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반환채무의 인수(2)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명도, 명도닷컴의 정민경변호사입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지난 이야기 사례에 관하여 못 다한 이야기를 계속해보고, 2015. 5. 13. 개정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중 대항력 규정이 적용되면 어떻게 달라지는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4. 사례의 검토

  임대차의 목적이 되는 부동산을 매매하면서 `보증금반환채무를 인수한다`고 약정한 것만으로 임대인의 지위가 승계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임대차계약의 당사자는 채권적 관계에 불과하여 제3자인 새로운 소유자에게 대항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乙은 대항력 없는 임차인으로서 丙에게 임대차계약의 묵시적 갱신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한편, 면책적 채무인수에서 채권자의 승낙은 묵시적으로 할 수 있으나, 乙이 丙에게 월차임을 지급한 것은 임차목적물을 사용하는 이상 그 지급이 당연한 것이지 그 사정만으로 丙이 甲으로부터 보증금 반환 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는 데에 乙이 동의하였다는 징표로 삼아서는 아니 됩니다(대법원 2015. 5. 29. 선고 2012다84370 판결 참조).

  다만, 동 판례에 따르면 丙이 보증금반환채무를 인수한 것은 이행인수이므로 乙은 丙에게 직접 보증금을 반환하여 줄 것을 청구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甲이 재정상태가 나빠져 丙에게 A점포를 매도한 것이라면 乙은 건물 소유자가 아닌 甲에게 보증금반환청구를 할 수밖에 없고, 보증금반환청구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그 보증금을 회수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될 우려가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면책적 채무인수가 아닌 이상 이행인수보다 병존적 채무인수로 해석되는 것이 채권자에게 유리합니다.

  이행인수와 병존적 채무인수에 관한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우리 판례를 고려했을 때, 대항력 없는 임차인에게는 임차건물의 매도인과 매수인의 보증금 채무인수 형태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차인에게 `대항력`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법률이 개정되고 있습니다.

5.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3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3조는 임차인의 대항력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3조(대항력 등)

① 임대차는 그 등기가 없는 경우에도 임차인이 건물의 인도와 「부가가치세법」 제8조, 「소득세법」 제168조 또는 「법인세법」 제111조에 따른 사업자등록을 신청하면 그 다음 날부터 제3자에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

② 임차건물의 양수인(그 밖에 임대할 권리를 승계한 자를 포함한다)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

③ 이 법에 따라 임대차의 목적이 된 건물이 매매 또는 경매의 목적물이 된 경우에는 「민법」 제575조제1항·제3항 및 제578조를 준용한다.

④ 제3항의 경우에는 「민법」 제536조를 준용한다.

  본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주택임대차보호법과 달리 환산보증금을 기준으로 그 적용을 제한하였고,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상가건물임대차계약의 경우 임차인은 대항력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2015. 5. 13. 개정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위 대항력 규정을 환산보증금액과 관계없이 모든 상가건물임대차계약에 적용하도록 함으로써 임차인이 사업자등록 없이 상가건물을 점유하고 있지 않는 한 사례와 같은 문제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6.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2항의 의미 

  판례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력을 갖춘 후 임대부동산의 소유권이 이전되어 그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는 경우에는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도 부동산의 소유권과 결합하여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이며 이에 따라 양도인의 보증금반환채무는 소멸한다(대법원 1987. 3. 10. 선고 86다카1114 판결)고 판시하였고,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대주택의 양도에 양수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의 면책적 인수를 인정하는 이유는 임대주택에 관한 임대인의 의무 대부분이 그 주택의 소유자이기만하면 이행가능하고 임차인이 같은 법에서 규정하는 대항 요건을 구비하면 임대주택의 매각대금에서 임대차보증금을 우선변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대법원 2013. 1. 17. 선고 2011다49523 전원합의체 판결) 하여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역시 주택임대차보호법과 동일하게 임차인이 대항력 요건을 갖춘 경우 임차건물 양수인은 보증금반환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게 됩니다.

7. 결론

  이행인수와 병존적 채무인수의 구별 문제는 채무인수 행위에서 매우 중요한 법리이지만, 건물의 보증금반환채무에 관하여는 더 이상 중요하지는 않은 쟁점이 되었습니다. 다만, 2015. 5. 13. 이후 갱신되거나 최초로 체결되지 않은 상가건물임대차계약의 경우에는 아직 이런 문제가 남아있고, 이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제 모든 건물의 임차인은 `대항력`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법률이 보장하는 권리는 스스로만이 지킬 수 있으므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임차인은 반드시 법률이 정하는 대항력 요건을 갖추어 스스로를 보호하여야 할 것입니다.