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과 뇌물, 그리고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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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도닷컴 정민경 변호사

  안녕하세요.  명도닷컴의 정민경변호사입니다. 올해 신년 화두로 ‘부정부패 척결’이 논의됨에 따라 공직자 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청렴한 공직자를 찾기는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명도과정에서 많은 채권자들은 이러한 유혹에 많이 빠지곤 하는데요, 이번 이야기에서는 공무원과 뇌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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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乙은 A건물에 관한 명도소송에 승소하여 관할 집행관사무소에 강제집행을 신청하였습니다. 乙은 A건물을 사용하지 못함으로써 하루하루 막대한 손해가 발생하고 있었고, 이러한 사정을 담당집행관사무실의 사무원 甲에게 사정을 설명하며 집행일을 되도록 빨리 잡아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그러자 甲은 집행일을 빨리 잡아주는 것에 대한 수고비를 요구하였습니다. 乙이 甲에게 ‘수고비’를 지급할 경우 甲과 乙은 형사적으로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요?

1. 뇌물에 관한 형벌

   형법 제129조 내지 133조는 공무원의 뇌물수수, 알선, 부정처사, 공여 등 뇌물에 관하여 그 행위 태양별로 처벌하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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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내용을 정리하면,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①사전에 뇌물을 수수･요구하거나, ②사후에 뇌물을 수수･요구하거나, ③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④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일에 관하여 알선을 목적으로 뇌물을 수수･요구를 하는 경우에 처벌하고, 나아가 ⑥뇌물과 관련하여 부정한 행위를 한 경우에도 처벌하며, 공무원 또는 중재인에게 ⑦뇌물을 공여한 자도 처벌한다는 것입니다.

 
2. 집행관사무소의 사무원이 공무원인지 여부

  집행관법 제2조는 집행관은 지방법원에 소속되어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재판의 집행, 서류의 송달, 그 밖에 법령에 따른 사무에 종사한다고 규정함으로써 형법 제129조 내지 제132조의 주체인 ‘공무원’에 해당합니다(대법원 2011. 3. 10. 선고 2010도1439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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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판례는 집행관사무소의 사무원은 집행관규칙 제21조 제2항에 따라 법원 및 검찰청 9급 이상의 직에 근무한 자 또는 이와 동등 이상의 자격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 중에서 소속지방법원장의 허가를 받아 대표집행관이 채용하는 자로서, 집행관의 업무를 보조하는 자에 불과하여 집행관을 대신하거나 그와 독립하여 집행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자의 지위에 있지는 않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1. 3. 10. 선고 2010도1439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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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즉, 집행관이 뇌물을 받았다면 형법 제129조 내지 제133조가 적용되지만, 집행관사무소의 사무원이 뇌물을 받은 경우에는 동 법률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집행관사무소의 사무원은 뇌물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일까요?

3. 배임수재, 배임증재죄

  위 질문에 간단하게 답하자면 ‘아니오’입니다.
 
 

    판례는 집행관사무소의 사무원이 뇌물을 받은 사건에서 ‘배임수재죄’를 인정하였습니다(대법원 2011. 3. 10. 선고 2010도14394 판결). 집행관사무소의 사무원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고, 그 임무와 관련하여 뇌물을 받은 행위는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한 것에 해당하므로 배임수재에 해당하고, 동 뇌물을 제공한 자는 공무원이 아닌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게 뇌물을 제공한 것이므로 배임증재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형법 제129조 내지 제133조와 형법 제357조는 형벌에 차이가 있습니다. 형법 제129조 내지 제133조가 적용되는 ‘공무원’을 더 강하게 처벌함으로써 일반 사무를 처리하는 자보다 공무원의 의무를 더 크게 본다고 할 수 있습니다.

4. 정변의 사견

 가. 집행관사무소 사무원의 권한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데에는 ‘결재권자’와 ‘실무가’가 있습니다. 결재권자는 업무를 총괄 관리하고, 업무에 관한 승인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이 있는 사람이고, 실무가는 현장을 확인하고, 서류를 작성하고, 일정을 조율하는 등 실제로 업무를 실현시키는 사람입니다. 집행관사무소의 구조를 보면 집행관은 권한을 가진 결재권자이고, 사무원은 실무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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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원은 집행관을 보조하지만, 현상을 확인하고 일정을 조율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나아가 집행관에게 조언을 하는 역할을 합니다. 집행관사무소의 집행관은 법원주사보, 등기주사보, 검찰주사보 또는 마약수사주사보 이상의 직급으로 근무하였던 사람 중에서 임명(집행관법 제3조)되기 때문에 강제집행업무에 관한 경험이 없는 집행관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그 임기는 4년으로 연임이 불가능(집행관법 제4조)하기 때문에 집행관의 집행현장업무에 관한 경험은 4년이 전부이나, 사무원은 4년이 경과되어 퇴직하여도 다시 채용될 수 있어(집행관규칙 제21조 제5항) 실제로 집행관사무소의 과장급 사무원은 경력이 10년이 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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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즉, 집행관은 경험이 없지만 사무원은 경험이 많아 집행관은 사무원의 조언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고, 실제로 현장에서의 업무는 사무원의 주도하에 모든 일이 처리되기 때문에 집행관사무소의 사무원을 단순히 ‘보조자’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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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집행관사무소의 수입구조

    집행관은 ‘공무’를 수행하지만, 개인사업자입니다. 집행관은 소속지방법원장의 허가를 받아 직원을 채용하고 집행관수수료규칙이 정하는 수수료를 초과하는 보수를 받을 수 없으며, 사무원에게 법원일반직 공무원에 준한 보수를 지급하여야 합니다. 즉, 직원채용부터 보수까지 법률로 여러 가지 제한이 많은 개인사업자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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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권자는 항상 하루라도 빨리 강제집행이 완료되기를 원하고, 강제집행에 동원되는 기술자나 노무자의 선정은 집행관의 일방적인 권한이다 보니 채권자, 집행관, 기술자나 노무자 등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여 과거부터 기술자나 노무자로 선정되기 위한 로비나 급행료가 성행하여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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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대법원 2011. 3. 10. 선고 2010도14394 판결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불리한 형벌법규의 유추적용은 엄격히 제한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나, 판례에 언급된 것과 같이 집행관사무소 사무원은 법원일반직 공무원에 준하여 보수를 지급받는 한편 근무시간, 휴가 등 복무와 제척사유, 경매물건 등의 매수금지 의무 등에서는 집행관에 관한 법령의 규정이 준용되고, 무엇보다 집행업무의 특성상 집행사무소 사무원의 업무를 단순한 ‘보조업무’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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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 집행관사무소에 관한 정비의 필요성

    소송절차가 정비된 것에 비하여 집행절차는 아직 그 정비가 미흡한 부분이 많습니다. 집행은 소송결과를 현실로 실현하는 절차라는 점에서 국민의 생활과 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소송에 관한 법원의 절차만큼 엄격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습니다. 집행관의 업무자체가 ‘공무’인 이상 공무원으로 신분을 보장하고, 그 만큼 투명한 업무처리와 높은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 집행관사무소와 관련된 각종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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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결론

   공무원의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형법뿐만 아니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라는 특별법까지 제정하여 가중처벌하는 것에서 나아가 각종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공무원의 청렴도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습니다. 공무원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일정기간을 정하여 뇌물을 수수하는 자만을 처벌하도록 하여 뇌물 공여자의 신고를 장려하는 수밖에 없다는 어느 교수님의 말씀이 떠올라 씁쓸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