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계 줄행랑

명도닷컴 정민경 변호사

1. 경매물건 현황

이번 사건은 경기도 의정부시에 위치한 아파트(84.9825㎡) 물건이며 입찰 내역을 살펴보면 19명 입찰하여 감정가 대비 97%인 242,889,000원에 낙찰되었습니다. 

2. 자기소개, 그리고..

 소유자 점유라는 현황조사서 내용을 바탕으로 저녁 시간대에 방문을 하였습니다. 마침 집에 소유자 가족들이 있었으며 너무 화목해 하는 모습에 방문한 것이 미안할 정도였습니다. 

 따로 이야기 하자며 집 밖으로 이끌었고 자신은 건축업자로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가장 많이 접하는 자기소개 중 하나입니다. 요구조건은 심플했습니다. "3월말에 이사 나간다. 응하지 않으면 집은 온전하게 인도받지 못한다." "나는 경매 절차를 다 알고 있다. 송달 안받으면 집행까지 4개월 이상 끌 수 있다."며, 대화 내용을 그대로 낙찰자에게 전달하라고 하였습니다. 그때가 12월 말이었습니다. 

3. 저비용 고효율

 경매명도에 있어 인도명령 신청 및 강제집행 신청은 필수 코스입니다. 때에 따라서는 계고 단계까지 필요하며 인도명령 신청부터 계고까지 약 15만원 정도의 비용이면 이사비 및 기간을 낙찰자의 입맛에 맞게 조절할 수 있으니 비용대비 아주 훌륭한 절차입니다.  본 건은 채무자와 미팅 후 2주만에 강제집행 계고를 나갔고, 예고기간은 1월 말로 확정되었습니다.  

4. 기다리다.

 주장이 강하고 뜻을 잘 굽히지 않는 점유자들은 싸울 필요가 없습니다. 위의 절차를 밟아놓고 기다리면 됩니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으며 열이면 아홉은 기세가 꺾여 전화가 오게 되어있습니다. 

5. 희망사항

 기세가 꺾이면 명도대상자는  찾아와 상담을 받습니다. 

채무자 희망사항 : 연체된 관리비 400만원 정산 + 이사비 200만원 지급시 2월 초에 이사하겠다.

 결국 낙찰자에게 600만원을 달라는 소리인데, 실제 강제집행을 하더라도 낙찰자부담액은 약 380만원 정도(집행비용 250만원, 공용관리비 130만원)이기에 채무자의 개인적인 희망사항일 뿐입니다. 낙찰자는 이사비 200만원 지급 조건에 관리비는 채무자 부담으로 하는 것으로 의사를 확정하셨습니다.  

6. 도망가세요

 이사비용 차이가 너무 큰 상황이며, 낙찰자는 집행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였습니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도망가세요" 라는 수를 던졌습니다. 채무자, 낙찰자 모두 말도 안된다며 손사례를 쳤습니다. 하지만 어느 일방이 양보하지 않는 이상 다른 방법이 없음을 쌍방 모두 잘 알고 있었습니다. "도망가세요" 그 방법 밖에 없습니다.

7. 36계 줄행랑

 채무자에게 비밀번호는 미리 받아 두었으며, 어느 순간부터 채무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확인하니 야반도주에 성공하였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채무자가 어디로 갔는지 언제 도망갔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습니다. 관리소에서 이사 못 나가게 지켰을것인데 어떻게 도망갔을지는 아직도 미스테리입니다. 

8. 마무리

 이제 마무리만 남았습니다. 실무에서는 관리비 정산이 안되면 관리사무소가 이사 자체를 막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낙찰자는 울며 겨자먹기로 모든 관리비를 대납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관리소에서 채무자를 놓쳤고 그 책임은 관리소에 있기에 결국 낙찰자는 공용관리비만 납부하기로 관리사무소와 협의를 끝내고 미리 받아 둔 비밀번호로 빈집 명도를 이전받았습니다. 

오늘의 명도 Tip : 차단기가 없는 아파트라면 관리소가 퇴근한 이후인 야간 시간대 이사 가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