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의 변경과 처벌

명도닷컴 정민경 변호사

  안녕하세요. 명도닷컴의 정민경변호사입니다. 부동산인도집행을 피하기 위해 점유를 변경할 경우 채권자로부터 민사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점과 별개로 형사적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처벌이 채권자의 법감정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데요, 이번에는 이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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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甲은 乙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였습니다. 甲은 乙에 대한 명도소송에서 승소한 후, 가집행에 기한 강제집행을 신청하여 집행관과 목적 부동산에 방문하였으나, 목적 부동산은 乙이 아닌 丙이 점유하고 있어서 집행이 불가능하였습니다. 다행히 甲은 乙에게 명도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 집행을 마쳤고, 이를 근거로 甲은 乙의 승계인 丙에 대한 승계집행문을 3개월에 걸쳐 부여받아 다시 강제집행을 신청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乙은 또 다시 丁과 전대차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집행이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甲은 다시 3개월의 시간을 들여 승계집행문부여 절차를 밟게 되었습니다. 이 경우 甲은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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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형법 제137조(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위계로써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위계’라 함은 행위자의 행위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상대방에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합니다(대법원 1995. 5. 9. 선고 94도2990 판결). 즉, 채무자가 제3자와 공모하여 허위의 점유자를 만들고 이를 집행관에게 진술하거나 허위의 문서를 제출함으로써 공무집행을 방해한 경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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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판례는 건물점유자로서 명도집행을 저지할 수 있는 정당한 권능이 있는 자가 그 점유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수단으로 임대차계약서 사본을 제시하면서 그 실효된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하고 자신이 정당한 임차인인 것처럼 주장한 사안에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을 부정하였습니다(대법원 1984. 1. 31. 선고 83도2290 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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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판례를 반대해석하면 ‘정당한 권능이 없는 자’의 저지행위는 ‘위계’에 해당한다 할 수 있습니다. 사례처럼 점유이전금지가처분 집행이 완료된 부동산 내부에는 점유이전금지를 명하는 고시문이 부착되어 있고, 乙로부터 점유를 이전 받은 丙과 丁은 목적 부동산이 명도소송의 대상이 되는 부동산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자로 채무자와 공모한 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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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乙이 丙이나 丁과 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상황에서 임대차계약의 기초를 이루는 보증금 및 월차임의 지급이 정상적으로 지급될 수가 없고, 이를 정당한 권능이라 할 수도 없는 것인바, 乙, 丙, 丁은 모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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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강제집행면탈죄

 형법 제327조(강제집행면탈)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양도 또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 채권자를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도8721 판결에 의하면 형법 제327조 는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양도 또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 채권자를 해한 자”를 처벌함으로써 강제집행이 임박한 채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강제집행면탈죄의 객체는 채무자의 재산 중에서 채권자가 민사집행법상 강제집행 또는 보전처분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것만을 의미한다고 그 보호범위를 한정하고 있고, 채무자 외에 제3자도 강제집행면탈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대법원 1989. 5. 23. 선고 88도343 판결)고 하여 처벌의 주체에 관하여 판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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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즉, 사례의 乙은 부동산인도집행이라는 강제집행을 면하기 위하여 보전처분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점유권을 丙, 丁에게 은닉 또는 처분함으로써 강제집행을 면탈하였는바, 乙은 물론 제3자인 丙, 丁도 강제집행면탈죄를 구성한다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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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경 변호사의 사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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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의 효력은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항정효에 그쳐서 채무자에 대한 가처분집행을 마쳤다는 이유로 그 승계인에 대한  별도의 집행문 없이 집행할 수 없습니다. 더불어 집행문은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집행력이 존재하는 문서인 만큼 승계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승계인에게 송달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악용하여 채무자들은 집행기간을 지연시켜 채권자를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수단으로 삼곤 합니다. 명도소송에서 채권자가 보전처분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점유권은 실질적으로 보전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에 비추어 보았을 때, 가처분의 효력을 한정하고, 점유권을 보호하는 법체계에서 승계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만큼 채권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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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무자에게 민사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승소하더라도 점유를 변경하면서까지 집행을 회피하는 채무자는 대부분 무자력 상태인 경우가 많고, 실제로 채권자가 입는 손해를 모두 배상받지도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 형법은 강제집행면탈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등으로 채무자를 처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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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많은 사례에서는 채무자나 점유자가 단지 전대차계약서를 제출하였다는 이유로 수사기관은 ‘정당한 계약’이 존재한다고 보고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하곤 합니다. 더욱 답답한 것은 채무자나 점유자가 제출하는 대부분의 계약서는 당사자 간에 작성한 것으로 작성 날짜조차 점유이전금지가처분 집행 이전에 작성된 것처럼 조작되어 있거나 가처분 집행 이후에 작성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보증금의 지급이 있었는지, 그 보증금이 시세에 적절한지, 채무자와 점유자간에 친분이나 채권채무 관계 등 특별한 관계가 없는지 등 기본적인 수사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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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무자들이 악의적으로 점유를 변경하는 방법으로 사법절차를 남용하는 것을 방지하고, 선의의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채무자들이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점유를 변경할 경우 처벌된다는 확실한 인식이 필요해 보입니다. 채권자를 보호하는 보전처분의 실효성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에서 형벌의 확실성이 그 균형을 맞출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