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의 부당이득과 손해배상-검토의견편(1)
(대법원 1995. 7. 25. 선고 95다14664 판결)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명도 정민경변호사입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지난 이야기에서 살펴보았던 임대차계약의 종료와 임차인의 부당이득반환 또는 손해배상의무에 관한 판례를 검토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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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당이득의 성립 요건
  민법 제741조는 법률상 원인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법률상 원인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얻은 이득을 ‘부당이득’이라고 하고, 부당이득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①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에 의하여 이익을 얻고,

 ② 타인에게 손해를 입혀야 하고,

 ③ 그 이익으로 인해 손해가 발생하였어야 하며(인과관계),

 ④ 법률상 원인이 없을 것을 요건으로 합니다.
 

 민법은 비채변제, 불법원인급여 등 부당이득에 관한 특례를 정하고 있으나, 이에 관하여는 관련 판례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눌 때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부당이득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위 요건을 충족하여야 하는바, 임대차계약이 존속하는 동안 임차인이 부동산을 점유・사용하는 경우 임대차계약이라는 ‘법률상 원인’에 의해 이득을 얻는 것이므로 부당이득이 아니게 됩니다.   즉, 임차인의 부당이득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임대차계약의 종료로 인하여 부동산을 사용・수익할 법률상 원인이 소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동산을 사용함으로써 이득을 얻는 경우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상가건물임대차에서 임대차계약이 종료하자 임차인이 영업을 중단한 채 점유만 하고 있다면 어떨까요?  이에 관하여 판례는 법률상 원인없이 이득하였음을 이유로 한 부당이득 반환에 있어서의 이득이란 실질적인 이익을 뜻하므로, 영업용 점포의 임차인이 임대인 측의 방해로 영업을 하지 아니한 채 방실에 영업도구를 모아 문을 잠그고 이를 점거한 것은 임대차계약상의 목적에 따른 실질적 이익이 없어 부당이득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79. 3. 13. 선고 78다2500 판결)고 판시하였고, 이후 대법원 1992. 4. 14. 선고 91다45202 판결, 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다61398 판결 등 다수 판례에서 동 판례를 원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임대차계약이 종료한 후 임차인이 본래의 임대차계약상의 목적에 따라 사용ㆍ수익하지 않는 경우 부당이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甲은 乙이 실제로 이사를 마친 날까지를 기준으로 부당이득을 청구하였지만 乙은 1990. 1. 5.까지만 A건물을 사용하였으므로 동 날짜까지만 월차임과 관리비 상당의 부당이득만이 인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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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동시이행항변과 손해배상
  쌍무계약의 당사자일방은 상대방이 그 채무이행을 제공할 때까지 자기의 채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데, 그 권리를 동시이행항변권이라 합니다(민법 제536조 제1항).
  동시이행의 항변권은 공평의 관념과 신의칙에 입각하여 각 당사자가 부담하는 채무자가 서로 대가적 의미를 가지고 관련되어 있을 때 그 이행에 있어서 견련관계를 인정하여 당사자 일방은 상대방이 채무를 이행하거나 이행의 제공을 하지 아니한 채 당사자 일방의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때에는 자기의 채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대법원 1992. 8. 18. 선고 91다30927 판결).
  임대차계약에서 종료시 임차인의 부동산인도의무와 임대인의 보증금반환의무는 그 이행의 견련관계가 인정되므로 임차인은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할 때까지, 임대인은 임차인이 부동산을 인도할 때까지 자신의 의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동시이행항변권을 행사하면 결국 자신이 상대방에 대하여 가지는 채무에 관하여 완전히 이행하거나 적어도 이행의 제공을 하지 않았다면 상대방은 이행지체에 빠지지 않게 됩니다.  즉,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었다고 하더라도 임차인은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여 줄 때까지 부동산의 인도를 거절할 수 있고, 이 경우 임차인은 동시이행항변권에 의하여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는 것이므로 불법점유가 아니게 됩니다.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임차인의 행위가 불법행위여야 하는데,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았다면 임차인의 점유는 적법한 점유에 해당하여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乙은 동시이행항변권을 행사하였고, 반소로 보증금의 반환을 청구하기도 하였는바, 甲이 법률상 인정되는 乙의 채무를 공제한 나머지 보증금을 전액 반환하지 않았다면 별도의 손해배상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乙이 과실로 건물을 일부 파손시킨 부분에 관한 손해배상은 성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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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임대차보증금의 담보범위와 입증책임
  판례는 부동산임대차에 있어서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지급하는 임대차보증금은 임대차관계가 종료되어 목적물을 반환하는 때까지 그 임대차관계에서 발생하는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하는 것으로서,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의무는 임대차관계가 종료되는 경우에 그 임대차보증금 중에서 목적물을 반환받을 때까지 생긴 연체차임 등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에 관하여서만 비로소 이행기에 도달하는 것(대법원 1987. 6. 23. 선고 87다카98 판결, 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2다52657 판결, 대법원 2012. 9. 27. 선고 2012다49490 판결 등 참조)이라고 판시하고 있는바, 임대인은 보증금 중 임차인의 채무 일체를 공제한 나머지 보증금만을 반환하면 됩니다.
  즉, 임차인의 연체차임, 원상회복 비용, 부당이득금, 손해배상금, 소송비용 등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인에 대하여 가지는 채무를 모두 공제한 나머지 보증금을 반환하면 되나, 그 채무의 존재에 관하여는 임대인이 입증하여야 하고, 그 채무의 소멸에 관하여는 임차인이 입증하여야 합니다.  乙이 건물의 칸막이 출입문, 유리 등에 관한 파손을 인정하였으므로 이에 관한 수리비용은 보증금에서 공제되나 부당이득금과 원상회복 비용에 관하여는 다툼이 있으므로 甲은 乙의 부당이득 사실과 원상회복비용에 관한 입증을 하여야만 이를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습니다.

  임차인의 부당이득과 손해배상에 관한 쟁점이 많다보니 이야기가 길어지고 있는데요, 다음 이야기에서 이어가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