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사업장으로 사용한 수 개의 임대차계약과 환산보증금

  안녕하세요. 명도닷컴의 정민경 변호사입니다. 요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과 관련하여 ‘환산보증금’이 핫이슈로 거론되고 있는데요, 환산보증금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적용여부를 결정하는 요건으로서 계약당사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쟁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2개의 층을 임차인이 2개의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한 경우 환산보증금은 어떻게 계산되는지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사례]

甲은 서울에서 집합건물이 아닌 건물의 1층과 2층을 임차하여 카페를 운영하고자 하였습니다. 甲은 1층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차임 300만 원, 2층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차임 200만 원인 건물을 찾아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기로 하였습니다. 甲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서울의 경우 환산보증금이 4억 원이 넘으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1층과 2층을 분리하여 각각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이 경우 甲이 체결한 1층과 2층에 관한 임대차계약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을까요?

1. 환산보증금에 따른 우선변제권 

  현재 개정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모든 상가건물임대차에 대항력, 갱신요구청구권, 권리금 등을 인정하고 있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적용여부가 중요한 쟁점이 되는 것은 ‘우선변제권’과 ‘최우선변제권’이라 할 것입니다.

  임차한 상가건물이 경매절차에 들어간 경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임대차계약에 한하여 보증금을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있거나 보증금 중 일정금액을 최우선적으로 변제받을 수 있습니다.

  즉, 이는 경매절차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2. 판례의 입장

  가. 구분건물 수 개에 대한 하나의 임대차계약

  판례는 집합건물 중 2개의 구분건물을 임차하여 벽체 등에 의한 구분 없이 하나의 사업장으로 사용한 사안에서 각 구분건물에 관하여 별도의 임대차관계가 성립한 것이 아니라 일괄하여 단일한 임대차관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3. 10. 17. 선고 2013다207644 판결)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즉, 2개의 건물에 관하여 보증금 1억 원, 월차임 200만 원으로 계약을 체결한 경우, 이를 각 건물에 관하여 보증금 5,000만 원, 월차임 100만 원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각 별도로 등기된 구분건물에 관하여 ‘하나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여 실제로도 ‘하나의 사업장’으로 사용하는 것은 계약내용과 실질이 일치하고,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특별히 영세한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환산보증금을 통하여 그 보호범위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해석에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

  나. 구분건물 수 개에 대한 수 개의 임대차계약

  판례는 임차인이 수 개의 구분점포를 동일한 임대인에게서 임차하여 하나의 사업장으로 사용하면서 단일한 영업을 하는 경우 등과 같이 임차인과 임대인 사이에 구분점포 각각에 대하여 별도의 임대차관계가 성립한 것이 아니라 일괄하여 단일한 임대차관계가 성립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때에는 비록 구분점포 각각에 대하여 별개의 임대차계약서가 작성되어 있더라도 구분점포 전부에 관하여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2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환산한 보증금액의 합산액을 기준으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4조에 의하여 우선변제를 받을 임차인의 범위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3다27152 판결)고 판시함으로써 위 판례와 그 맥락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다. 검토

  판례는 기본적으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영세한 임차인을 특별히 보호하겠다는 취지를 고려하여 임대차계약의 형태와 관계없이 그 실질이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동법을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함으로써 공평을 꾀하고 있다 할 것입니다.

3. 사례의 검토

  판례의 입장에 따르면 사례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다할 것입니다. 물론 개정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따라 모든 상가건물임대차계약에 적용되는 규정은 별론으로 합니다.

  다만, 이미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서 핵심적인 규정들이 모든 상가건물임대차에 적용되기 시작하였고, 환산보증금 증액 또는 폐지의 소리가 높아지는 사회적 요구를 고려했을 때, 영세한 임차인을 보호한다는 취지가 상가건물 임차인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변경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합니다.

  그러나 아직 환산보증금을 기준으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적용여부가 결정되는 이상 이와 같은 형태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경우 우선변제권 행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