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의 한계

명도닷컴 정민경 변호사

  안녕하세요.  명도닷컴의 정민경변호사입니다. 얼마 전, 주간동아의 ‘강제집행 불발에 쪽박 차는 부동산경매’라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집행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강제집행이 장기간 불발될 수밖에 없는 사정에 관하여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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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의 효력 및 한계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의 의미와 필요성은 앞선 이야기에서 나누어 보았습니다.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의 채무자는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점유가 변경되더라도 여전히 그 점유자의 지위에 있다는 의미로서의 당사자 항정의 효력이 인정됩니다(대법원 1999. 3. 23. 선고 98다59118 판결).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집행을 마친 경우 점유자가 제3자로 변경되더라도 채권자는 제3자에 대해 별도의 명도소송을 제기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가처분채무자로부터 점유를 이전받은 제3자에 대하여 가처분채권자가 가처분 자체의 효력으로 직접 퇴거를 강제할 수는 없고, 가처분채권자로서는 본안판결의 집행단계에서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아서 그 제3자의 점유를 배제할 수 있을 뿐입니다(대법원 1999. 3. 23. 선고 98다5911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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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 효력의 한계에 따른 문제점

  명도소송에 앞서 가처분집행을 마쳤다면 명도소송 도중에 점유가 변경되더라도 가처분이 가지는 당사자 항정효에 따라 피고를 변경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이 경우 명도소송에서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채권자는 채무자로부터 점유를 이전받은 제3자를 대상으로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아야 합니다. 승계집행문을 부여받기 위해서는 제3자로 점유가 이전된 사실을 소명하여야 하고, 이는 부동산인도고지 절차를 통해서 가능합니다.

  즉, 제3자가 대상 부동산에 사업자등록 등 점유를 객관적으로 입증할만한 서류를 갖추지 않았다면 채권자는 ①강제집행신청을 하여 인도고지절차(계고)에서 집행관을 통해 그 점유를 확인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까지 약 2주의 기간이 소요됩니다.

  이후 집행관이 작성하여 주는 인도고지불능조서를 첨부하여 ②승계집행문부여신청을 하면 결정까지 약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③승계집행문이 부여되면 제3자에게 승계집행문이 송달되어야 하는데, 제3자가 악의적으로 승계집행문의 수령을 회피할 경우 공시송달 절차까지 2개월 내지 3개월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결국 승계집행문이 부여될 때까지 최악의 경우 5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리게 되고, 제3자가 다시 점유를 변경한다면 위 절차를 반복하게 됨으로써 새롭게 명도소송을 제기하여 판결을 받는 것과 큰 차이게 없게 됩니다.

  또한 제3자가 승계집행문부여에 대해 이의신청, 청구이의의 소 등 승계집행문부여를 다툴 수 있는 다양한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를 악용할 경우 강제집행절차는 기약 없이 길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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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 결정의 주문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결정의 주문에 따르면 채무자는 점유를 풀고 그 점유를 집행관에게 인도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위 주문은 사실상 ‘집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점유’라는 것이 사실상 지배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에 집행관은 채무자에게 점유를 타인에게 이전하지 말라는 부작위 의무만을 고지하는 것으로 가처분집행을 종결하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결정문에는 ‘부동산에 대한 점유를 집행관에게 인도하라’는 주문이 들어가는 것일까요? 단지 법원이 기계적으로 내리는 결정인 것일까요? 아니면 집행관이 업무를 다 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요?

  결국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 결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위 주문에 대한 해석과 현실적인 집행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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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의 효력 및 집행에 관한 논의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 집행 후 점유가 변경된 제3자에 대해 가처분채무자에 대한 집행권원으로 집행을 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학계는 집행관이 제3자를 별도의 집행권원 없이 배제할 수 있다는 견해(적극설), 별도의 집행권원이 필요하다는 견해(소극설), 제3자는 가처분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으므로 가처분의 효과로서 제3자의 점유를 배제할 수 있다는 견해(절충설) 등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우리 통설과 판례는 소극설을 따르고 있고, 나아가 제3자가 채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점유를 취득한 경우에는 승계집행문으로도 집행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판례에 따른다면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 결정에 ‘점유를 풀고 집행관에게 이전하라’는 내용의 주문이 포함될 이유가 없다할 것입니다. 이는 형법상 공무상표시무효죄에 대한 성립여부를 판단하는 내용과도 연관되어 있는바, 이에 관한 내용은 다음 이야기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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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사견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은 명도소송의 당사자를 확정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절차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역할은 가처분채무자가 점유를 지속적으로 변경함으로써 가처분채권자가 동일한 명도소송을 반복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즉, 소유권의 처분을 방지하기 위해 처분금지가처분을 하는 것과 같이 점유권의 처분을 방지하기 위한 절차인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은 단순히 부작위 의무만을 고지하는데 그침으로써 ‘점유를 집행관에게 이전’하는 부분이 형해화되었습니다.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의 실효성을 높이고, 강제집행을 회피할 목적으로 점유를 변경하는 채무자의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가처분집행 이후 점유를 이전받은 제3자에 대한 점유를 배제할 수 있는 효력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입니다. 처분금지가처분과의 균형이나 강제집행면탈죄를 처벌하는 우리 법체계에 비추어 보았을 때, 더욱 더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