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거주확인서를 작성하고 배당요구를 한 임차인의 대항력-검토의견편(3)
(대법원 2017. 4. 7.선고 2016다248481 판결)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명도  정민경변호사입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이 사건 판결이 나오는 과정에서 임차인이 근거로 든 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5다21166 판결과 대법원 1987. 1. 20. 선고 86다카1852 판결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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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기존 판례가 적용될 수 없는 이유

  이 사건 판결에서 대법원은 피고가 들고 있는 판결들은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는 것이므로 여기에 원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간단하게 판시하고 있으나, 그 이유는 각 판례의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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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대법원 1987. 1. 20. 선고 86다카1852 판결

  위 판례는 은행직원이 경매절차와 관계없이 담보물건에 대한 임대차조사에서 임차인이 임대차 사실을 숨겼으나 그 경매절차에서는 임대차 관계의 존재를 분명히 한 경우, 은행의 건물명도청구에 대한 임차인의 임차보증금반환과의 동시이행의 항변이 신의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판결입니다.

  이 판결은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우선변제권’이 도입되기 이전의 판결로, 경매절차상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공시되면 낙찰자는 예외 없이 보증금을 인수한다는 사실을 알고 입찰가격을 결정하였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은행이 특별히 임차인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경매절차상 그 정보와 다른 내용이 공시되었다면 그 공시된 내용으로 신뢰를 주는 것이므로 임차인이 은행의 청구에 대항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판결이 주는 핵심 내용은 ‘경매절차에서 공시된 내용이 입찰가격 결정에 신뢰는 주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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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5다21166 판결

  동 판결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모두 갖춘 임차인이 경매절차에서 우선변제권을 선택하였으나, 그 보증금 중 일부를 배당받지 못하였다면 잔존하는 보증금에 관하여 낙찰자에게 `대항력`을 행사할 수 있으나 그 다음 경매에서 우선변제권을 다시 행사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위 판결은 임차인의 무상거주확인서와 같이 배당에 영향을 주는 입찰자가 알 수 없는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실제로 사실관계를 보면, 임차인은 보증금이 건물감정가의 70%를 초과하였고, 낙찰금액은 감정가의 약 30%에 불과하여 1차 경매의 낙찰자는 임차인이 우선변제권을 행사하였더라도 보증금을 일부 배당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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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검토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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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건은 경매절차의 안정성과 임차인의 보호의 균형을 쟁점으로 한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임차인을 의도적으로 보호하는 과정에서 임차인의 권리가 추가되었고, 법원은 임차인이 어떤 권리를 선택하든 임차인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해석하여 왔고, 위 판례들이 그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임대차보호법이 민법의 특별법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그 해석의 확장을 신중하게 검토하여 왔고, 경매절차의 특성 또한 고려하여 임대차보호법의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해석을 유지하여 왔습니다.

  무상거주확인서는 담보대출을 많이 받고자 하는 임대인, 대출을 통한 이득과 채권을 보호하려는 은행, 후순위였지만 선순위 임차인으로 보호받으려는 임차인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여 만들어진 서식입니다.

  초기에는 많은 은행들이 무상거주확인서를 신뢰하고 대출을 하였다가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자 배당이의를 하게 되었고, 판례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한 임차인을 보호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무상거주확인서를 작성하고 배당을 받지 못한 임차인이 ‘대항력’을 이용하여 낙찰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법률을 악용하는 임차인을 보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이에 무상거주확인서를 작성하여 준 선순위 임차인은 배당요구를 할 수 없고, 대항력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경우 은행은 낙찰대금이 낮아짐에 따라 채권을 모두 회수하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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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건 판결은 무상거주확인서를 작성하여 줄 경우 법률의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임차인에 대한 강한 경고이자 무리한 대출을 위한 편법을 사용하지 말라는 은행에 대한 경고이기도 합니다. 특히, 임차인의 보호와 경매절차의 안정성 사이에서 균형을 꾀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