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침입죄와 권리행사방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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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도닷컴 정민경 변호사

  안녕하세요. 명도닷컴의 정민경변호사입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지난 이야기에서 다루었던 주거침입죄에 관하여 조금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보고자 합니다.
 
[사례]

  1. 乙은 A건물 301호에 관한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었으나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해주지 않아 짐을 그대로 둔 채 문을 잠그고 해외여행을 갔습니다.

  2. 丙은 A건물 302호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보증금이 모두 상계될 정도로 월차임을 연체한 상황에서 짐을 그대로 둔 채 문을 잠그고 잠적하였습니다.

  3. 丁은 A건물 303호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월차임을 다소 미지급하였으나 보증금이 일부 남아있는 상황에서 임대인의 임대차계약해지통고를 받은 후 짐을 모두 반출하고 책상 하나만을 남겨둔 채 문을 잠그고 이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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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戊는 A건물 304호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보증금이 모두 상계될 정도로 월차임을 연체한 상황에서 임대인의 임대차계약 해지통고를 받은 후 짐을 모두 반출하고 금고 하나만을 남겨둔 채 문을 잠그고 이사하였습니다.
 
  임대인 甲은 A건물 301호 내지 304호에 열쇠를 부수고 들어가 내부에 있는 짐을 모두 반출하여 창고에 보관하고는 열쇠를 교체해버렸습니다. 이 경우 甲은 어떤 책임을 지게 될까요?

1. 주거침입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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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거침입죄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합니다. 즉, 점유자의 권리 유무와 관계없이 사실상 점유자가 주거의 평온을 가지고 점유하고 있다면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처벌한다는 것입니다. 판례는 그 ‘주거’의 범위에 관하여 공중화장실의 용변칸도 주거침입죄의 ‘주거’로 판단하여 공중화장실의 용변칸에 노크하여 남편으로 오인한 피해자가 용변칸 문을 열자 강간할 의도로 용변칸에 들어간 것이라면 피해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이를 승낙하였다고 볼 수 없어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3도1256 판결)고 판시함으로써 다소 광범위하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2. 권리행사방해죄

 

  권리행사방해죄에 있어서 ‘타인의 점유’에 관하여 판례는 정당한 원인에 기하여 그 물건을 점유하는 권리있는 점유를 의미하는 것(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3도4257 판결)이지만, 일단 적법한 원유에 기하여 물건을 점유한 이상 그 후에 그 점유물을 소유자에게 명도하여야 할 사정이 발생하였다 할지라도 점유자가 임의로 명도를 하지 아니하고 계속 점유하고 있다면 그 점유자는 의연히 동조 소정의 타인의 물건을 점유하고 있는 자라 할 것(대법원 1977. 9. 13. 선고 77도1672판결)이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임대인의 자력구제에 있어서 주거침입죄 만큼이나 문제될 수 있는 것이 권리행사방해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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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례 검토

  가. 乙에 대한 甲의 죄책
    乙은 A건물 301호에 기존에 사용하던 형태 그대로를 유지한 상태로 甲에 대한 동시이행항변권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인바, 乙의 월세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의무 존부를 별론으로 하고, 甲의 행위는 乙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해한 것은 물론, 乙이 甲에 대해 가지는 동시이행항변권의 행사를 방해하였으므로 권리행사방해죄도 성립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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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丙에 대한 甲의 죄책
    丙에 대한 甲의 행위는 乙에 대한 행위와 동일하게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해한 행위로 주거침입죄로 처벌받는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다만, 권리행사방해죄의 성립여부가 문제됩니다. 앞서 언급한 판례에 의하면 丙은 A건물 302호를 임대차계약이라는 적법한 권원에 의해 점유하기 시작하였고, 임대차계약의 해지로 丙이 甲에게 이를 명도할 사유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권리행사방해죄가 정하는 ‘타인의 점유’에 해당하는 바, 甲은 丙의 점유권 행사를 방해함으로써 권리행사방해죄의 책임을 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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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丁에 대한 甲의 죄책
    丁은 A건물 303호에서 짐을 모두 반출하기는 하였으나, 반환받을 보증금이 남아있는 관계로 더 이상 건물을 사용하지는 않은 채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명도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판례는 甲의 주거침입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84. 4. 24. 선고 83도1428 판결). 그러나 丁은 더 이상 어떠한 형태로도 건물을 사용하지 않고 있고, 다만 동시이행항변권의 행사로서 점유권을 인도하지 않고 있는 것인바, 본래 사용목적과 달리 책상을 하나 둔 채 문을 잠가둔 것을 ‘사실상 주거’로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히려 甲의 행위는 丁의 점유권(동시이행항변권)의 행사를 방해한 행위에 해당하여 권리행사방해죄를 구성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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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 戊에 대한 甲의 책임
    戊는 반환받을 보증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점유권을 인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그 건물 안에 기존의 사용목적과 달리 가치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물건인 ‘금고’를 남겨둔 채 문을 잠가두었습니다. 판례에 의하면 甲의 행위는 주거침입죄와 권리행사방해죄 모두에 해당합니다(대법원 1984. 4. 24. 선고 83도1428 판결, 대법원 1977. 9. 13. 선고 77도1672판결). 위 ‘다’항에 언급한 것과 같이 주거침입죄의 ‘주거’를 보다 좁게 해석한다면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점유권’의 행사를 방해한 것은 명백하므로 그 점유의 개시가 적법한 이상 권리행사방해죄를 구성합니다.

 

 
4. 결론

  법원은 기소내용에 따라 그 성립여부만을 판단하기 때문에 유사한 사례라도 사건에 따라 주거침입죄, 권리행사방해죄 또는 둘 다를 인정하기도 합니다. 주거침입죄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은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 기준이 다소 모호해 보입니다. 그러나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에 있어서 점유권을 행사하기 위한 점유와 사실상 주거생활을 영위하는 점유는 그 형태가 다른바, 주거침입죄와 권리행사방해죄의 구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편, 임대인의 자력구제가 어떤 죄를 구성하든지 주거침입죄, 권리행사방해죄 등 어떤 죄로든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