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명도, 명도닷컴의 정민경 변호사입니다. 지난 이야기에서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임차인은 권리금회수기회를 보장받을 수 없고, 권리금회수방해에 따른 손해배상의무는 건물인도의무와 동시이행관계가 없다는 판례의 사실관계를 살펴보았는데요, 이번 이야기에서는 동 판례의 문제점을 개인적인 관점에서 검토해보고자 합니다.

1. 2015. 5. 13. 개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개정이유

  2015. 5. 13. 개정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투자한 비용이나 영업활동의 결과로 형성된 지명도나 신용 등의 경제적 이익이 임대인의 계약해지 및 갱신거절에 의해 침해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함에 따라 임대인은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직접 권리금을 받거나 임차인이 형성한 영업적 가치를 아무런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되지만 임차인은 다시 시설비를 투자하고 신용확보와 지명도 형성을 위하여 상당기간 영업 손실을 감당하여야 하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여 임차인에게는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장하고, 임대인에게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방해할 수 없도록 방해금지의무를 부과하는 등 권리금에 관한 법적근거를 마련한 것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권리금이 우리 사회에서 오래 전부터 형성되어 옴에 따라 하급심 판례에서 언급되어 오던 권리금의 내용을 대법원 2000. 9. 22. 선고 2000다26325 판결에서 처음으로 그 성격을 명시하였습니다. 동 판례는 권리금을 영업용 건물의 임대차에 수반되어 행하여지는 권리금의 지급은 임대차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것은 아니고 권리금 자체는 해당 점포의 영업시설·비품 등 유형물이나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우하우(know-how) 또는 점포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도 또는 일정 기간 동안의 이용대가라고 정의하였습니다.

  동 판례가 명시한 권리금의 정의는 이후 많은 판례가 원용하여 왔고, 2015. 5. 13. 개정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 3 제1항 권리금의 정의에 그대로 반영되었습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 3 제1항

  권리금이란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에서 영업ㅇ르 하는 자 또는 영업을 하려는 자가 영업시설·비품,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상가건물의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유형·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도 또는 이용대가로서 임대인, 임차인에게 보증금과 차임 이외에 지급하는 금전 등의 대가를 말한다. 

  임차인이 형성한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동법 제10조의 4는 임차인이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고, 이를 방해하는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였습니다.

  이러한 권리금에 관한 규정이 2015. 5. 13. 에 신설되다보니 법률의 해석과 적용의 지침이 되는 대법원 판례가 없어 다양한 하급심 판례가 나오고 있습니다.

2.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과 제10조의 4 제1항의 관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 4 제1항은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회수를 방해할 수 없도록 규정하면서 동법 제10조 제1항 각 호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를 예외로 정하고 있습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 10조 제1항

1. 임차인이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

2. 임차인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한 경우

3. 서로 합의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상당한 보상을 제공한 경우

4.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 목적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전대한 경우

5. 임차인이 임차한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파손한 경우

6. 임차한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가 멸실되어 임대차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7. 임대인이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목적 건물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 하기 위하여 목적 건물의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는 경우

가.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공사시기 및 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계획에 따르는 경우

나. 건물이 노후·훼손 또는 일부 멸실되는 등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경우

다. 다른 법령에 따라 철거 또는 재건축이 이루어지는 경우

8. 그 밖에 임차인이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하거나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즉, 임차인은 제10조 제1항 각 호 및 제10조의 4 제2항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임대인이 권리금회수를 방해하더라도 그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 4 제2항

1.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가 보증금 또는 차임을 지급할 자력이 없는 경우

2.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가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위반할 우려가 있거나 그 밖에 임대차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3.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

4. 임대인이 선택한 신규임차인이 임차인과 권리금 계약을 체결하고 그 권리금을 지급한 경우

​  이 사건 판결(서울서부지방법원 2015가합37405 판결)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 4 제1항 단서에서 임대인이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제10조 제1항 각 호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임대인의 임차인에 대한 권리금 회수 방해금지의무를 배제하고 있고, 계약갱신요구권은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점을 고려하여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임대인에게 권리금회수방해금지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 4 제1항 단서에서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사유를 예외로 삼은 것은 권리금회수방해금지의무가 임대인에게 강력한 의무를 부여하고 소유권의 행사를 상당히 제한하며 사적자치의 대원칙을 강제한다는 측면에서 임차인의 의무이행을 전제로 하겠다는 해석이 보다 입법목적에 부합합니다.

  임대인이 권리금회수방해금지의무를 면할 수 있도록 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 4 제2항에서 임대인의 선택을 보장하고 신뢰할 수 없는 신규임차인에 대한 계약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적자치의 제한을 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합니다.

  한편, 권리금회수방해금지의무를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으로 제한하는 것은 임차인이 5년 동안의 계약갱신과 권리금회수 중 하나를 선택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개정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권리금회수기회를 보호한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없고, 권리금에 관한 법적 근거 마련을 목적으로 한 개정취지에도 반한다할 것입니다.

  2015. 5. 13. 개정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관하여 검토할 내용이 많다보니 내용이 길어지네요. 다음 이야기에서 나머지 쟁점에 관하여 검토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