체차임의 공제-사실관계편

​(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다211309 판결)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명도 정민경변호사입니다. 임차인이 차임을 연체하였으나 보증금이 충분하여 임대차계약을 해지하지 않은 채 장기간 임대차기간을 유지해오다가 비로소 임대차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임대인은 임대차보증금에서 연체차임 전부를 공제하고 반환하여 줍니다. 이 경우 임차인은 차임채권의 소멸시효가 도과하였으므로 오래 전에 발생한 연체차임은 공제할 수 없다는 항변을 하곤 하는데요, 이에 관하여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甲과 乙은 A건물에 관하여 2003. 2. 1.부터 2006. 1. 31.까지 보증금 9,800만 원, 월차임 40만 원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묵시적으로 갱신되었습니다. 乙은 월차임을 단 한 차례도 지급하지 않았고, 이에 甲은 2014. 3. 27. 내용증명우편물로 임대차계약 해지의 의사를 통지하였고, 동 통지는 2014. 3. 28. 乙에게 도달하였습니다. 이후 甲은 丙에게 2014. 6. 20. A건물의 소유권을 이전하였고, 乙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1. 원고(甲)의 주장

  甲은 乙의 차임연체로 A건물에 관한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었으므로 乙은 甲에게 A건물을 인도하여야 하며 연체차임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나아가 乙의 보증금반환 항변에 관하여 2003. 2. 1.부터 2014. 6. 20.까지 약 134개월 분의 월차임 상당의 금원이 보증금에서 공제되어야 한다고 재항변하였습니다.

2. 피고(乙)의 주장

  乙은 보증금 및 유익비 및 필요비를 반환할 것을 항변하였고, 항소심에 이르러 2011. 3. 28. 이전에 발생한 차임채권은 소멸시효로 소멸하였음을 항변하였습니다.

3. 원심의 판단

  이에 관하여 1심은 乙의 유익비 및 필요비 반환청구권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乙은 甲으로부터 보증금에서 134개월간의 월차임 상당의 금원을 공제한 보증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甲에게 A건물을 인도하라는 내용으로 판단하였고, 이 중 금액에 관하여 甲과 乙이 모두 항소하였습니다.

  이에 2심은 임대차보증금이 임대인에게 교부되어 있더라도 임대인은 임대차관계가 계속되고 있는 동안에는 그 임대차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충당할 것인지 여부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고(대법원 2005. 5. 12. 선고 2005다 459, 466판결 등 참조), 임대차계약 종료 전에는 연체차임이 공제 등의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임대차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되는 것도 아니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49608 판결 등 참조)라는 판례를 바탕으로 乙의 소멸시효항변을 받아들여 2011. 3. 27.부터 2014. 6. 20.까지 발생한 월차임 상당금액만을 보증금에서 공제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하였습니다.

4.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임대차계약 종료 전에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연체차임이 임대차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되는 것은 아니고, 임대차 존속 중 차임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임대인이 소멸시효가 완성된 차임채권을 자동채권으로 삼아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와 상계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민법 제495조에 따라 인정될 수 없지만, 임대차 존속 중 차임이 연체되고 있음에도 임대차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충당하지 않고 있었던 임대인의 신뢰와 차임연체 상태에서 임대차관계를 지속해 온 임차인의 묵시적 의사를 감안하면 민법 제495조를 유추적용하여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5. 쟁점의 정리 

  이 사건에는 소멸시효, 상계, 임대차계약이라는 법리가 적용됩니다. 상계는 채권이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상계적상에 있을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고 민법 제495조는 예외적으로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라고 하더라도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상계적상에 있었다면 상계가 가능하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판례는 여기에 임대차계약의 특성을 고려하여 예외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 것인데요, 다음 이야기에서 대법원이 이런 판결을 한 근거를 검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