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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력 구 제
명도닷컴 정민경 변호사
안녕하세요. 명도닷컴의 정민경변호사입니다. 임차인이 건물에 물건을 일부 남겨두고 문을 잠근 채 연락두절 상태인 경우, 임대인이 스스로 들어가서 점유를 회수할 수 있을까요? 많은 임대인들은 미납된 차임이 늘어갈수록 이러한 유혹에 빠지곤 하는데요, 사법상 자력구제를 금지하는 우리 법 원칙상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사례]
甲은 A아파트의 소유자이고, 乙은 甲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후 乙은 월차임을 2기 이상 지급하지 않았고, 甲이 수차례 연락을 해보았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甲은 A아파트의 현관열쇠를 가지고 있어서 문을 열고 내부에 있던 짐을 모두 반출하여 창고에 보관하고 열쇠를 교체해 두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乙은 A아파트 열쇠를 부수고 들어가 새로운 열쇠로 바꾸었습니다. 甲과 乙은 서로 주거침입죄 및 재물손괴죄로 고소하였는데요, 甲과 乙은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요?
1. 자력구제금지의 원칙
자력구제는 법률상 절차에 의하지 않고 스스로 권리의 내용을 실현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민사상 자력구제, 형사상 자구행위라고 표현합니다. 우리 법은 자력구제 또는 자구행위는 원칙상 금지하고 있습니다. 예외적으로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 민법 제209조 점유침탈에 대한 자력구제와 형법 제23조 자구행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법률에 규정이 없는 자력구제(자구행위)는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되고, 형사상 처벌될 수 있습니다.
2. 임대인 甲의 책임
형법 제319조는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도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임차인이 차임을 연체하여 임대차계약이 해지되었다고 하더라도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점유권을 인도하지 않은 이상 A아파트의 점유권은 임차인에게 있습니다. 주거침입죄는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이므로 그 거주자 또는 간수자가 건조물 등에 주거 또는 간수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 여부는 범죄의 성립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며 점유할 권리 없는 자의 점유라 하더라도 그 주거의 평온은 보호되어야 할 것이므로 권리자가 그 권리를 실현함에 있어 법에 정하여진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그 주거 또는 건조물에 침입하는 경우에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합니다(대법원 1984. 4. 24. 선고 83도1429 판결).
이에 비추어 보았을 때, 임대인이 자기 소유의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가지고 있던 예비열쇠로 임차인이 점유하는 곳에 들어가 물건을 반출하고 현관열쇠를 교체한 행위는 임차인의 주거의 평온을 해한 것에 해당하여 임대인은 주거침입죄로 처벌받게 됩니다.
3. 임차인 乙의 책임
판례는 임차인이 주택에서 짐을 옮기기는 하였으나 출입문 열쇠를 계속 보관하여 점유를 잃지 않았음을 전제로 자물쇠가 교체된 후 얼마 되지 않아 다시 교체한 행위는 자신의 점유가 부당하게 침탈돼 점유를 회복하기 위한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1도7958 판결).
즉, 민법 제209조 제2항은 점유물이 침탈되었을 경우에 부동산일 때에는 점유자는 침탈 후 직시 가해자를 배제하여 이를 탈환할 수 있고 동산일 때에는 점유자는 현장에서 또는 추적하여 가해자로부터 이를 탈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乙은 甲으로부터 점유를 침탈당하였고, 이를 탈환하는 행위는 형법 제20조가 정하는 정당행위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임차인이 A아파트의 열쇠를 부수고 점유를 회복한 행위는 손괴죄나 주거침입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4. 결론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형사상 처벌 여부나 그 정도는 달라질 수 있으나, 중요한 것은 임대인이 자신의 건물이라고 하더라도 임차인이 점유하는 부동산에 침입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지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나아가 임차인이 장기간 차임, 관리비 등을 지급하지 않아 임대인이 임의로 단전･단수할 경우에도 권리행사방해죄 또는 업무방해죄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고, 이로 인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할 것입니다. |
작성일 : 2016.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