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명도를 통해 알아보는 부동산인도집행

​명도닷컴 정민경 변호사

지난 이야기에 이어 이번에는 주유소 명도를 통해 부동산인도집행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볼까 합니다.

1. 강제집행신청

  부동산인도명령 결정문으로 관할 법원 집행관 사무소에서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때, 채무자 송달증명원이 필요하므로 채무자에게 결정문이 송달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채무자가 결정문을 수령하지 않을 경우 공시송달절차까지 마쳐야하므로 이 경우 시간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집행문을 부여받고 송달증명원을 발급받아 강제집행을 신청하면 집행관 사무소의 집행관은 ‘계고’ 일정을 잡습니다. 계고는 채무자에게 언제까지 부동산을 인도하지 않으면 강제집행이 된다는 사실을 예고하는 절차로, 동시에 집행에 필요한 비용에 대한 견적을 산정하기도 합니다. 보통 1주일에서 2주일 정도의 기간을 주며, 이 기간을 단축시키려는 채권자와 집행관 사이에 약간의 신경전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또, 집행 비용 견적이 과도하게 잡히지 않도록 감시할 필요도 있습니다.

  이 기간 내에 채무자가 스스로 이사하지 않으면, 집행관은 채권자에게 집행비용을 예납할 것을 알리고, 채권자가 이를 예납하면 강제집행 날짜가 정해집니다. 이 또한 집행관의 일정에 따라 날짜가 정해지기 때문에 지나치게 지연되기도 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부동산을 인도받아야 하는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답답하기 그지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2. 부동산인도집행 

 부동산인도집행은 집행문에 적시된 목적 부동산을 채권자에게 인도해 주는 강제집행으로 부동산에 있는 유체동산들을 모두 집행관이 보관하게 됩니다. 즉, 이삿짐센터에서 유체동산들을 모조리 상자에 넣어 창고에 보관하는 것입니다. 이 때, 창고에 보관하는데 비용이 많이 드는 유체동산의 경우 보관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주유소의 경우 보관에 문제가 되는 것은 가스, 기름, 세차기 등이 있습니다. 세차기의 경우 지면에 부착되어 있으나 주유소의 종물로 보지는 않기 때문에 세차기를 들어내야 하는 경우 엄청난 비용이 들 수 있습니다. 더욱이 세차기에는 폐수정화시설이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그 처리 및 비용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판례는 ‘채권자 보관’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주유소의 주유기는 주유소의 종물이라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대법원 1995. 6. 29. 선고 94다6345판결).

3. 강제집행의 목적물이 아닌 동산의 보관에 관하여 

 부동산인도집행에서 부동산에 있는 유체동산들은 강제집행의 목적물이 아닙니다. 그래서 집행관이 유체동산들을 창고에 따로 보관하는 것입니다. 집행관은 동산을 스스로 보관하거나 채권자의 승낙이 있으면 채권자나 채권자가 신청한 제3자를 보관인으로 선임하여 보관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학계 및 판례의 일관된 입장이고(서울고등법원 1995. 11. 23. 선고 95나24533 판결, 주석 민사집행법 제2편 강제집행 p.67 참조), 실무상에서도 집행이나 보관에 과도한 비용이 드는 경우 이와 같이 집행을 합니다.

 따라서 채권자의 승낙을 받아 채권자에게 보관시킬 경우에는 목적 외 동산을 채권자에게 보관시킴으로써 그 건물에 목적 외 동산을 남긴 상태에서 그대로 인도 집행을 마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는 보관 중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민사집행법 규칙 제136조 제1항을 유추하여 적당한 방법으로 그 물건이 인도 집행의 목적 외 동산이라는 취지와 보관개시의 일시 및 집행관의 이름을 표시하여 두면 됩니다.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하는 집행관들이 많기 때문에 채권자는 보관에 비용이 많이 드는 유체동산의 경우 채권자 보관으로 해 줄 것을 요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주유소 사건에서는 가스와 기름은 탱크에서 추출하여 그 양을 측정한 후 다시 탱크에 넣어 채권자가 보관하게 하는 형태로 집행을 요청하였습니다.

4. 집행 종료

 집행을 마치면 집행관은 해당 건물에 고시문을 붙임으로써 강제집행을 종료합니다. 유체동산들은 채권자의 비용으로 창고에 보관하므로 채무자가 자신의 물건을 빨리 찾아가지 않으면 채권자가 지불하는 창고비용이 계속 증가하게 됩니다. 따라서 집행을 마치면 채권자는 빨리 집행목적물이 아닌 유체동산 매각절차를 밟고, 집행비용확정신청 또한 진행하여야 합니다. 이에 관해서도 추후 명도이야기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정변의 사견]

 이해관계인이 많이 얽혀있고, 특수한 물건들이 많은 경우의 집행을 진행하다보니 집행관과의 갈등이 많이 발생하였습니다. 집행관은 채권자나 채무자 어느 한 편을 들지 않는 중립적인 위치여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집행에 임하는데 있어 방어적인 태도를 고수하여 집행일정이 지연되거나 집행방법에 있어 채권자에게 부담을 지우는 경우가 발생하곤 합니다. 생각보다 집행관에게 부여된 재량범위가 넓고, 그 범위를 정하는 법령이 존재하지 않아 채권자나 채무자의 입장에서 집행관의 결정에 이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내부적으로 어떠한 내규가 존재하기는 하겠지만 객관적으로 확인하기가 어렵고, 결국 국민은 집행관의 결정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집행 업무에 있어서 집행관과의 갈등을 줄이고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공무수행을 위해 집행관의 재량범위에 관한 규정이 마련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