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의 부당이득과 손해배상-검토의견편(2)

(대법원 1995. 7. 25. 선고 95다14664 판결)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명도, 명도닷컴의 정민경변호사입니다. 임차인이 부당이득반환 또는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에 관한 지난 이야기를 이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4. 부동산 인도의 범위

부당이득반환이든 손해배상이든 이는 임차인이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이 사건의 경우 부당이득의 산정에 있어서 甲과 乙간에 부동산 인도 시점에 관하여 다툼이 있었습니다.

즉, 임차인인 乙 은 1989. 11. 27.에 이사를 마쳤고 甲의 직원에게 열쇠를 전달하였으므로 그 이후에는 부당이득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고, 임대인인 甲은 乙이 위 이사 당시 4층 내지 6층에 에어컨, 냉동기 등을 제거하지 않은 채 열쇠 또한 甲에게 전달하지 않았으므로 실제로 위 집기를 모두 반출한 1991. 1. 5.에 비로소 부동산을 인도한 것이라 반박하였습니다.

이에 관하여 법원은 甲이 1990. 1. 5.경 A건물 중 일부를 소외 주식회사에게 임대를 준 사실에 비추어 위 날짜에 부동산 인도를 마쳤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부동의 인도’는 점유의 이전을 포함한 개념으로 매우 관념적이어서 단순히 열쇠를 주었다거나 이사를 나갔다는 사실만으로 부동산을 인도한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임대인에게 열쇠를 돌려주는 행위, 짐을 모두 반출하는 행위는 부동산의 인도로 해석될 여지가 많지만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습니다.

판례의 사실관계와 같이 짐을 일부 남겨둔 상태에서 열쇠 또한 임대인 본인에게 전해주지 않았다면 부동산을 인도하였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甲이 A건물을 제3자에게 임대할 수 있었다는 것은 점유권을 이전받았다고 해석할 수 있으므로 그 때야 비로소 부동산을 인도받았다고 해석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에어컨, 냉동고 등을 철거하지 않은 것을 다수의 판례가 언급해왔던 ‘임대차목적에 따른 사용(대법원 1979. 3. 13. 선고 78다2500 판결, 대법원 1992. 4. 14. 선고 91다45202 판결 등 참조)’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5. 유효한 변제공탁

변제공탁의 요건은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변제공탁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변제공탁의 요건을 충족하여야 하는데, 채권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거나, 채권자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채권자가 수령을 거부하는 경우에 변제공탁을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반환할 보증금이 존재하는 경우 임차인이 임대차목적물을 사용하지 않고 점유만 하는 경우에는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어서 변제공탁을 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임차인이 보증금의 수령을 거절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임의로 변제공탁 하는 경우 유효한 변제가 되지 않아 최종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됩니다.

유의할 점은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보증금 중 일부라도 미지급한 경우 채무내용에 좇은 적법한 이행이라 볼 수 없어 임차인은 동시이행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의 경우 乙이 보증금의 수령을 거절하여 甲이 변제공탁을 하기는 하였으나, 부당이득의 공제금액을 일부 인정받지 못하여 甲이 乙에게 반환하여야 할 보증금이 증가하였으므로 甲의 보증금 반환에 관한 항변은 인정되지 않은 것입니다.

6. 검토의견

대법원은 법률상의 원인 없이 이득하였음을 이유로 한 부당이득의 반환에 있어서 이득이라 함은 실질적인 이익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법률상 원인 없이 건물을 점유하고 있다 하여도 이를 사용·수익하지 않았다면 이익을 얻은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인바, 임차인이 임대차계약 종료 이후에도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목적물의 반환을 거부하기 위하여 임차건물부분을 계속 점유하기는 하였으나 이를 본래의 임대차계약상의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하지 아니하여 실질적인 이득을 얻은 바 없는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임대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임차인의 부당이득반환의무는 성립되지 않는다(대법원 1979. 3. 13. 선고 78다2500 판결, 대법원 1992. 4. 14. 선고 91다45202 판결 등 참고)는 입장을 오랫동안 견지하여 왔습니다.

이는 ‘법률상의 원인 없이 이득하였음을 이유로 한 부당이득의 반환에 있어서 이득이라 함은 실질적인 이익을 가리키는 것’을 다양한 사례에 적용해온 결과인데, 단순히 위 문구에 연연하여 구체적 사건에 있어서 공감을 얻지 못하는 판례가 다수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차임을 연체하여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을 해지하였지만 반환할 보증금이 일부 남았다면 임차인이 영업을 하지 않는 경우, 임차인이 장기간 입원해 주택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 등 임차인은 물건만을 방치하였을 뿐 임대차목적물을‘임대차목적에 따라 사용’하지 않았으므로 부당이득이 성립하지 않게 됩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월차임 상당의 손해가 발생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임차인의 사정에 따라 이를 회복할 수 있거나 회복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실제로 위 판례가 원용한 대법원 1979. 3. 13. 선고 78다2500 판결의 경우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임대차목적물의 사용을 방해받은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임차인이 자신의 사정에 의해 임대차목적물을 임대차계약 목적에 따라 사용을 하지 못한 것은 달리 해석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