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상비밀표시무효죄

명도닷컴 정민경 변호사

안녕하세요. 명도닷컴의 정민경변호사입니다. 오늘은 지난 이야기에서 나누었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경매방해죄와 더불어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 집행 후 문제될 수 있는 공무상비밀표시무효죄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사례]

 甲은 임차인 乙이 오랜 기간 차임을 연체하여 임대차계약을 해지하였으나, 여전히 건물을 돌려주지 않은 채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 명도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평소에 명도닷컴의 명도이야기를 열심히 읽어보던 甲은 명도소송 전에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관할법원에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 신청을 하여 결정을 받아 집행까지 마쳤습니다. 명도소송이 진행되던 중 甲은 다시 한 번 乙에게 이사를 나가줄 것을 요청하러 가게에 갔다가 가처분집행 당시 집행관이 부착하였던 고시문은 사라지고 丙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 경우, 乙은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요?

1. 공무상표시무효죄

 형법 제140조(공무상비밀표시무표)
 ①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실시한 봉인 또는 압류 기타 강제처분의 표시를 손상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140조의 ‘공무원’은 널리 법령에 의하여 공무에 종사하는 직원을 의미하고, 집행관은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소속 지방법원장이 임면하고, 지방법원장의 감독을 받는 자로 형법 제140조의 ‘공무원’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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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의 집행은 채무자에게 점유의 이전을 금지하는 내용을 고지한 후 ‘고시문’을 부착함으로써 집행이 종료되므로 집행관이 부착한 ‘고시문’은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실시한 기타 강제처분의 표시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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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사례와 같이 가처분집행이 완료된 후, 乙이 고시문을 훼손하거나 떼어버리고 丙에게 점유를 이전함으로써 가처분의 효력을 해한 경우 공무상표시무효죄를 구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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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판례의 비교
 
사례의 甲은 乙을 공무상표시무효죄로 경찰에 고소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공무상표시무효죄로 고소하여도 ‘기소’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검사가 기소하지 않기로 하고 보내온 불기소통지서에는 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6도1819 판결이 인용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3도 8238 판결에서는 고시문의 훼손여부와 관계없이 공무상표시무효죄를 인정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6도1819 판결

​형법 제140조 제1항의 공무상표시무효죄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봉인, 동산의 압류, 부동산의 점유 등과 같은 구체적인 강제처분을 실시하였다는 표시를 손상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따라서 집행관이 법원으로부터 피신청인에 대하여 부작위를 명하는 가처분이 발령되었음을 고시하는 데 그치고 나아가 봉인 또는 물건을 자기의 점유로 옮기는 등의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하지 아니하였다면, 단순히 피신청인이 위 가처분의 부작위명령을 위반하였다는 것만으로는 공무상 표시의 효용을 해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3도8238 판결

형법 제140조 제1항 규정의 공무상표시무효죄 중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실시한 압류 기타 강제처분의 표시를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것`이라 함은 손상 또는 은닉 이외의 방법으로 그 표시 자체의 효력을 사실상으로 감살 또는 멸각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그 표시의 근거인 처분의 법률상의 효력까지 상실케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 할 것이다. (중략) 집행 취지가 기재되어 있는 고시문을 이 사건 건물에 부착한 이후에 제3자로 하여금 이 사건 건물 중 3층에서 카페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이를 무상으로 사용케 한 피고인의 행위는 위 고시문의 효력을 사실상 멸각시키는 행위이므로 형법 제140조 제1항이 규정하는 공무상표시무효죄에 해당한다.

  이는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단순히 ‘부작위만을 명하는 가처분’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 결정’은 단순히 ‘부작위’만을 명하는 가처분 결정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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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 결정에는 채무자가 대상 부동산에 대한 점유를 풀고 채권자가 위임하는 집행관에게 인도하도록 하는 명령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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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6도1819 판결과 이를 따른 판례들은 영업금지, 침해금지 등과 같은 단순 ‘부작위’를 명하는 가처분의 집행에 적용되었고,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3도8238 판결은 정확히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 집행의 효용을 해한 경우에 적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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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두 판례는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 결정을 단순 ‘부작위’를 명하는 가처분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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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 결정의 주문, 집행, 효력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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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 결정 주문에는 채무자로 하여금 대상 부동산에 대한 점유를 풀고 그 점유를 집행관에게 이전할 것을 명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판례에서도 일반적인 부작위 결정과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의 결정을 달리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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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 이야기에서도 언급한 것과 같이 현실에서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 결정의 집행은 단순 부작위를 명하는 가처분의 집행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집행관은 채무자에게 부동산에 대한 점유를 금지하는 내용을 고지하고 고시하는 것에 그치므로 점유를 집행관에게 이전하는 집행의 절차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 결정의 주문, 집행, 효력 간에는 모순이 존재합니다. 만약 집행관이 가처분 결정 주문에 따라 점유를 집행관에게 이전하는 집행을 한다면 추후 점유자가 변경되더라도 변경된 점유자에 대한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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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결론(사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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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의 경우 부작위의무가 명해지더라도 그와 같은 부작위의무의 이행 확보를 위한 간접강제는 허용되지 않다는 점에 비추어 보았을 때(서울고등법원 2008. 5. 29. 선고 2007라2199 결정 참조), 이를 일반적인 부작위 가처분과 달리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간접강제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현실에서 점유의 이전여부를 확인하기가 어렵고, 당사자 항정효에 의해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점유침탈 등의 경우 승계집행문도 부여받을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였을 때,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의 효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